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오디세이가 100회를 맞았다. 100회의 주인공으로는 경주에 정착하면서 목공일을 하는 평범한 젊은 부부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낙점했다. 누구에게나 삶의 터닝 포인드가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결정들을 하지만 그것을 실행하지 못하고 사는 삶의 연속이지 않은가. 대도시에서 번듯한 직장에 다닌 부부는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경주라는 도시로 향한다. 목공일을 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부부가 의기투합한 것이다. 한 방향으로만 치달으며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들 부부의 삶의 행보는 그 자체로 용기를 준다. 무모했지만 용기백배했던 청춘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들이 경주를 원하며 삶의 터전으로 선택한 구정동. 나무를 깍으며 매만지고 다듬으며 자연이 주는 한없는 넉넉함을 닮은 부부를 구정동 그곳, 작업실(자택)에서 만났다. 구정동 낡아빠진 창고에 둥지를 틀고 그곳을 그들만의 공간인 목공소로 변신시키며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는 청춘이기에 가능했을까.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이며 경주에 정착해가고 있는 부부는 같은 듯 다르고 닮은 듯 닮지 않아 더욱 잘 어울렸다. 다소 느린 행보였지만 그들만의 방식으로 색다른 삶의 방향을 지향하는 부부였다. -“경주는 우리가 원했던 삶의 터전... 자동차 부품 창고 개조하고 다듬어 목공소로 변신시켜 경주에는 각기 다른 목공소가 20여 곳이 넘는다고 하니 경주는 목공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곳임이 분명하다. 여하기 대표(40)와 하연지(36) 부부가 운영하는 ‘52dia furniture(오이디아 퍼니처, 52dia는 hoydia로 오늘이라는 뜻)’는 구정동 펜션촌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다. 목공소는 아내의 작업장인 ‘우드 카빙’ 작업장과 남편의 가구 제작 작업장으로 크게 나눠져 있다. 그 작업장과 연결된 곳에 아이와 함께 거주하는 작은 주거공간이 따로 있었다. 경주에 정착한 지 만 4년째라는 부부는 포항과 울릉도가 고향으로 각각 기계공학과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기계설비와 건축설계를 하고 있었던 이들은 2013년 신혼여행을 마친 후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신혼여행을 10개월간 세계일주를 했어요. 여행 후 삶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고 저보다 용기있는 아내 덕에 사표도 냈고 이 일도 결정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목공 일은 사실은 제 꿈이었고 아내가 기꺼이 제 생각을 수용해 준 거죠” 아내 하 씨는 “제가 사회의 속도에는 못따라가는 경향이 늘 있었어요. 목공일을 시작하고서는 그렇게 급하게 살지 않아도 잘 살아가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우리 부부도 속도에서는 다른 부분이 있는데 많은 대화를 통해 조율하고 서로 존중해서 접점을 찾아요. 서로 달라서 그것이 장점이 되고 서로가 개발되는 것 같아요” 하 씨는 결혼후 직장을 그만두었고 여 대표는 신혼여행 후 1년간 복직했으나 회사를 그만두고 기존의 전공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길인 목공일을 하기 위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진다. 1년 정도 가구 교육을 받고 다니면서 대구 근교부터 공방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인구 밀도가 낮은 도시에 주목하던 중 경주에 들어서는 순간, 시야가 확 트인 나즈막한 도시의 모습에 반하고 그렇게 푸근할 수 없었다고 했다. “경주는 우리가 원하는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우연히 구정동을 지나다가 이곳을 눈여겨보았죠. 그러나 폐허 상태였던 낡은 건물이었고 당시 자동차 부품 공장이어서 기름 찌든 때가 공장 전체와 바닥에 절여있는 상태였고 악취가 너무 심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살 주거 공간도 겸해야 했기 때문에 수 차례 고민 끝에 이 창고 건물을 계약하게 됐죠. 그때부터 저희 둘이서 전부 셀프리모델링을 했습니다. 특히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문제가 가장 고심이었는데 방이 없으니 14개월 된 아이를 텐트에서 재우곤 했었어요. 수도시설도, 화장실도 없었구요”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시간은 1년을 훌쩍 넘긴다.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성들여 만들고 싶습니다” 우여곡절 끝, 주거 공간이 확보되고부터는 가구제작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목공 일도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서 목공일의 방향을 찾는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목공일에 대한 정확한 방향을 정해 두지 않았을 때여서 매일 둘이서 대화했습니다. 작업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 계속 조율해나가고 목공일을 경험해 나가던 시간이었어요” 부부에게 최적화된 목공일을 찾기까지는 2년여 걸렸다고 한다. 여 대표는 주문한 가구제작부터 우선적으로 시작했다. 속성으로 만들 수 있는 가구제작 즉, 주문이 들어오는대로 일을 했다. 그러나 다양한 작업보다는 그 경계를 좁혀야 할 필요성을 느꼈던 여 대표는 ‘하드우드(hardwood, 활엽수나 나왕 따위처럼 재질이 단단한 나무로 오크, 체리, 호두 나무 등의 목재)’라는 재질에 주목하게 되었고 하드우드 작업에만 전념한다. 당장 다른 주문은 진행하지 않았다. 여 대표의 작업은 한 작품당 빠르면 2주, 한 달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한 두 작품만 받아도 한 두달이 걸리는 것. “아직 인식도 부족하고 해서 아는 분들이 의뢰하는 편인데다 저도 경력이 짧아 제대로 가격을 책정할 수 없지만 성숙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의 공정과 시간에 비해 제 값을 받지 못합니다만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 하더라도 공을 들이는 가구제작에 전념하기로 했죠” 고가의 목재로 제작하는 사업성에 대한 고민이 꽤 길었고 이후 이 일을 최종결정했다고 한다. 여 대표는 정성들여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쉽게 만들긴 싫었다고 한다. 정성을 들여 만들다 보니 고가제품이 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고. -“자유로운 성격의 아내는 우드카빙 작업”// “도면 그대로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가구는 남편이 제격” 여 대표의 작업 과정에선 자투리 목재가 남았다.  아내인 하 씨는 “직장생활만 하던 남편이 목공일만 하다보니 사업성 자체가 불안하다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고 지켜보는 입장도 힘들었습니다. 그 차제에 공방을 오픈하면서 우드카빙 공정(wood carving, 깍아서 만드는 살림도구)을 알게 되었고 남편이 가구를 만든 후 자투리 목재를 활용해 시도해보았죠. 나무를 자르고 깎아 수저, 젓가락, 주걱, 그릇 등 평소에 사용 할 수 있는 생활 소품을 만드는 것인데 그 작업에 몰두하다보니 걱정도 사라지고 그 작업에 매료 된 것 같아요. 사각사각 나무 위에 새겨지는 자연스러운 칼자국이 매력적이죠” 하 씨는 육아와 병행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목공일을 배우고 일은 시작했어도 초기엔 벌이가 되지 않는 시간이었으나 계속 격려해 주었던 남편은 당시 큰 힘이 됐다고. 한편, 하 씨는 이 과정 클래스도 운영한다. “클래스에 참여하는 분들이 숟가락 하나라도 완성품을 가지고 갈 수 있어 흡족해 하시더라구요. 그 표정을 보는 저도 덩달아 행복해져요” 하 씨는 또,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달팽이시장’에서 직접 제작한 우드 카빙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주문 가구 완성했을때 가장 기쁘고 보람 느껴요. 그 순간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여 대표에게 작업 중 까다로운 공정을 묻자 “기계 사용하는 일들이 어려웠습니다. 재단(자르는 일)하고 대패 치는 작업은 소음도 심하고 위험하기도 해요. 실수를 하는 경우에는 가구 자체를 못쓰게 되는 경우도 많아서 그 시기엔 정말 예민해져요. 그래서 제가 가장 컨디션 좋을 때 그 일을 합니다. 또 다 만들고 본드로 조립할 때도 본드가 붙는 시간이 워낙 짧아서 그때도 집중을 해야 해요. 이제는 익숙해져서 순서대로 하는데 정말 요령이 없었던 적도 있었죠. 완성해놓고도 망치는 경우가 바로 조립이거든요. 치밀하게 준비를 해놓아도 막상 끼울 때 반대로 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 과정은 단번에 정확성을 기하는 과정이어서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주문 가구를 완성해서 사진 찍을 때 가장 기쁘고 보람을 느껴요. 그런 보람을 느끼는 순간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제작을 마친 가구를 우리가 사용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입니다. 그래선지 완성작을 보면 너무 뿌듯해요” 정성을 다해 완성된 가구는 그래서 더욱 부부에겐 소중하고 애틋하다. “실제로 저희가 사용하는 가구는 탑판으로 만든 식탁이라든가 작업하다가 실패한 가구들만 사용해요 하하” -“아직 공방 기계실에 비가 좀 새지만 만족합니다” “대 이어 사용할 수 있는 가구 만들겁니다” “저는 목재를 통해 따뜻하고 여유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실상 해보니 아주 까다로운 일이지만요(웃음). 그렇지만 상담과 디자인, 납품까지 모든 과정을 제가 다하고 있어서 만족도가 높은 일이죠. 사용 후기까지 확인 할 수 있어 좋아요”라는 여 대표는 요즘 가구 수업 문의가 종종 있어서 기계를 사용하지지 않는 선에서 작은 가구 수업은 시도하려는 참이다. “아직 배워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깊이를 더 할 생각입니다. 이다음엔 새롭게 다가올 상황에 맞춰 자연스럽게 살고 싶고요. 이 일을 선택한 것엔 후회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했던 과정이었기 때문이죠. 아직 공방 기계실에 비가 좀 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워요(웃음). 쉽게 샀다가 버리곤 하는 가구가 아니라 한 번 구입하면 대를 이어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을 계속 할 겁니다” “안전하게 가려다보면 자꾸 욕심이 생기겠죠. 욕심을 조금 낮추면 느리게 가는 삶이 가능한 것 같아요. 이런 일을 하니까 그런 삶을 선택할 수 있었고 가능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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