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미래를 창조하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미래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인간행위의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마찬가지로 관광환경도 다양한 변화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경기침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산업으로 관광산업이 주목받고 있지만 수도권과 지역의 관광발전격차로 인해 나타난 양극화 현상의 심화, 지역관광수용태세의 문제 등 지역관광 활성화 여건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더우기 지역관광의 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지역 관광잠재력의 객관적인 평가없이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명분에 사로잡힌 개발사업, 사전에 철저하게 점검되지 못한 경제성 및 시장분석 등도 주요 원인의 하나로 여겨진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과 산업에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 것뿐만 아니라, 관광 체험에 있어서도 현실공간의 유한성을 무한성으로 대체하는 가상관광체험이 가능하게 했다. 단지 마우스 클릭만으로 이질적이고 낯선 문화를 보고 즐기고 경험하게 함으로써 일상인과 관광객 사이의 구분, 일상과 탈일상의 경계 등을 모호하게 만들고, 이동하지 않고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새로운 대체 여행 경험을 만들어주고 있다.
ICT와 관광 관련분야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많아지는 추세이지만 새로운 정보기술이 문화관광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관광목적지가 가상공간에 노출됨으로써 현지주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와 같은 관광과 정보기술 그리고 주민들의 삶의 문제가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은 단순히 변화하는 정보기술요소들을 관광과 1차원적으로 접목시켜 정보기술이 관광객에게 전달하는 경험, 관광객의 재방문 의도 등을 중심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정부의 스마트 관광 활성화 계획도 단순히 스마트폰을 활용한 관광 산업의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정보기술과 관광의 융합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지역문화관광원형의 이해와 확산의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한계성이 있다.
첫째, 디지털화에 따르는 원형의 왜곡이다. 가상공간에서 디지털화 된 콘텐츠를 먼저 접하고 그것을 원형의 전부인양 해석함으로써 원래의 진정성이 심하게 왜곡될 수 있다.
둘째, 디지털 정보를 잘 이해하고 만들 수 있는 계층과 디지털 문화와 거리감을 느끼는 계층 간의 정보소외와 정보격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보더라도 디지털에 친화적인 세대보다 거리감이 있는 세대의 인구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노출되지 않거나 노출할 수 없는 관광자원들이 관광요소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 많은 지역 관광자원들은 소셜네트워크의 적극적인 도입으로 특히 위치기반 시스템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노출되고 소개되는데 이때 자료의 소홀이나 오류 혹은 디지털 콘텐츠화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정보가 노출되지 않은 지역 관광 자원은 영원히 누락되거나 소홀히 다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넷째, 지방자치단체들의 과욕이나 벤치마킹의 오해로 인해 발생하는 유사콘텐츠 범람의 문제이다. 그 지역 고유의 콘텐츠가 존중되는 것이 아니라 인기 위주의 콘텐츠만 넘쳐나, 보존되고 관리해야 할 콘텐츠는 홀대되고 관리 소홀로 인해 잊혀지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위와 같은 관광자원의 디지털 콘텐츠화에 따르는 문제점을 극복하지 않고는 지역관광 목적지의 활성화와 세계화를 이루어내는 것은 어렵다. 특히 동양문화는 그 특성상 디지털화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지역문화의 어떤 점을 해체하고 분석하여 디지털화 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고 또한 디지털화 되지 않는 것들은 어떻게 원형 그대로 보존할 것인지 혹은 원형의 유지를 뛰어넘는 발전적으로 보존하거나 창조할 것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비록 디지털화를 하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원형의 보존을 위한 도우미 역할로서 디지털 융합기술의 바람직한 쓰임을 같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보 기술을 융합한 지역문화관광콘텐츠의 확장은 시, 공간적인 변화에 이어 가상공간인 디지털 공간상에서 유목민과 같이 자유로이 이동하면서 지역문화관광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