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학사회가 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다. 대학의 위기라는 말은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는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아무도 정말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해방당시 1개 대학으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대학은 현재는 4년제 195개, 전문대학이 160여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팽창의 그늘에는 수많은 문제가 싹터 자라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대학이 담당해야할 우리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앞서 이끌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여 위기를 자초하였다는 것이다. 주무부서인 교육인적자원부 당국자가 스스로 고백하고 있듯이 질적인 면에서 너무나 부끄러울 정도라는 것이다. 대학에 몸을 담고있는 필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급변하는 세계사의 조류에 함께 하지 못하고 이른바 상아탑이란 곳에서 안위만 즐겨 온 댓가를 이제야 톡톡이 치르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적인 문제는 우리지역에 함께 하는 지방대학에는 그것마저 사치일 뿐이다. 우리가 처한 현실은 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존립 자체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 경주지역에는 3개의 4년제 대학과 1개의 전문대학이 있다. 이들 4개 대학의 총 재적수는 2003년 기준으로 32,674명이다. 시 전체 인구가 채 30만이 안 되는 중소도시에 열 명 중 한사람은 대학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군입대나 기타 휴학자를 빼고 재적생의 70%만 등록한다고 할 때 약 2만 2천명 이상이 경주에서 대학을 다닌다. 이들은 대부분이 이웃 울산이나 포항 그리고 다른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경주에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다. 우선 경제적으로 보면 등록금을 제외하고 한 사람이 한 달에 20만원을 쓴다고 보면 약22억 8천, 연간 450억 내지 500억을 집세, 물세, 교통비, 먹는데 입는데 쓴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가난해도 학생은 부자들인 오늘의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들은 경주의 무시할 수 없는 경제자산인 것이다. 흔한 말로 사립대학은 주인이 따로 있는데 주인이 돈버는 사업 아니냐고 냉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는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우리나라의 지방대학 사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지금 대학해서 돈 번다는 것은 꿈같은 소리임을 알 것이다. 우리경북을 기준으로 년간 고등학생이 1만 명 씩 줄어들고 있다. 단순계산해서 1만 명이면 2500명 모집하는 대학 4개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이다. 미래 대학자원인 초등학생 수는 지난 20년간 3분의1로 줄었는데 같은 기간 대학은 3배로 늘었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금 대학은 살아남기 위하여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수가 연구와 강의는 제쳐두고 학생모집하기 위해 일선 고등학교에 나가야 할 판이다. 해마다 미달사태가 난다. 울산, 부산, 포항에서 멀어서 경주에 있는 대학에 못 오겠다고 하니 수 십 대 씩 통학버스를 내주어야 한다. 수업이 끝나면 이들이 썰물처럼 빠진다. 학교 앞 상권이 위축된다. 택시 승객이 줄어 울상이다. 대학의 위기가 지역경제를 주름지게 한다. 드디어 지역대학의 위기가 지역사회의 위기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역대학과 지역사회는 함께 사는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여태 저 혼자 잘난 척 하더니 급하니까 손내민다고 비웃을 일이 아니다. 지역사회, 커뮤니티라는 말은 함께, 공동으 로 살아가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지역과 지역대학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지역사회는 4개 대학 500여명이 넘는 석사·박사급 인재들의 지혜와 전문지식을 공유해야한다. 500여 인재풀을 가진 중소도시가 흔치않다. 지식인의 전유물처럼 되어 있는 냉소와 비난을 공존과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의 장으로 불러내야 한다. 지역에서 추진되는 각종 연구와 개발계획에 지역의 인재를 적극 참여 시켜야 할 것이다. 서울로 서울로 하며 지역의 인재를 배제하는 잘못된 인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 꽁꽁 닫혀있는 대학사회도 가슴을 열어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 시민과 함께 하지 않는 대학은 생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존재 가치도 없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따뜻한 사랑과 후원으로 지역대학을 키워야 한다. 이웃 울산이 대학을 유치하기 위하여 시장을 필두로 전 시민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것을 강 건너 불 보듯 하고 있는 사이 우리지역대학이 자원을 잃고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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