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풍선이 있는 정물                                                                                              비스와봐 쉼보르스카 죽음의 순간에 이르면추억을 되돌리기보다는잃어버린 물건들을 되찾고 싶다.창가와 문 앞에 우산과 여행 가방, 장갑, 외투가 수두룩.내가 한번쯤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아니, 도대체 이게 다 뭐죠?”이것은 옷핀, 저것은 머리빗,종이로 만든 장미와 노끈, 주머니칼이 여기저기.내가 한번쯤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뭐, 아쉬운 게 하나도 없네요.”열쇠여, 어디에 숨어 있건 간에때맞춰 모습을 나타내주렴.내가 한번쯤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녹이 슬었네. 이것 좀 봐, 녹이 슬었어.”증명서와 허가증, 설문지와 자격증이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었으면,내가 한번쯤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태양이 저물고 있네.”시계여, 강물에서 얼른 헤엄쳐 나오렴.너를 손목에 차도 괜찮겠지?내가 한번쯤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넌 마치 시간을 가리키는 척하고 있을 뿐이잖아.”바람이 빼앗아 달아났던작은 풍선을 다시 찾을 수 있었으면.내가 한번쯤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쯧쯧, 여기엔 이제 어린애는 없단다.”자, 열려진 창문으로 어서 날아가렴,저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가렴,누군가 제발 큰 소리로 “저런!” 하고 외쳐주세요!바야흐로 내가 와락 울음을 터뜨릴 수 있도록. -당신이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던 시인은 워즈워드였다. 그가 그렇게 말했던 것은 인간의 진정한 모습이 어린이의 마음, 즉 동심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식의 때가 묻어나고 세상의 견문이 늘어나면 그 마음은 오염된다. 팍팍한 현실에 시달리다 보면 아예 싹이 말라버린다. 여기에는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도, 효율성도 한몫을 한다. 그러기에 동심을 잃어버린 인생은 얼마나 비참한가? 여기에 죽음의 순간에 다다를 때까지 천진난만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영혼이 있다. 우산과 여행 가방, 장갑, 외투, 종이로 만든 장미, 노끈, 주머니칼로 대변되는 “잃어버린 물건들”의 세목들이 바로 동심이다. 시인은 바로 그 동심을 “되찾고 싶다.” 그 동심이 열쇠처럼 “녹이 슬었네. 이것 좀 봐. 녹이 슬었어”, 물에 빠진 시계처럼 “시간을 가리키는 척하고 있을 뿐이잖아.”라 말하고 싶다.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은 “증명서, 허가증, 설문지와 자격증” 같은 실용의 세목들 때문에 “태양이 저물고 있네.” 넉살을 부리고도 싶다. 죽음의 순간에도 “열려진 창문으로 날”아가버린 작은 풍선을 두고 “와락 울음을 터뜨리는” 정물을 가진 어린아이가 되고 싶어 한다. 푸른 오월의 한 때, 이 시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이 잃어버린 것을 무엇인가?”고.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