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악기는 군대로 치면 보병이다. 연주자 수도 많고, 연주량도 많다. 지휘자를 중심으로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순으로 위치하면 미국식이고, 제1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제2바이올린이 위치하면 유럽식이다. 빈필의 신년음악회를 보면,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서로 마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주보고 있으면 전체적인 모양새가 좋다. 반면 떨어져 있으므로 바이올린 파트간의 소통이 문제다. 한편 제1바이올린의 수석이 바로 오케스트라의 악장이다. 미국식의 경우, 현악기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저음이고 덩치가 크다. 바이올린이 가장 고음이고, 더블베이스(콘트라베이스)가 가장 저음이다. 제2바이올린은 제1바이올린보다 저음이다. 덩치는 바이올린이 가장 작고, 더블베이스가 가장 크다. 첼로나 더블베이스는 비행기 좌석의 하나를 차지한다고 한다. 수하물로 부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주회 인터미션 때 연주자는 대체로 자신의 악기를 가지고 퇴장한다. 하지만 더블베이스 연주자는 악기를 무대에 놓고 가는 경우가 많다. 무거우니까! 현악기 연주자는 2인 1조로 앉아서 악보를 본다. 누가 선임일까? 대체로 지휘자에 가깝게 앉아 있는 사람이 선임이다. 물론 쉽게 확인할 수도 있다. 연주 중에 연주를 멈추고 악보를 넘기는 사람이 후임이다. 현악기 연주자는 연주 중에 바쁘다. 지휘자도 보고, 악장도 봐야 한다. 악장은 보는 이유는 악장의 보잉(활 오르내림) 때문이다. 당연히 악보도 봐야하고, 후임은 악보를 넘겨야 한다. 따라서 현악기 연주자는 실수할 가능성이 많지만, 다행히도 실수를 하더라도 티가 별로 나지 않는다. 오케스트라의 현악기가 이상의 4가지 악기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김연아가 피겨스케이팅 배경음악으로 사용하여 우리에게 익숙해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는 하프로 시작된다. 자정을 알리는 12번의 하프 음이 묘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처럼 하프가 관현악 악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기타도 오케스트라 무대에 선다. 말러가 지금 생존해 있다면, 과연 어떤 기괴한 현악기를 쓸까 궁금해진다. 현악기의 공통점은 활로 줄을 문지르는 것이다. 이때 울림구멍을 통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이 울림구멍을 ‘f홀(f-hole)’이라고 부른다. 언뜻 보면 적분기호(integral) 같지만, 자세히 보면 알파벳 f가 맞다. 바이올린 연주자는 이 울림구멍을 통해 나오는 고음 때문에 무척이나 괴롭다고 한다. 턱을 괴고 연주하기 때문에 귀에서 울림구멍이 무척 가깝다. 우리는 이런 희생의 대가로 멋진 연주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