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경주는 물론 전세계에 창궐하고 있다. 우리의 역사서를 보면 곳곳이 창궐한 역병으로 더럽혀져 있고 고통을 겪었던 백성들의 한탄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염병에 굴복하지 않았고 마침내는 역병을 굴복시킨 소중한 경험을 가진 민족이었다. 경주에 처용이라는 사내가 살고 있었다. 그는 원래 동해용의 아들이었으나 경주에 와 살며 헌강왕의 정치를 돕고 있었다. 왕은 그를 기특하게 여겼고, 경주 제일 미인과 결혼할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처가 역병에 걸렸다. 역병이란 전염병을 말한다. 정황을 보아 처용의 아내는 천연두에 걸렸던 것으로 판단된다. 천연두는 코로나와 같이 바이러스에 의하여 발생한다. 기침 등에 의한 비말로 전파되며, 2주 이내의 잠복기를 거친 후 갑자기 발열과 두통으로부터 증상이 악화되기 시작된다. 천연두는 치사율이 30%에 이른다. 코로나의 치사율이 0.7% 정도인 것과 비교해보면 그 무서움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처용이 천연두에 걸린 아내를 보고 나서 부른 노래가 ‘처용가’이다. 처용가에 나오는 동경(東京)의 달은 토함산의 달을 말한다. 아름다웠던 동경의 달 아래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가.토함산(東京) 떠오르는 달 아름다워라.밤에 돌아다니다 들어와 자리를 보니다리가 넷이어라.둘은 내 아래오고둘은 누구 다리 아래언고본래 내 아래이여마오는빼앗아감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릿고. 처용이 부른 신라의 노래 처용가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힘을 가진 노래였다. 그 힘은 향가 속에 씌어졌던 문자에서 나온다. 작품의 원문을 살펴보면 천연두 귀신을 제압하는 힘을 가진 ‘마력의 문자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처용은 빌었다. 아내와 자신을 가엾게 여겨(隱) 병을 낫도록(良) 하여주고, 행복했던 옛날(古)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역신에게 간절하게 빌었다. 그러나 기도에만 그치지 않았다. 만일 자신의 아내가 죽거나, 낫더라도 얼굴이 얽기라도 한다면 자신이 어떠한 보복을 가할지 군무를 추어 역신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처용은 군무를 위해 당시 세계 최강의 전투력을 가진 민족들로 이루어진 다국적 연합군을 조직하였다. 그들은 돌궐의 군사들(可)과 서역에 살았던 곤이족(昆), 사타 돌궐족(沙), 또 다른 오랑캐(焉)들이었다. 이민족으로 분장한 군사들은 집단군무를 선보였다. 중앙 아시아인의 눈빛은 매서웠고, 아라비아의 춤사위는 격렬했다. 그들은 멀리서 공격을 준비하는 역신들에게 수만 발의 화살(矣)을 집중적으로 쏘아 대어 고슴도치를 만들었다. 천발을 쏘면 만발이 맞았다. 가까이에서 다가오는 역신들에 대해서는 기마병(馬)을 진격시켜 짓이겨 버렸다. 마당에는 징소리가 울려 퍼졌고(羅肹), 적을 질타하는 소리(叱)와 탄식의 소리(烏, 於)로 귀가 먹먹해졌다. 위력시위는 계속되었다. 역신이 보낸 군사들의 깨진 머리에서는 허연 뇌수가 땅바닥에 쏟아졌고, 눈알은 뽑혀져 하늘로 날아갔다. 화살이 꿰뚫은 목구멍에서는 검붉은 피가 숨쉴 때마다 벌컥거렸다. 무자비하고 잔인한 싸움은 가열되어 갔다. 역신은 한탄하였다. 자신의 군사들이 향가가 가진 마력의 문자에 대항할 수 없음을 안 것이다. 처용의 군사들이 강한 압박을 가하였다. 최후의 일격이었다. 역신은 그 공격에 자신의 군사들이 장마철의 둑처럼 무너지려 하자, 튕기듯이 처용 앞에 모습을 드러내 무릎을 꿇었다. “향가의 힘은 누구도 당할 수 없다. 신라국에서 물러나겠다. 향가는 당연하고, 문 앞에 당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만 있어도 절대로 침범하지 않을 것이다” 향가는 마력을 보여주었고, 적은 완전하게 굴복했다. 처용의 승리는 우리 민족이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거둔 역사상 최초의 승리였다. 이후 우리에게 있어 역신과의 싸움은 비록 힘들었다 하지만 꽃승리로 장식되었다. 코로나와의 전쟁이 한창이다. 코로나 대첩이다. 처용이 연합군을 조직해 싸워 이겼듯이 오늘날 경주의 처용들도 온 시민이 합세해 일사불란한 진용을 만들어 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 외롭지도 않다. 온 나라가 경주와 대구와 경북의 싸움을 후원하고 있다. 경주는 반드시 이길 것이다. 처용은 전염병과 싸우는 경주시민의 아이콘이고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다. 처용은 떠나지 않았고 경주를 지켜줄 것이다. 처용의 후예, 경주시민을 응원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