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경주시 성건동)
잔잔한 음악이 흘러 나와 문구 사이 사이, 선물용 사이, 노트·포장지 틈 사이로 반복되어 온종일 음률에 담겨 있다. 아는 손님이 귀 기울려 음악을 들었다면 어제 걸어놓은 시디를 갈아 끼우지 않은 나의 게으름에 고개를 갸웃했을 것 같다. 누가 뭐라해도 새로 시디를 구입하면 그 음악에 지칠 때까지 듣는다.
귀에 음악이 흐르고 옆에 볼거리를 뒤적이는 반복 되는 일상에 여유로움을 안는다.
내 자리는 항상 음악이 흐르고 책장을 넘길 수 있어 좋다. 긴 문구점 터널속에 15년이나 오래도록 갖혀 있어도 불만이 눈덩이처럼 커지지 않은 것은 아마도 책을 펼쳐 볼 수 있어서 풍요로움울 안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문구와 책 그리고 음악, 정겨운 나의 일상이다.
왕궁에 갖혀있으나 사각 유리안 가게 안에 갖혀 있으나 갖혀 있는 것은 똑 같은 것 아닐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이웃과 촉촉히 나눌 수 있는 내 자리를 늘 무릉도원이라 한다. 빗 소리 들린다. 비가 내리면 그리운 얼굴 하나가 동그맣게 떠 오른다.
그녀를 만난지도 벌써 십년이다 언제 보아도 삼십대 초반에 상큼하다.
젊은 새댁인 만년 혜양이다. 귀여운 웃음과 풋풋한 향내에 소박함 속에 시리도록 새하얀 메밀꽃처럼 단아함이 베여 있어 좋다
늘 환하고 순수한 기쁨이 내부에 꽉차 출렁인다. 때론 그녀만의 특유의 잔잔함
소국처럼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다.
맑고 부드러워 나이 많은 내가 그녀를 보면 동생 된 듯이 늘 편안하게 정을 나눌 수 있어 좋고 그녀만의 멋스러움이 묻어 있어 가끔 기다려진다.
언니 언니 들으면서도 그녀가 언니같아 속내를 풀어 놓고 싶다.
어느 날 그녀는 사각 유리안에 갖혀 있는 내게 언니의 감성을 톡 톡 건드려 주고 싶다고 하더니만 가을 길 코스모스가 만발한 농노길을 안내 했었고 가을정경을 사진에 담아 주었고 가을 산을 오래 오래 볼 수 있도록 수도산의 아름다움을 내 가슴 깊이 깊이 마른 마음에 불어 넣어 준다. 한잔의 커피에도 시심을 안겨 주는 그녀에겐 운치가 있다.
코스모스처럼 마음 하나 여리면서 내면에 차곡이는 그녀의 심성은 퍼내어도 퍼내어도 산속에 약수물처럼 마르지 않고 철 따라 가까이에서 촉촉이 흘러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만날때마다 어여뿐 추억이 층을 쌓게 한다.
비가 내리는 날을 무척 좋아 한다. 그녀도 내리는 비를 좋아한다,
언젠가 비가 내리는 날 언니 비가 와서 좋겠네 언니 비 ‘나도 좋아해’한다
비 내리는 날은 아마 붓을 들고 공예품에 도색을 하면서 창밖으로 내리는 빗물을 바라 보고 있을 것만 같다.
이사한 그녀의 아파트에 그녀 닮은 화분 하나 들고 가보아야겠다.
비가 오는 날 백년 찻집에 꼭 한번 가자던 그녀와의 약속도 지켜야겠다. 좋아하는 찻집에서 못다한 이야기는 만나서 풀어 놓자꾸나 .
행복해야 해 항상 내 안에 넌 언제나 고향에 포플러 나무같이 정감있는 띠 동생인걸 뭐 같은 하늘 바라보면서 산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