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경주는 기존의 전통적 산업과 관광산업만으로 살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방폐장 유치를 결의, 전국 각 후보들 중 투표에서 찬성률 1위로 경주에 방폐장을 유치했다. 이에 앞서 부안군수는 방폐장 유치를 위해 뛰다가 주민들에게 폭행 당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확정이 결렬되었고 방폐장 건설에 따른 현금 3000억원, 한수원 본사이전이라는 정부의 적극적인 당근이 제시해 방폐장 유치경쟁을 일으켰다. 당시 경주의 유치확정에 많은 국민들과 시민들이 놀랐다. 그렇다면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의 살림살이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2019년 ‘지방재정365’라는 사이트에서 자주적 재정 비율을 살펴보니 경주시의 재정자주도는 55.96%로 그때 방폐장을 반대한 부안군의 52.54%에 비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수원은 경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유치한 경주와 한국전력이 간 광주, 한전공대가 설립된 나주 나주가 그곳들이다. 그렇게 한수원 관련 기업들이 분산되어서일까, 방폐장 유치 후 관련기관 이전 약속으로 경주에 양성자가속기도 설치하였지만 경주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체감을 잘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맥스터를 증설하여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핵폐기물 추가로 저장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했을 때 경주시민들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인천광역시에는 수도권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를 관리하는 수도권 매립지관리공사가 있다. 이 기업은 경기도 일대에서 발생하는 각종 산업 및 가정용 폐기물의 적정처리와 자원화를 촉진하고 주변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1991년 설립된 수도권매립지운영관리조합을 2000년 국가공사로 출범시킨 것이다. 이 공사는 수거단계부터 체계적인 원칙과 계획을 세워 경기도 폐기물 재활용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그 원칙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재활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 아파트들에 대해서는 쓰레기 수거를 거부하는 등 강제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 수도권 매립지관리공사의 수익금이 2000억원 이상 적립이 되어 있어 이 기금을 전액 지역장학회와 지역 발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한수원도 경주 지역사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체감하는 게 없다는 것이 문제이며 한편으로는 그 혜택이 극히 일부에게만 돌아간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경주 선도동에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본사가 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를 효과적으로 하고 핵으로부터의 위해를 방지하여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공단은 2018년도 기준으로 매출액이 1176억원인데 영업이익이 7100만원으로 1억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이 말은 무엇을 의미 할까? 자산이 1조6000억원인 이 기관에서는 방폐장을 유치하고 관리를 하면서 그 비용을 1000억원대를 받으며 우리 경주시민들에게는 얼마를 썼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기금조성현황을 보면 2018년 결산의 자체 수입은 8000억대인데 대부분 자체 폐기물 관리비용으로 들어가고 있다. 맥스터 도입에 대한 논의는 좀 두더라도 지금까지 기금 조성현황과 관리내용을 살펴보면 경주시민들의 살림살이를 돕기 위한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경주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배당을 한다거나 하는 무언가 가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국가재난기금’이 아니라 ‘방폐장 기금’ 혹은 ‘한수원 기금’을 통해 경주시민들과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 조치가 있어야 맥스터도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국가에너지를 책임지고 그 폐기물을 쌓아 두는 경주에 제대로 된 기금 설립과 그 설립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진다면 맥스터에 대한 반대가 이토록 거세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선례가 없었고 맥스터에 대한 각별한 전제조차 없는 상황에서라면 더 이상 핵폐기물을 경주에 둬서는 안 된다. 맥스터 증설을 논하기 이전에 현재 경주에 살고 있는 시민들과 관계자들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경주땅을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든 책임부터 져야 할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지만 따지고 보면 이들 논의의 대부분은 내 땅에 있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내 땅이 폐기물로 더렵혀지면서 상황이 바뀌어 찬성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반대로 돌아설 수 있다. 때문에 경주사람들을 우선하는 특단의 조치를 먼저 내놓는 것이야말로 지금까지 국가적 에너지 공급을 위해 원전을 떠안고 산 경주시민들에 대한 당연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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