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내달 5일까지 유지되는 가운데 전통시장 5일장, 황리단길 등은 벌써부터 방역이 느슨해지면서 경주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종교시설을 ‘운영중단’에서 ‘운영자제’로 조정함에 따라 상당수 교회가 주말 예배를 재개할 계획이어서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먼저 전통시장 5일장은 경주시가 코로나19 감염예방과 조기 종식을 위해 지난 2월 21일부터 임시휴장을 실시하고, 노점상 영업을 차단했다.
하지만 시행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전통시장 5일장마다 노점상들이 점점 늘면서 지역 내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제기돼왔다.
상황이 이러자 경주시는 지난 17일 지역 최대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도로변 노점상 400여곳을 통제하기 위해 공무원 등 400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이어 22일엔 중앙시장 등 5일장에 공무원 등을 동원해 전국을 다니며 영업을 하는 대형 노점상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단속을 벌였다.
이들 대형 노점상들은 코로나19 감염이 가장 심각했던 대구와 경산 등 타 지역에서 넘어와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감염 매개체가 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시가 이처럼 전통시장 5일장에 대한 전면차단에서 타 지역 대형노점상 유입차단으로 전환한 것은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생계형 노점상들의 반발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최대 5일장인 중앙시장 외에 다른 전통시장들도 사실상 영업을 재개한 상태에서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열린 외동읍 입실 5일장을 비롯해 19일 안강읍 안강시장, 20일 황성동 황성 5일장 모두 평상시와 다름없이 모두 열린 것이다.
18일 5일장이 열린 입실장의 한 상인은 “오전 7시 공무원들이 노점상 영업을 차단했지만 8시경 모두 철수하자 노점상들이 다시 들어와 영업을 했다”면서 “이들 노점상들은 지난달 말부터 예전과 마찬가지로 5일장이 설 때마다 오고 있다”고 말했다.
19일 안강시장의 한 노점상은 “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도 중요한 일이지만 영세상인들은 코로나19로 죽으나 수익이 없어 굶어 죽으나 어차피 마찬가지”라며 “앞으로도 생계를 위해서는 계속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주시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5일장 재개를 허용할 수도 없고, 영세 상인들의 어려움을 마냥 외면하기도 어려워서다.
경주시 관계자는 “전통시장 5일장 단속으로 생계가 걸린 노점상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지만 코로나19로부터 시민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5일장 재개장 문제는 향후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겠다. 우선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대규모 노점상 단속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리단길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곳 역시 대구·경북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감소하던 한 달여 전부터 주말마다 외부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주말이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 전과 다름없이 식당가 등은 사람들로 붐비고, 주차난과 교통난도 이어지고 있다. 황리단길을 찾는 대부분은 20대로, 이들 중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고 있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며 코로나19 감염 확산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타 지역에서 경주를 찾는 방문객들이 많아 만약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감염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워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주시민 A씨(여·46, 황남동)는 “1개월 전부터 황리단길에는 주말마다 많은 젊은이들이 찾고 있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다름없다”며 “일부 방문객들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다니기도 하고, 젊은 부부들은 유모차에 어린아이를 태우고 곳곳을 다니기도 해 이곳은 코로나19와는 관련 없는 전혀 다른 세상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마땅한 대책마련도 어려워 보인다. 경주를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통제할 수 없을뿐더러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에 처한 중소상인들의 영업을 중단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주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방문객과 영업주들이 스스로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거리방역 등의 대책 밖에는 없다”면서 “황리단길과 인근 사적지에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안내하는 현수막과 안내문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말부터 대다수 종교시설 재개 예정 ‘긴장’ 정부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행정명령 수위를 완화하면서 경주지역 종교시설 등이 하나 둘 운영을 재개할 전망이다. 정부는 20일부터 생활체육시설·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행정명령 수위를 ‘운영중단’에서 ‘운영자제’로 다소 낮췄다.
하지만 감염 확산 위험도가 높다는 판단 아래 운영할 경우 방역지침 준수명령은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키로 해 전면 재개라기보다는 긴장감 흐르는 부분 개장에 가깝다.
제재 완화에 따라 집단감염의 위험이 높은 교회나 사찰 등 종교시설은 이미 문을 열거나 이번 주말부터 재개한다.
경주의 한 대형교회도 이번 주말부터 온라인 예배를 중단하고 다시 현장예배를 진행한다. 하지만 여전히 2m 거리 준수, 신도 명단 작성 등 예방수칙을 준수하는 분위기다.
주말 예배를 실시하더라도 교구별로 분산 예배를 통해 교회 내 좌석 간 거리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비치, 개인 간격 유지, 예배 전후 소독 실시 등 지침도 준수할 예정이다.
이 교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교회 신도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사례가 있는 만큼 교회도 상당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식사 모임 등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는 행사는 자제하고, 감염을 우려하는 신도를 위해 온라인 예배도 병행한다”고 말했다.
경주시도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곧 다중이용시설의 전면적인 재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금부터 방심하면 다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시민들과 국민들 모두 명심해야 한다”면서 “종교시설 등 다중이용시설 대한 예방수칙 준수 여부는 지속적으로 현장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