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 전의 일이다. “빵 좀 줘요-.” 뒤돌아보니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문턱을 오를 힘조차 없이 문밖에서 소리치시는 할머니 한 분을 향해 달려갔다. 반갑게 맞아드리며 원하시는 빵을 찾아드리고 나니, 지금은 돈이 없어 그러니 내일 주면 안 되겠냐고... 그러시기에 흔쾌히 웃으며 보내드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어제 준 빵값이라며 할머니의 깊은 숨결이 묻어있는 치마 속을 뒤지시며 꼬깃꼬깃한 돈을 내어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또 어릴 적 우리 할머니의 모습도 떠올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할머니께서는 거의 매일 가게를 찾아오셨다. 그러던 중, 할머니의 먼 친척분이라며 오셔서 이제는 할머니께 빵을 주시 말라고 하셨다. 그 이유가, 어른이 치매가 있으셔서 빵을 드시고는 옷에 실수를 하실 때가 많고, 안 드시고 사시는 날엔 집안 구석구석에 숨겨 놓아 썩어서 냄새가 난다고, 그 숨겨놓은 빵을 찾느라 며느리 고생이 말이 아니라며 사정하다시피하고 가셨다. 그 동안 내가 드린 빵들을 할머니께선 손주 준다고 여기저기 숨겨 놓으셨나보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께서 머플러를 뒤집어 쓰시고는 가게 앞에서 선채로 소변을 보시는게 아닌가!!! 그제서야 아- 정말 그러셨구나... 믿기지 않던 할머니의 치매가 가슴이 무너질 듯 아파왔다. 그 후로 할머니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오시던 분이 안 오시니 섭섭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적이 되기도 해 할머니의 안부가 궁금하던 어느날, 편찮으셔서 누워계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그리고 얼마후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순간 얼마나 안타깝고, 할머니가 보고 싶던지... 평소 잡수시고 싶어하던 빵이라도 하나 더 드릴걸... 하는 후회스러움과 안타까움에 오후내내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부디 먼길 가셨어도 가시는 곳에선 아프시지 말고, 건강하고 편하게 지내셨으면 하고 바란다. 요즘도 문득문득 할머니 생각이 날 때가 있다. 황성동 랑콩뜨레 과자점 대표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