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88년 세계유산협약가입 이후, 현재까지 14건의 세계유산을 등재시키면서 세계유산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그 중 4개소가 한 도시에 있는 도시는 경주뿐이며 전세계적으로도 드물다. 세계유산목록의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세계유산의 등재와 활용에 관심이 쏠려 있을 뿐, 보존ㆍ관리에는 소홀한 편이다. 이에, (재)신라문화유산연구원 김창섭 문화사업팀장은 ‘경주 황룡사지(皇龍寺址) 보호ㆍ관리의 방향성 연구 -세계유산협약 및 운영지침 요건의 관점에서(2019)-’라는 논문에서 2000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경주역사지구 내 경주 황룡사지(이하 황룡사지)를 대상으로 세계유산협약 및 운영 지침에서 지시하고 있는 보호 관리 요건을 기준으로 유산의 보호ㆍ관리현황을 비교 분석하고 그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바 있다. 김창섭 팀장은 2017년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종합기본계획, 2019년 경산 임당동과 조영동 고분군 종합정비계획 등의 여러 굵직한 사업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 기사는 김창섭 팀장의 연구논문을 인용발췌하고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성됐다. 한편, 황룡사는 진흥왕 때부터 시작해 선덕여왕까지 한 세기에 걸쳐 건립된 동양 최대의 사찰이다.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고 이보다 앞선 1963년 국가 지정문화재(사적 제6호)로 지정됐다. 황룡사 유적은 1976년부터 발굴 조사 중이며 복원·정비 사업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조사 중이다. -세계유산협약과 운영지침상의 보호ㆍ관리...유산의 ‘보호’에 관한 사항과 유산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사항으로 크게 구분돼 김창섭 팀장은 “황룡사지의 국가 사적으로서의 정비 방향은 몇 가지의 계획과 법을 통해 보호관리가 이뤄지고 있으나 세계유산 운영지침 상에서의 보호·관리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세계유산 관점에서 황룡사지를 전체적인 방향성에서 우선 고찰하고 개별 유적이 지닌 특성을 파악해 세부적인 기본 계획까지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라며 연구의 취지를 밝혔다.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에선 크게 유산의 ‘보호’에 관한 사항과 유산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사항으로 구분돼 있다고 한다. ‘보호’에 관한 지침에선, 유산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유산이 지닌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이 주변의 변화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보호수단을 마련하고 보호구역과 완충구역을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리 및 활용’에 관한 지침에서는 유산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관리계획을 세우고 이를 도시계획과 통합하는 등의 효과적인 관리체계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개발압력이나 재해 등 위협요인으로부터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위기대응 장치와 주기적 관리가 필요하며 유산의 가치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지속가능한 활용이 가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유산 등재 이후에도 유산의 보호·관리에 효과적이고 적극적인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의 네 가지의 요구 조건을 준수해야하는데 첫째, 지역개발계획(도시계획 등)에 유산 보호를 반영한 종합정책을 수립할 것과 둘째, 유산을 위협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할 것, 셋째, 유산의 보호ㆍ관리를 위한 전담 관리 기구를 설치할 것, 넷째, 유산의 지정, 보호, 보존, 활용 및 기능 회복에 필요한 법적, 행정적 및 재정적 조치를 취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유산협약 및 운영지침 요건의 관점에서 본 황룡사지의 보호ㆍ관리 개선방향은? 김 팀장은 현재 황룡사지의 보호ㆍ관리 현황을 세계유산협약과 운영지침에서 제시하고 있는 네 가지 요구조건에 비추어 볼 때, 여러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유산보호를 위한 도시계획 체계 측면이나 유산을 위협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구체적인 보호방안 측면, 유산의 보호ㆍ관리를 위한 전담하는 관리 기구 설치 측면, 유산의 지정, 보호, 보존, 활용 및 기능 회복에 필요한 법적, 행정적 및 재정적 조치 측면 등에서였다. 그는 이러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보완해 유산의 보호ㆍ관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치들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세계유산협약과 운영지침이 요구하고 있는 네 가지 요건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 경주 황룡사지의 보전ㆍ관리체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해야 할 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첫 번째의 보호ㆍ관리의 방향은 도시계획 등 유산보호를 위한 정책 수립단계에서 세계유산 보호ㆍ관리의 특수성과 일관성 확보를 위해 관련 계획들(경주시 도시기본계획 및 경관계획, 경주 고도보존육성계획,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 종합기본계획, 황룡사지 보존ㆍ정비 기본계획 등)의 수립 시 국제적 기준과 원칙에 근거하여 계획하고 각 계획수립을 위한 규정에 계획들 간의 상호연계를 위한 지침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유산을 위협하는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보호방안의 조치로는, 현재 문화재보호법에서는 유적의 보호ㆍ관리가 일률적인 지침으로 설정되어 있고, 세계유산으로서의 특수성이 반영되고 있지 못해 차별화된 규제와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황룡사지는 도심에 위치한 특성으로 인해 주변의 경관특성과 개발양상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지역특성을 반영한 보호ㆍ관리기준이 필요하고, 문화재 보호를 위한 규제로 인해 주민들의 불만을 반영하는 차별화된 지원기준 마련 또한 필요해 유산의 보수ㆍ정비 시스템 개선을 위해 세계유산 관련 국제적 기준과 원칙에 근거한 심도 있는 해석과 구체적 기준마련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세 번째로 체계적ㆍ효율적인 세계유산 보호ㆍ관리를 위해 경주시에 세계유산을 전담하는 관리 기구를 신설해 관련 업무를 총괄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주시의 세계유산 전담관리 기구는 경주시 문화관광국 내 왕경조성과, 문화재과와 사업소인 사적공원관리사무소로 분산되어 있는 세계유산 유지보수 및 관리업무를 이곳에서 총괄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시민과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경주의 세계유산을 소개하고 알리는 교육, 홍보, 자원봉사자 육성 등 다양한 활동들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네 번째로 법적ㆍ재정적 측면에서 세계유산의 체계적인 보존관리, 안정적인 재원 확보, 지속가능한 보존관리 모색 등을 위해서는 기존과는 별도의 법제도(관련 특별법, 지자체 조례 등) 마련이 요구된다며 유산의 지속가능한 활용측면에서는 세계유산의 교육, 홍보ㆍ안내, 활용 등과 지역주민의 참여 확대(관리위원회 참여 등)를 적극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세계유산이 지역주민의 불편이나 불만의 대상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공존하며 자부심을 높이고 우리 세대만이 향유해야 할 유산이 아니라 미래 세대인 후손들도 향유해야할 유산으로서 온전히 보존ㆍ관리해야 할 것이라 했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활용의 핵심 개념임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이로써 황룡사지의 세계유산 등재 후 보호ㆍ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세계유산협약과 운영지침의 관점에서 미흡한 점과 향후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내용들을 도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이 연구를 토대로 개별 세계유산 보호ㆍ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보호ㆍ관리의 항목별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며 이는 후속연구 과제로 남겨두고자 합니다”라고 했다. -“장기간의 고증 통한 아날로그식 복원과 함께 투 트랙(two track)으로 최첨단의 다양한 디지털 기술 활용해 간접적으로 유적 정비할 수도 있을 것” 한편, 사라진 유산경관을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것이 ‘세계유산의 보편적 가치’라는 견해와 최대한의 고증에 근거해 왕경을 복원하자는 견해에 대해 김 팀장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신라왕경핵심유적들의 건축물 유구들은 대부분 추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신라의 건축물이나 조경을 고증할 수 있는 것은 유물과 유구뿐이기 때문입니다. 유적의 진정성에서 가장 큰 이슈는 당시의 유적을 회복할 수 있는 기록들, 즉 고증의 문제인데 신라왕경복원에는 고증의 한계가 분명하지요. 그러므로 세계유네스코 협약 세부지침 중 진정성의 문제에 정면 배치(背馳)되는 거구요. 그렇다면 그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논리를 만들어야하는데 쉽지가 않거든요. 고증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내 그 범위 내에서 복원이 논의돼야 한다고 봅니다. 유네스코 등재 유산은 일단은 협약을 지킨다는 전제하에 등재돼므로 세계유산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정비의 그림이 제시돼야 하고 고증의 절차를 거쳐야 하니 까다로운 것이죠”라고 했다. “단기간에 세계유산등재 유적은 복원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주시나 지자체 입장에서는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이는 것이 목표니 이런 부분이 상충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도 과거 보존위주의 정책에서 활용위주로 패러다임이 점차 바뀌는 일련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복원정비에 대한 부분도 완화되는 시점이 도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요. 시간을 두고 전략적으로 논리를 만들어가며 진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고증을 통한 복원 이외에도 최첨단의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유적을 정비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황룡사 9층목탑의 경우 야간에 홀로그램으로 탑을 올려볼 수 있는 식이죠. 긴 시간을 요하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아날로그식 복원과 함께 그 기간 동안 투 트랙(two track)으로 간접적 복원을 시도해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그러한 과정이 축적되는 것 또한 연구과정이 될테니까요. 선별적으로 이 시대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유적의 가치를 제대로 보존하고 계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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