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주시 ‘시민소통관’ 이성락 씨가 뜻밖의 글을 페이스 북에 올렸다. ‘맥스터 증설에 대한 단상’이란 제하의 글은 어려운 시절 연탄보일러에 비유해 맥스터의 증설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6월 21일 오전, 맥스터를 반대해온 이원희 씨가 이 글에 대한 반박을 실었다. 그것도 똑 같이 연탄재를 소재로 했다. 이원희 씨가 페이스북에는 이성락 씨의 글이 그대로 딸려 있기도 했다. <사진>
이성락 씨 글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두 글을 동시에 읽을 수 있었다. 관심있는 분들은 페이스북 검색창에 두 분의 이름을 검색해보길 바란다.
이에 대해 양쪽에서 지지하는 사람들의 댓글이 난무했다. 이원희 씨가 쓴 대로 마을주민들이 양쪽으로 나뉘어 싸우는 꼴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는 굳이 논하지 않겠다. 다만 이 글은 처음부터 시작이 잘못됐다. 고준위 방사선 폐기물은 연탄재처럼 마을을 치우고 한쪽에 세워둘 만큼 시시껄렁한 폐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보듯 언제 어떤 식으로 반경 수십 킬로를 폐허로 만든 채 모든 생명을 절단 낼지 모르고 반경 수 백 킬로를 방사능 오염권으로 만들어 길이길이 후손에 원자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폐기물이란 사실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을 연탄재에 비유한 이성락 씨나 그걸 그대로 받은 이원희 씨의 글은 맥락상의 의미는 인정되지만 원천적으로 크게 틀린 셈이다.
양쪽으로 나뉘어 싸우는 댓글에는 이성락 시민소통관이 이런 글을 쓸 자격이 되는가라는 물음에도 닿아 있다. 개인 이성락 씨는 당연히 그럴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가 ‘시민소통관’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면 문제가 아주 다르다. 시민소통관은 시장이 시민과 소통하라고 임명한 자리다. 더구나 맥스터 문제는 경주에서 핫 이슈 중의 핫 이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런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시민소통관이 연탄재를 비유해 글을 썼다는 것은 주낙영 시장의 의식수준이 고준위 핵폐기물을 연탄재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꼴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렇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만약 이성락 소통관이 순전히 자의로 이 글을 썼다면 그는 더 이상 시민 소통관의 직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의 뜻을 시장에게 전하는 것이 시민소통관의 역할이다. 시장의 뜻을 시민에게 전하는 직책이었다면 ‘시장대변인’이라고 써야 했을 것이다.
경주 유사 이래 가장 뜨거운 논쟁에서 시민의 뜻을 전하는 데서 오버해 시민의 뜻을 한 쪽으로 조장한 것은 시민소통관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이원희 씨가 쓴 비유에서처럼 시장이 맥스터를 쌓아두자고 주장한 것과 같은 꼴이 됐다. 역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시민소통관이란 직책이 그런 의혹을 낳게 한다.
또 한 가지 이성락 소통관이 간과한 것이 있다. 그 마을에는 연탄보일러를 떼되 연탄재는 보일러 근처에 두면 안 된다는 마을 공동의 법이 연탄보일러 만들 때부터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