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화선지와 먹의 희석과 번짐은 세상 어떤 조화보다 더 극명하게 대비돼 묵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단조로운 듯하나 세련되고 질리지 않은 컬러는 나를 묵향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작가 노트 中 작가의 발끝으로 담아온 산이 검은 먹 속에 함축돼 붓끝에서 화선지로 이어진다. 무채색의 먹 속에서 심안의 세계로, 마음의 눈으로 마음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 여산 권택관<인물사진> 작가의 ‘심안’전이 오는 30일까지 렘트갤러리(관장 권종민)에서 열린다. 권택관 작가는 산을 소재로 한 작품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심안으로 본 사계를 작가만의 독자적인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관념이 아니라 실경을 보고 심안으로 작품을 재해석해 그리는 작가. 그가 심안을 작품의 주제로 삼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평소 산을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에는 늘 산이 등장한다. 그동안 사실적이고 섬세한 표현으로 산을 그려왔던 작가는 5년 전, 강직성척추염 진단을 받게 되면서 그의 작품 활동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건강을 조금씩 회복해 가고 있지만, 합병증으로 인해 눈의 통증과 함께 시야가 흐려지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그는 ‘심안’이란 문구가 떠올랐다고. 가까운 것은 볼 수 있지만 먼 곳은 보지 못하고, 앞을 볼 순 있지만 뒤를 보지 못하는 육안의 한계를 뒤로하고 그는 그렇게 심안의 눈으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혹은 관심이 머물지 않았던 산의 본질과 더 가까이 마주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작가는 눈앞에 있는 것은 모두 그림 소재가 됐을 만큼 미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실력을 갖췄다. 군 제대 후 그림에 대한 갈증이 더 깊어진 그가 무작정 찾았던 사군자 화실. 그의 먹그림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화실 가득한 먹 냄새가 좋았던 20대 초반, 작가는 한 획 한 획 조심스레 그어 나간 붓질을 시작으로 정선, 김득신, 강세황 등 조선 시대 화가들의 진경산수와 관념산수를 모작하며 다양한 필묵법과 준법, 점법 등을 스스로 익혔다. 그렇게 대상에 대한 치열한 탐구와 열정, 성실함으로 전국 방방곡곡의 산을 직접 발로 누비며 바라본 사계를 화폭에 풀어내길 근30여년. 작품 귀퉁이 화제를 통해 일반인들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길 바라는, 혹은 따뜻한 글귀로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요즘 벽강 김용룡 선생으로부터 서예를 사사 받고 있다는 권 작가.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서예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작품세계를 엮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저의 채색은 검정 먹 속에 함축돼 있고 무채색인 검정은 한지를 만나면서 다른 어떤 컬러보다 아름다운 색을 발산합니다. 색을 채우지 않는 자리 그곳의 영역은 보는 이의 몫이죠. 무채색의 순수한 먹그림을 통해 자신만의 심안으로 계절과 색상을 느끼고 그려가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여산 권택관 작가는 1969년 경주 내남 출생으로 개인전 3회, 아트페어 및 단체전 50여회를 가졌다. 대한민국창작미술대전, 경북미술대전, 신라미술대전, 불빛미술대전 등 전국공모전에서 다수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포항예술문화연구소, 서연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 중에 있다. 권종민 관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권택관 작가를 초청해 초대전을 진행하고 있다. 인원을 최소화하며 갤러리 내 거리두기, 철저한 방역 등을 통해 관람객들의 안전과 건강을 대비하고 있다. 많은 분의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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