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경제적 위기에 내몰린 취약 계층의 구조를 위해 시급히 시행되었어야 할 긴급 재난대책을 두고 그동안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였다. 당초 이 논의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주장에서 촉발되었다. 이 대표는 3월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재난기본소득 50만원을 지급해 달라는 국민청원 글에서 “경계에 서 있는 소상공인, 프리랜서, 비정규직, 학생, 실업자 1000만 명에게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집세를 낼 수 있는, 아이들을 챙길 수 있는, 집에서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는 소득이 필요하다”고 밝혀,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 계층에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자 3월 2일 황교안 대표가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에서 “재난 기본소득 정도의 과감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고, 다음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국민 평균 50만원 이내 긴급 생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하여 이 논의는 급속히 정치권으로 퍼져나갔다.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민과 시민들에게 소득과 나이에 관계없이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나왔고, 김경수 경남지사는 전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으로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하자고 주장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은 3월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난기본소득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 해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3월 30일 당정청 협의를 통해 국민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가구당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정책을 발표하자 이번에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4월 5일 대국민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 1주일 내에 모든 국민에게 1인당 50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불을 지폈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에 질세라 “모든 4인 가구에 100만원을 드리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홍남기 부총리는 코로나로 인한 추가적인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 여력을 남겨둬야 하고 다른 국가의 지원 사례를 살펴봐도 국민 100% 지급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부총리가 민주당의 주장에 반대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은 홍 부총리 경질을 주장하면서 압박했고, 정세균 총리도 기획재정부에 경고장을 날렸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 악화를 우려하여 70% 입장을 굽히지 아니하자 청와대와 여당은 전 국민에게 지급하되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자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기재부의 입을 막았다.
본래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 국민들에게 긴급 생계지원금을 지급한다는 목적으로 출발한 대책이 선거 과정에서 여야의 선심 공약 경쟁을 통해 국민 100% 지급으로 확대됐다. 또한 전 국민에게 지급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당초 긴급 생계비 지급 목적에다가 소비 진작을 통해 자영업자와 영세 상인을 돕는다는 목적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이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자발적 기부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부금으로 모집하거나 신청이 없을 경우 기부금으로 처리한다는 특별법까지 제정했다. 급조된 자발적 기부는 여러 가지 논란을 낳았다. 당장 관제 기부라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소비를 진작시켜 자영업자와 영세상인을 지원한다는 목적에서 볼 때 지원금을 기부할 것이 아니라 소비해야 옳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도 “기부는 자발적 선택이다. 강요할 수도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된 일”이라고 선을 그었고, 집단 기부의사를 밝힌 단체장들도 기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고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한 긴급재난지원금은 문재인 식 위기 극복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돈 봉투가 공개적 제도의 옷을 입고 등장했다며 선거타락을 걱정하거나 포퓰리즘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공돈은 받을 때는 좋지만 결국 그 돈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이 돈을 세금으로 충당할 경우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려야 하고, 국채로 충당할 경우 미래 세대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사실을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홍남기 기획재정부장관이 국가재정을 악화시켜 국민 경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5월 11일부터 본격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됐고, 이번 대책의 승패도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본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그 사이에서 강팡질팡한 정부의 대응을 보면서 ‘100리 안에 굶어 죽은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경주 최부자집 가훈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