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작품을 따라 걷다 보면 옛 정취 가득한 고향 집이 떠오른다. 오래된 나무 사이로 볕이 들면 무거웠던 마음을 잠시 내려놓으며 평온함에 젖어 쉬어간다.
렘트갤러리(관장 권종민)에서는 오는 10일까지 김직구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오래된 나무’전을 선보인다. 작품 ‘영월길’ ‘잡목’ ‘늙은 버들’ ‘광릉숲’ 등 작가의 추억 서린 오래된 나무들이 빛과 바람을 만나 아련한 감성을 자극한다.
1988년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1992년부터 안강여고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그동안 작품 활동보다는 후진 양성에 열정을 쏟아왔다. 삶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그동안 미뤄오던 개인전, 두 번째 전시 이후 25년 만에 갖는 전시이기에 작가에게도 이번 전시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김 작가는 “오랫동안 버려진 나무일지라도 볕이 들면 그림자 하나씩은 갖게 된다. 그런 소소한 얘기라도 하고 싶어 작게나마 개인전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변의 작가 친구들의 관심과 격려로 시작된 전시. 작가는 3년 전부터 학교생활 속 틈틈이 시간을 내어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그렇게 하나둘 완성해 온 유화작품 18점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
주로 주변을 산책하면서 나무와 빛과 바람 등 자연에서 모티브를 얻는다는 작가는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속 묘사를 통해서도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정서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안정감을 준다.
김 작가는 “대학 시절 미술이라는 아름다운 학문을 했었다는 것을 오랜 시간 잊고 있었다. 전시를 위해 하루 몇 시간씩 작품에 몰입해보니 내가 그림을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미술이라는 아름다운 틀로 세상을 바라보며 주위 세상이 아름답길 바랐던 그 시절로 돌아가 기분 좋게 작품을 그려나갔다. 이번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에도 아름다운 변화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권종민 관장은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김직구 작가의 작품과 함께 긍정적으로 극복해나가길 바란다”라면서 “정겨운 옛 추억을 회고하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전하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과 관람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직구 작가는 1962년 달성 출신으로 1988년 2월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개인전(1991, 1995)을 치렀다. 포항청년작가회, 이형회, 계명회,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수의 그룹전과 국내외 교류전에 참여했다. 현재 안강여고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