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창작활동에 전념해 온 지역 원로 작가들의 예술정신을 조명할 뜻깊은 전시가 열린다. 지역 미술계의 거장 14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관람할 기회. 2020경주솔거미술관 기획전 ‘경주원로작가초대전’이 8일부터 7월 12일까지 제1, 2 기획전시실에서 펼쳐진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관하고 (재)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사)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부설 경주미술사연구회)가 주관한 이번 전시는 미술 활동을 공인할 수 있는 경주미술협회 회원으로 30~40여년 이상 활동해온 70세 이상의 원로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조명하고 그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1970년에서 2000년대의 경주화단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마련됐다. 이번 전시에는 △서양화 - 조희수, 김경수, 최영달 △한국화 - 최복은, 강민수 △문인화 - 한종환 △서예 - 한영구, 정수암 △조각 - 이동호, 박원섭, 장용호 △수채화 - 박 용 △디자인 - 이명호 △조소 - 이점원 등 지역 미술 문화를 이끌고 후학을 양성해 온 원로작가 14명이 참여했다. 경주화단은 1936년 천도교 교단에서 첫 ‘미술전’이라는 전람회를 개최, 1942년 ‘향토미술전’을 개최하면서 화단형성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특히 경주는 해방과 함께 다른 어느 지역보다 뚜렷한 활기를 보인 곳이다. 1945년 10월 경주 출신의 화가들이 주도해 경주박물관에서 전국 최초로 ‘미군진주환영기념전’을 개최했으며 그 이듬해 1945년에는 ‘서라벌미술가협회’라는 그룹을 결성하게 된다. 같은 해 남한 최초의 본격적인 경주예술학교를 설립, 중앙화단의 화가들을 강사로 대거 기용하는 등 당시 경주는 전국 유명 화가들의 집결지였다.   ‘서라벌미술가협회’는 이후 매년 봄, 가을로 꾸준히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지속하다가 1964년 4월 (사)한국미술협회로부터 ‘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로 인준 등록됐다. 당시로는 전국에 몇 안 되는 지부로 한국화, 서양화, 조각, 공예, 서예 등 다섯 개 분과로 구성됐으며 초대지부장은 손일봉이 맡게 됐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주는 중앙에서 교육받은 신세대의 귀향으로 화단에도 새바람이 일어 신경향의 미술을 선보이기 시작, 이들 젊은 층의 결성으로 미술 그룹을 탄생시키고 미술학원 등이 설립돼 미술계에 진출하는 인구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또 숲속그림학교의 야외현장 사생교육, 한강 이남의 대표적인 공모전인 신라미술대전을 개최하고 경북미술협회를 조직하는 등 경북미술계를 선도적으로 이끌어가며 경주는 미술 문화 창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한종환 작가는 “붓이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아 긴 세월 붓과 함께 살아왔다. 그동안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늘 붓에 의지해 내 삶의 모든 것을 노래해 왔었는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나의 흔적으로 붓과 먹의 노래를 열심히 쓰고 갈 것”이라며 유유자적한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경주미술사연구회 박선영 회장은 “이번 전시는 1964년 경주미술협회의 결성과 인준에 따른 지역 미술의 활성화와 여러 미술 문화사업, 후학양성을 통한 경주화단의 변화 등을 조망해 볼 수 있는 전시”라면서 “앞으로 지역성을 토대로 한 미술사 연구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당연하던 일상마저 위협받는 요즘 원로작가들의 예술정신을 통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작업하고 있는 후배작가들과 유례없는 어려움에 직면한 오늘의 상황에 삶의 지혜와 위로가 되는 전시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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