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행문 세계 어디를 가든 시장만큼 그곳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활상을 여실히 드러내주는 공간은 없다. 시끌벅적한 공간 속에서 물건을 흥정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끼며, 살아있음의 생생함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곳. 천안문 광장과 자금성 등 수천년에 걸친 중국의 역사적 유물과 문화가 넘쳐 나는 도시, 북경에도 중국인들의 현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시장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우리 일행은 재래시장을 보면 그 나라의 그 도시의 농업을 한눈에 볼 수가 있으며 유통 구조도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중국 농업 연수 일정에 재래시장을 2곳 방문했다. 일행이 방문한 북경과 서안의 시장은 우리나라 재래 시장구조와 흡사했다. 채소시장, 고기시장, 과일시장, 의류시장 등 전문화된 도매시장엔 소매상으로 물건이 공급된다. 특징이라면 거리의 재래 시장(노점)들이 상가 안으로 이동, 차츰 현대화되고 있는 추세였다. 먼저 북경에서 제일 크다는 신발지농업시장(新發地農業市場)을 방문했다. 이 시장은 북경의 남부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이 지역은 생활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한다. 당초 북경 시내에 있었지만 시장의 규모 확대와 함께 도심지의 교통을 고려해 최근 북경 변두리로 이전했다고 한다. 이곳에선 일상적인 중국 재래시장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북경 신발지 시장의 특징이라면 우리나라의 가락동 농수산물시장과 비슷하다. 동이 틀 새벽 중국 각지에서 올라온 물건들이 경매를 거쳐 일반 도·소매장으로 이동된다. 이곳에서는 하루 2번 정도 경매가 이루어지는데 중국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농수축산물들이 집결한다고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신발지 시장의 경우 최근 몇 년 전에 형성된 시장 이어서인지 비교적 현대식으로 잘 정리돼 있었지만 통행로나 시장 주변에는 그야말로 돗대기 난장판 시장이었다. 이 시장 앞에 들어서면 신발지조류육류다협대청(新發地調料肉類茶 大廳)이라 쓰여 있었는데 시장건물들이 직선거리로 2km에 걸쳐 늘어서 있는 대규모 도매시장 단지이다. 주로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부식, 채소, 과일, 육류, 생선 등의 농축산물을 판매하고 있는데 품목별로 구분돼 판매하고 있었다. 우리는 시장 안에 들어가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을 직접 대면하여 볼 수도 있었다. 곡물, 양념을 판매하는 상점을 들어다보았는데 우리네 재래시장에서 포대기마다 쌀, 보리, 콩을 담아 놓은 것처럼 흡사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상점 출입문 위에는 2∼3개의 허가증 또는 상점일련번호가 붙여져 있었다. 시장 안에는 정부에서 「공공용 저울」을 배치해두고 있다고 한다. 모든 물건은 대체로 저울을 이용해 무게를 달아 팔고 사는데 소비자들이 상인들의 저울을 기준으로 구입한 물건의 무게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한다. 현지 시장에서 배추 한 포기 가격은 중국 돈으로 3원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무게로는 500그램에 1원 정도인 셈이다. 중국도 3원은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500원 정도인데 배추가격이 싼 편이다. 중국의 경우 양자강을 중심으로 그 이북은 겨울에 야채가 비싸고 여름에는 값이 싸다고 한다. 그리고 양자강 이남지방은 겨울에 야채가 싸고 여름에는 비싸다고 하는데 여름철 날씨가 너무나 더워 채소가 잘 보관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연중 전체기간을 통하여 농산물의 가격은 폭락 또는 폭등의 변동이 거의 없지만 도시와 농촌간에는 다소 가격차가 있다고 한다. 농산물 가격 폭락, 폭등이 없다는 가이드의 말에 우리 농업인 일행들은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매년 불안한 농산물 가격, 폭리를 치하는 중간 도매상인 등 시장 가격 형성부터 유통 구조까지 우리와는 사뭇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의 농산물 가격이 평균적으로 안정되는 이유에 대해 가이드는 중국 정부에서 일정한 가격 조정을 하고 흉작이 들었을 경우 정부 비축품을 푸는 동시에 중간 도매상의 매점매석을 막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광범위한 대지에 지형과 기후가 다양해 대부분의 농산물들은 자체 공급되고 중국 전체가 흉작이 들 때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신발지 시장에는 삭막한 여느 도시의 시장에선 찾아볼 수 없는 넉넉한 인심과 정겨운 웃음이 있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좌판을 죽 늘어놓고 얼굴 가득 웃음을 지으며 지나가는 이의 옷섶을 붙잡는 재래시장이든. 잘 지어놓은 건물 안에 깔끔하게 단장해 놓은 현대식 시장이든 상인들의 얼굴에는 중국인들 특유의 자긍심과 여유가 그득하고, 장바구니를 든 이들도 친근한 이웃 같은 상인들의 웃음은 정겹게만 느껴졌다. 넉넉하지만은 않은. 어찌 보면 다소 빈약하기까지 한 물건들이 그다지 초라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런 북경 시장의 여유와 고향에 온 것 같은 친근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국의 수도 북경의 시장이 대규모라면 서안의 시장은 우리 경주의 성동시장이나 중앙시장 규모였다. 서안 야채도매시장. 마치 우리나라의 시·군단위 상설농산물 시장과 비슷하였는데 농산물을 판매하는 방식도 유사했다. 이곳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농산물들은 서안으로부터 남방으로 20km 떨어진 함양시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직접 싣고 와서 판매하고 돌아간다고 한다. 시장에 출하되는 주요 농산물은 호박, 마늘, 파, 양파, 부추, 양배추, 토마토, 오이, 감자, 고추, 생강, 옥수수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농산물과 비교한다면 대과형으로 모두 큰 사이즈졌다. 고추는 15cm 정도로 길면서도 꼬불꼬불한 모양이었으며 감자는 굵고 품질이 좋아 보였다. 호박은 수박보다 크고 부추도 억센 풀 같아 보였다. 서안 시장의 특징이라면 북경 시장과는 달리 12구멍의 소형연탄, 삼륜차 스타일의 채소운반차, 연자맷돌 형태의 고춧가루 분쇄 방아, 국수를 썰고있는 아주머니의 모습 등 농촌 시장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가 있다는 점이다. 일행 중 품질과 가격을 비교하기 위해 호두와 고추 등 몇 가지 농산물을 직접 구입했는데 품질도 품질이지만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교조차 할 수가 없었다. 대파 한 단에 우리나라 돈으로 400원, 호박 하나 500원, 호두 5kg 정도에 5천원 정도 판매되고 있었다. 정말 싼 가격에 우리 농민들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중국의 값싼 농산물들이 수입되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농산물 관세가 철폐되고 물밀 듯이 밀려오는 날이면 우리 농업은 현 시점에서 붕괴되고 말 것만 같은 위압감이 마음속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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