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女선배 선수 ‘영구제명’, 남자 선배는 ‘10년 자격정지’ 고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에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여자 선배선수에게 ‘영구제명’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가 내려졌다.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 6일 7시간의 회의 끝에 고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폭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 경주시청 감독과 여자 선배를 영구제명키로 결정했다. 또 다른 가해자로 지목 받는 남자 선배는 중징계인 ‘10년 자격정지’를 내렸다. 법조인과 대학교수로 구성된 스포츠공정위는 협회가 제공한 폭행·폭언 관련 자료 등을 토대로 검토하고, 이들 3명을 불러 소명을 듣는 절차를 거쳐 이 같이 결정했다. 스포츠공정위는 “관련자 진술 영상 및 자료들과 이들 3명의 진술이 상반됐지만,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고 최숙현 선수가 남긴 진술과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징계 혐의자의 혐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징계 혐의자 3명의 진술이 조금씩은 달라야 하는데 같은 패턴으로 진술하는 것으로 보였다. 진술을 준비했다고 볼 부분이 있었다”며 “다른 의견도 있었지만 고 최숙현 선수와 다른 피해자들의 진술이 더 일관되고 신빙성이 있었다”고 중징계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스포츠공정위의 중징계가 내려졌지만, 결정에 불복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이들은 징계결정 7일 이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폭행 등의 혐의에 연루된 ‘팀닥터’라고 불리는 운동처방사는 징계를 피했다. 그는 대한철인3종협회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위 규정상 징계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철인3종협회는 운동처방사를 사법기관에 고소할 방침이다. -고 최숙현 동료선수 상습 폭력·폭언 증언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다’ 고 최숙현 선수와 경주시청에서 함께 뛴 2명의 동료선수들이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 돼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감독은 숙현이와 선수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으며, 주장 선수도 숙현이와 저희를 집단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했다. 이어 2016년 8월 콜라를 한 잔 먹어서 체중이 불었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 빵을 먹게 한 행위, 견과류를 먹었다는 이유로 폭행당한 사실, 2019년 3월 복숭아를 먹었다고 감독과 팀 닥터가 술 마시는 자리에 불려가서 맞은 사실 등을 증언했다. 이들은 또 “경주시청 선수 시절 동안 한 달에 열흘 이상 폭행당했다”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다. 두 선수는 “팀 최고참인 주장 선수는 항상 선수들을 이간질하며 따돌림 시키고, 폭행과 폭언으로 선수들을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며 “고 최숙현 선수와 저희를 비롯한 모든 피해자들은 처벌 1순위로 주장선수를 지목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팀닥터로 불린 안 씨에 대해서는 “자신이 대학교수라고 말했으며 수술을 하고 왔다는 말도 자주 했을 뿐만 아니라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고 있는 숙현이 언니를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까지 말했다”고 증언했다. 끝으로 이들은 “선수 생활 유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숙현이 언니와 함께 용기 내어 고소하지 못한 점에 대해 언니와 유가족에게 사과한다”며 “지금이라도 가해자들이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제대로 처벌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감독과 선배 선수 2명 폭행 혐의 전면 부인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의 증언과는 달리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된 감독과 선수 2명은 폭언과 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 긴급현안질의 자리에서였다. 이용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모 감독과 선수 2명에게 “피해자 또는 최숙현 선수에게 사죄드릴 생각이 있는가”라고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폭행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먼저 김 감독은 “어려서부터 제가 지도해왔던 아이인데 이런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부모 입장까지 제가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너무 충격적이고 가슴 아프다”고 했다. 이 의원이 다시 “폭행·폭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감독은 “감독으로서 관리감독, 선수 폭행이 일어났던 걸 몰랐던 부분에 제 잘못을 인정하고 그 부분을 사죄드린다”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관리감독에 대한 사죄인가. 폭행과 폭언에 대해 무관한 것인가”라고 재차 묻자 김 감독은 “네. 폭행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2명의 선배 선수들도 폭행 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여자 선배 선수는 “(고 최숙현 선수와)같이 지내온 시간에 가슴이 아프지만 일단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남자 선배 선수 역시 “그런(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또 “사죄할 것도 그런 것도 없다”면서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미안한 건 없고 안타까운 마음만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국회 상임위 긴급현안질의에는 최 선수의 부모, 그리고 최 선수와 마찬가지로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동료 선수와 부모가 참관했다. -경북도 경주시·체육회 특별감사 실시 고 최숙현 선수는 2월부터 사망 전날까지 4개월여 동안 국가인권위원회·검찰·경주시청·대한체육회·철인3종협회에 여섯 차례나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진정서를 내거나 고소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포츠계 고질적인 폭행을 근절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 지자체, 체육회, 사법기관 등에 따가운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고 최숙현 선수의 전 소속팀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을 관리해야 할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 등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경주시와 체육회는 최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할 때까지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와 관련 경북도는 최 선수 사망과 관련해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를 특별감사한다. 지난 7일 경북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협조 요청에 따라 감사실 직원 등으로 특별감사팀을 꾸려 최 선수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제보를 경주시가 제대로 처리했는지 집중 확인한다. 또 선수 인권 보호 체계 전반을 감사하고 실업팀 운영 실태를 점검한다. 도 직원 3명, 도 체육회 직원 3명을 투입해 오는 8일부터 10일간 감사하고, 필요하면 기간을 연장키로 했다. 도는 감사 결과에 따라 인권침해 등 비위를 확인하면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경북지방경찰청도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경주경찰서 내부 감찰에 들어갔다. 지난 6일 동료선수들이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주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최숙현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가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했다”며 “벌금 20~30만원에 그칠 것이다. 고소하지 않을꺼면 말하지 말라”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 경주경찰서의 초동수사 과정 등에 문제가 있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차원으로 전해졌다. 경주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접수부터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담당 형사팀장이 직접 책임 수사했다”면서 “피의자들이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관련 참고인 진술 확보, 계좌분석 등을 통해 범죄사실 입증해 검찰에 기소 의견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최 선수 측은 지난 3월 5일 대구지검 경주지청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검찰은 같은 달 9일 경주경찰서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주경찰서는 수사를 거쳐 5월 29일 사건에 연루된 4명을 아동학대·강요·사기·폭행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는 대구지검으로 이첩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지검은 지난 7일 기존 수사팀을 확대 개편했다. 아동학대 전담 검사 4명, 수사과 전문 수사관 5명 등 14명으로 특별수사팀을 편성해 수사하고 있다. 또 경북경찰청은 광역수사대에 2개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최 선수 외에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지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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