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과 지속적인 경제 침체 등으로 인한 지방의 인구감소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각 지지체들은 인구 유입 정책 발굴과 그 실현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이 문제는 그 정도를 넘어 지자체장 그리고 국회의원의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공약사업 중 단골로 채택되고 있는 가장 핫한 메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 거의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편집되어 이 도시 저 도시를 공허하게 메아리로 맴돌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대단히 중요한 과제인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공감하고 또 동감하는 입장에서 감히 ‘내 고향 경주에는 어떤 타개책이 있을까’를 고민을 하곤 한다. 출생자에 비해 사망자가 곱절인 저출산과 유출 인구 대부분이 청년층이라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정책 중 “한민족 혹은 단일 민족에 근간한 전통적 인구 개념이 아닌 보다 포용적이고 다양성이 포함된 인구 개념을 기반해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라는 논문을 본적도 있다. 필자는 정치인이나 행정가가 아닌 문화인이기에 던질 수 있는 말이 있다. ‘문화로 집나간 집토끼 돌아오게 하고 방황하는 산토끼 몰아와야 한다’고. 객지 생활을 40여 년 하다 귀향하여 6~7년을 생활했던 인연으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고향 경주에 관해 관심어린 소리를 심심찮게 듣게 된다. 그들은 주로 자타가 공인하는 ‘살기 좋은 도시’이기에 귀향하고자 하는 출향인 즉 집토끼이거나 ‘살기 좋은 도시’를 인정하고 막연히 노후를 경주에서 보내고자 하는 사람들, 산토끼이다. 그런데 그들 집토끼와 산토끼들에게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경주에는 즐길만한 문화가 없지 않나?’이다. 감히 이렇게 대답 한다 ‘아니다! 있다. 그것도 많다. 각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맞춤형의 문화가 없어 보일 뿐이다.’ 그렇다.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서울에 있는 것이 경주에 다 있고 부산에 있는 것도 경주에 다 있다. 단지 너무 많아서 귀한 줄 모를 뿐이고 인구가 적어서 다운타운에 몰려있을 뿐이다. 객석이 1000석이 넘는 대극장 무대를 갖고 있는 ‘예술의 전당’도 있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라는 엄청난 공간과 그 안에 다양하게 즐길꺼리도 있다. 시내 곳곳에 작은 갤러리들도 있다. 다만 도시 곳곳에 고르게 숨어있어야 할 작은 극장이나 예술가의 숫자가 조금 부족할 뿐이다. 그러나 그 부족함을 메꾸기 위해 ‘경주문화재단’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간혹 멀리서 경주를 바라만 보다가 직접 들어와서 살아 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시간이 너무 많이 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도시에서 뮤지컬 한 편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아서 극을 보고 귀가할 때 까지 걸리는 시간이 6~7시간인데 경주에서는 4시간이면 충분하다. 서울의 예를 들어, 공연을 보기위해 집을 떠날 때부터 이미 마음은 공연을 즐기고 있는 상태이고 돌아오는 시간에도 즐기는 상태로 봐야 한다. 곧 7시간이 문화시간인 셈이다. 반면 경주에서는 길어야 기껏 4시간의 문화시간이 산출된다. 앞·뒷맛이 짧다 보니 시간이 남아도는 것처럼 느껴진다. 은퇴하는 순간까지 치열하게 시간을 쪼개며 살아온 것과 반대로 훨씬 긴 시간을 문화에 할애해온 사람들은 이 느슨한 문화시간을 ‘시간이 많이 빈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역으로 ‘오히려 얼마나 여유가 있느냐?’고 되물어 설득하지만 ‘하루가 너무 길어 심심하다.’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들을 듣는다. 그렇다면 이제는 좀 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경주를 향한 실버인구의 잠재적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노인들의 풍요로운 일상 즉, 소일거리도 중요한 몫이다. 다른 도시에서 생각하지 못하는 ‘그 비어있는 시간조차도 용납하지 않는’ 경주만의 맞춤형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 그들이 다시 경주로 돌아오고 찾아와야 할 명분으로 ‘문화가 있어 살기 좋은 도시 경주!’로의 새로운 실버문화정책과 노년의 트랜드에 맞는 문화브랜드의 발굴이 요구된다. 집토끼·산토끼들의 부담 없는 안착을 건강한 문화로 유인해보자는 거다. 다양한 맞춤형 문화 컨텐츠의 발굴과 활용은 궁극적으로 노인인구를 끌어들이고 청년인구의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유입과 원천봉쇄’를 목표로 좀 더 구체적이고 전문적으로 정책과 의견을 수렴하는 기구가 세워질 것을 기대한다. 다시 누군가가 ‘경주에는 무엇이 있는가?’를 물어올 때 ‘경주는 세계 속의 문화특별시잖아!’라고 자신만만하게 대답하는 경주이기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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