김석기 의원이 수명 완료한 원전을 다시 가동하고 휴지(休止)기간 중 상황변화에 따라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주가 맥스터로 온통 난리법석이었고 아직도 이 문제가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는데 폐로 원전을 다시 가동하자는 법률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위해서라지만 당초 원전을 건설할 때 폐로 기준을 정해 둔 것은 경제성보다 안정성을 더 중요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월성1호기는 한수원이 7000 여억 원을 들여 안정성을 위해 보수공사를 하고 원자력 안전위원회가 2022년까지 연장가동을 승인하기까지 했지만 한수원이 긴급 이사회를 통해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2018년 조기 폐쇄를 결정한 바 있다. 김석기 의원은 “설계 수명 기간이 만료됐다고 하더라도 해당 원전이 바로 기술적으로 불안정한 원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섣부른 정부정책으로 안정성이 확보된 원전을 영구정지하고 해체하는 것은 전력수요나 국가 전력수급계획의 변화 등 상황변화에 따라 원전을 재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며 법률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논리를 다른 쪽에서 똑같이 대입하면 “비록 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원전이 바로 기술적으로 안전한 원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섣부른 안정성 주장으로 이미 수명이 끝나 영구정지하고 해체해야 할 원전을 재가동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이나 원전사고로 인해 초래할 광범위한 위험과 천문학적인 피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전을 다시 가동하자고 하는 것은 원전 폐쇄로 인해 고용이 줄어들거나 전력 생산에 따른 각종 경제적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듯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월성1호기 가동중지 후 한전 KPS의 정비인력 고용현황을 보면 1호기 영구폐로가 결정된 2018년에 비해 2020년 1분기에 현재 오히려 늘었고 월성본부의 임직원 현황은 2018년에 비해 2020년 1분기가 일상적 수준에서 줄어든 정도에 불과하다. 경제성에 대해서는 한수원이 자체 결정으로 조기폐쇄를 결정할 정도였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조차 없다. 김석기 의원의 발의에 대해 폐로 원전을 다시 사용하는 문제보다 경주 전체가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하고 있는 맥스터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폐장이 경주에 건설될 때 89.5%의 지지로 경주시민들이 호응한 이유는 ‘현금 3천억’과 ‘한수원 본사 이전’, ‘양성자 가속기 설치’ 등의 당근이 경주시민들을 유혹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것은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인 ‘사용후 핵 연료봉’보다 훨씬 위험도가 낮은 방사성 폐기물 영구 저장소인데도 이처럼 큰 조건을 걸어 유치를 결정하게 했다. 맥스터는 중간저장시설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월성원전이 가동된 1978년 이후 무려 42년이나 월성원전에 저장돼 왔다. 맥스터가 증설되면 앞으로 또 수십 년은 그대로 흘러 버릴 것이다. 더구나 그 위험도 때문에 앞으로도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 저장소를 국내 어느 특정 지역에 지을 수 있는 희망은 거의 없어 보인다. 결국 맥스터는 중간시설이라기보다 반영구적 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맥스터 설치에 대한 정부의 보상은 방폐장 유치 때보다 훨씬 크고 지속적어야 한다. 김석기 의원과 주낙영 시장을 비롯한 경주의 정치인들은 이것을 정당하게 요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 정도도 못할 양이면 맥스터 증설에 대해서는 논의조차도 하지 말아야 한다. 나아가 맥스터 문제로 몸살 앓고 있는 이 시점에 원전발전소 가동 지역 시민·정치인들과 연대해 ‘원전지역 안전 및 주민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있다. 원자력과 관련한 법들이 원자력 안전법, 원자력 진흥법, 방사선 폐기물에 관한 법,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있지만 정작 안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해둔 법률 조문은 아무 것도 없고 순전히 관련 기업들과 무슨 무슨 위원회 뒷바라지만 친절히 해주는 법처럼 꾸며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명무실한 법들을 구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더 심각한 것은 법령상 온갖 중요한 현장 관리사항은 또 해당 시군 지자체에 다 위임해 놓았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주민의 이해관계와 정치적 영향을 받아 원전 기조를 유기하기 쉽지 않은데 왜 이 중차대한 현장관리를 정부가 직접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해 경주의 대외 정치를 책임진 김석기 의원이 반드시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폐원전의 재사용 여부는 안전이 확보된 뒤에 거론해도 전혀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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