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 없는 것을 불가사의(不可思議)라고 한다. 이와같이 세계적으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 중 7가지를 가려 특히 7대 불가사의라고 하는데 고대 7대 불가사의와 자연현상 7대 불가사의 등 여러 가지 경우가 있다. 2007년 New 7 Wonders 재단이 여론조사 방식으로 선정한 세계 7대 불가사의는 페루의 잉카 유적지 맞추픽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예수상, 멕시코 마야 유적지, 중국 만리장성, 인도 타지마할, 요르단의 고대도시 페트라, 이탈리아 로마 콜로세움이다. 신라에도 이에 버금가는 불가사의가 있었으니 앞에서 언급한 황룡사 9층 목탑[경주이야기(2017.01.19)]과 이곳 석굴암을 들 수 있겠다. 석굴암 본존불의 위치와 크기, 벽면에 부조로 조각된 불상들의 배치, 원형의 주실(主室) 모양이나 천장을 이루는 돔(Dome)의 구조 등 석굴암의 조형이나 불상 배치 등에 치밀한 수리과학이 적용되어 가히 불가사의의 범주에 넣어도 손색이 없다. 석굴암은 좌우가 철저한 대칭을 이루도록 배치되었는데, 이는 석굴의 시지각적 안정감에 기여하고 있다. 석굴암에는 정사각형과 그 대각선의 사용, 정삼각형과 수선(垂線)의 사용, 정확한 원의 작도, 정확한 곡률의 구면 사용, 원에 내접하는 정육각형 사용, 등할(等割)의 사용 등이 엿보인다. 이는 모두 건축학적으로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비례 구도로서, 석굴암 아름다움의 기본이 되고 있다. 천개석의 위치나 본존 뒤 광배의 위치, 채광에 이르기까지 수학적인 비례에 근거하고 참배자의 시선에 맞춘 석굴암 조형에는 놀라운 수리과학이 적용되고 있다. 본존상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비례를 살펴보면, 석굴암 본존불상의 얼굴 너비는 2.2자, 가슴 폭은 4.4자, 어깨 폭은 6.6자, 양 무릎의 너비는 8.8자로서 1:2:3:4의 비율을 보여준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1.1자는 본존불상 자체 총 높이의 10분의 1이다. 10분의 1이란 비율은 로마신전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건축서’에 나오는 균제비례(Symmetry)로서, 본존불의 높이를 1로 보았을 때 10분의 1이라는 균제 비례가 석굴암의 본존상에 적용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광배의 크기는 가로지름이 228cm, 세로지름이 224cm로 4cm 차이가 있다. 전실에 서 있는 참배자의 착시현상을 고려한 의도적인 불일치로 전실에 서 있는 참배자가 보면 광배가 정원으로 보인다. 강우방의 주장에 의하면 『대당서역기』를 쓴 현장(玄奘)스님이 인도의 보드가야의 마하보디사원을 방문했을 때, 그가 당척으로 잰 그곳의 불상 크기와 석굴암 본존불이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불상의 수인이 석굴암과 같은 항마촉지인이며, 또 동쪽을 향하고 있다. 이와같이 크기, 자세, 방향이 모두 같은 것은 석굴암이 석가가 오랜 고행 끝에 깨달음을 얻게 된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장소의 기념비적인 유적을 재현하려 했던 것임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즉 석가의 생애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성도(成道) 순간의 모습을 마하보디사원에 모셔 두었는데 신라인이 그것을 토함산에 재현했다는 것이다. 석굴암을 역학적 관점에서 볼 때 주목할 것은 원형 주실의 천장이다. 세계 유일의 인공석조건축인 석굴암은 고도의 축조기술이 적용되었는데, 특히 설계와 시공의 탁월성이 극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은 천장이다. 돔형에 360개의 판석으로 교묘하게 구축된 천장은 꼭대기에 연화문을 새긴 원판을 덮개돌로 하여 천개(天蓋)로 삼고 있는데, 무게가 무려 20톤에 이른다. 석굴암의 천장 구조는 돔형 구조라는 기본 틀에 쐐기돌이라고 하는 특이한 ‘무게의 균형장치’를 더하여 돔형 구조의 약점을 보강한 특이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 쐐기돌은 돔형의 천장 밖으로 길게 나와 있어 지렛대 역할을 함으로써, 윗돌이 아랫돌에게 전하는 힘을 상쇄한다. 이것이 바로 석굴암이 자랑하는 독창성이다. 따라서 석굴암의 천장 구조에 있어서는, 아랫돌이 먼저 무너지지 않는 한 돌이 따로 아래로 떨어질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또 석굴암에는 온도 차 때문에 생기는 표면의 결로(結露)현상을 막기 위한 과학적인 조치가 갖추어져 있는데, 바로 절묘한 통풍 및 온도조절 장치이다. 석굴암 주실의 10개 감실들은 그것을 받치고 있는 밑의 벽석보다 두껍게 되어 있어서 감실과 감실을 받치고 있는 벽석(이맛돌) 사이에는 틈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서 공기가 소통되면서 내부를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석굴암의 공기순환 장치로는 광창(光窓)을 들 수 있다. 이밖에 석굴의 외벽에는 직경 십 수 센티미터의 돌들이 3자나 쌓여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돌들은 얼기설기 얽혀 곳곳에 공기를 함유하여, 이 자갈층을 통해 공기가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따라서 석실 내부는 언제나 뽀송뽀송한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다. 한편 지하수가 석굴암의 본존불 대좌 밑바닥의 암석 기초 층을 관통하여 흐르도록 해 바닥의 온도를 벽면의 온도보다 낮춤으로서 불상 표면의 결로를 방지할 수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내부의 이슬 맺힘 현상을 막기 위해 석굴 외벽을 콘크리트로 덮고 바닥을 흐르던 지하수의 유로를 바깥으로 돌리는 등 여러 차례에 걸친 보수에도 습기를 막을 수 없었다. 이후 에어컨을 설치하여 습기를 제거하고 있다. 하지만 기계 진동의 영향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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