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오는 10월 열릴 예정인 신라문화제를 민간단체가 주도하도록 할 것으로 보여 장기적인 차원에서 경주의 문화예술저변확대와 경쟁력 확보가 기대된다.
경주시는 지난해 오랫동안 특징 없이 관례적으로 개최해오던 신라문화제를 올해 문화관광육성축제 선정을 목표로 29억원에 달하는 많은 예산을 들여 대대적인 판을 벌였다. 그리고 예산 집행도 크게 두 부문으로 나눠 행사 운영비 68건에 14억3546만원은 경주시 문화예술과가 직접 집행하고, 17건 14억8000만원가량은 민간위탁 보조금으로 배정했다.
그러나 경주시의 품었던 계획과 목표와는 달리 지난해 신라문화제는 그리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장기적인 플랜에 의한 콘텐츠 개발이나 경주만이 갖고 있는 역사문화예술의 정체성을 이끌어내기 보다는 이벤트를 위한 시설이나 일회성 공연에 전체 예산의 10%이상을 사용하는 등 신라문화제가 지향해야 할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올해 제48회 신라문화제는 경주시가 행사의 콘텐츠 등을 주도하지 않고 행정지원만 하겠다고 한다. 개·폐막식 등 신라문화제의 가장 큰 프로그램은 전문기관인 경주문화재단이 맡고 퍼레이드와 문화예술행사 등은 한국예총 경주지회에서 진행하며 예산 집행도 각 단체가 직접 하도록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경주시로서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행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우려될 것이다. 행정에서 중시하는 예산집행이나 정산 등의 능력 부족, 인력과 역량 부족 등을 걱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주시는 신라문화제를 오랫동안 행정이 직접 맡아왔지만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지역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이 문화예술의 주체가 되어야 발전할 기회가 생기며 특색 있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경주시로서도 공무원들의 과다한 개입으로 문제가 되는 것보다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이 행사를 잘 할 수 있도록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감사를 통해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문화예술계도 행사를 주도하게 되면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르는 만큼 갖고 있는 전문성을 최대한 살려, 시민들과 함께 신라문화제가 명품 축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