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 프로그램을 보면,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을 아래처럼 표기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op.’ 는 무슨 뜻일까? Beethoven, Symphony No. 9 op.125 ‘Choral’ ‘op.’는 ‘opus’의 약자다. ‘opus’는 ‘작품’이란 뜻이므로 ‘op.125’는 ‘작품 125’라고 읽으면 된다. 그런데 ‘op.’뒤의 번호는 보통 출판순서대로 매기므로 ‘작품번호 125’라고 읽어도 된다. 따라서 위 표기는 ‘베토벤 9번 교향곡 작품번호 125 합창’이라고 읽는다. 결국 ‘op.’은 작품일련번호인 셈이므로 작곡가의 작품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작품에 ‘op.’번호를 부여한 것은 베토벤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작품에는 1번부터 138번까지의 ‘op.’번호가 매겨져 있다. 하지만 모든 작품에 번호가 부여된 건 아니다. 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일부 작품에는 ‘WoO’를 부여하여 관리하고 있다. ‘WoO’는 ‘작품번호 없는 작품(Werke ohne Opuszahl)’이란 뜻이다. 그럼 베토벤의 선배작곡가들은 어떨까? 아래는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의 프로그램 표기이다. Mozart, Piano Concerto No. 21 K467 ‘op.’가 아닌 ‘K’로 표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에는 작품관리라는 개념이 온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따라서 모차르트가 스스로 작품번호를 부여하지 못하고, 그가 죽은 후 후배 음악학자인 쾨헬(Köchel)이 부여한 것이다. 당연히 ‘K’는 쾨헬의 머리글자다. ‘K467’을 ‘작품번호 467’이라고 읽어도 좋고, ‘쾨헬번호 467’로 읽어도 좋다. 쾨헬번호는 626번까지 매겨져 있다. 엄청나지 않은가? 모차르트는 35년을 살았으니까 한해 평균 20편을 작곡한 것이다. 베토벤의 스승이었던 하이든의 작품도 호보켄이라는 사람이 ‘Hob.’이라는 번호를 매겼는데 약간 특이하다. 다음은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E장조’의 프로그램 표기이다. Haydn, Piano Sonata in E-flat Major, Hob.XVI:52 ‘Hob.’ 다음에 로마자가 표기되어 있는데, 이것은 호보켄이 하이든의 작품을 대분류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Hob.Ⅰ’에는 교향곡이, ‘Hob.Ⅲ’에는 현악4중주곡이 들어있다. 그리고 위의 ‘Hob.XVI(16)’에는 피아노 소나타가 들어있다. 따라서 ‘Hob.XVI:52’는 피아노 소나타 중 52번째 작품이라는 뜻이다.Bach, Goldberg Variations BWV988Händel, Messiah HWV56 Schubert, Der Erlkonig D.328 베토벤보다 한참 선배인 바흐와 헨델의 작품은 BWV과 HWV로 분류한다. 여기서 ‘WV’는 ‘Werke Verzeichnis’의 약자로 ‘작품목록’이란 뜻이다. 따라서 BWV는 바흐작품목록, HWV는 헨델작품목록이다. 한편, 슈베르트는 베토벤의 후배 작곡가지만 ‘D(도이치)’라는 기호를 사용하여 작품을 분류한다. 19세기 이후의 작곡가는 거의 예외 없이 ‘op.’를 사용하는데, ‘opus’의 복수는 ‘opera’다. 이것은 오페라가 여러 작품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종합예술작품이라 사실을 증명한다. 물론 오페라에도 하나의 작품번호가 부여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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