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는 사후세계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남미 특유의 흥겨운 음악으로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작품이 되었다.
영화 속 주인공 소년 미구엘이 우연한 계기로 사후세계로 가게 되어 존재를 모르고 살았던 고조할아버지를 만나 펼치는 모험이 주된 이야기다.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 죽음과 삶, 그리고 그들을 기리는 방식이 일면 풀어내기 어려운 주제일 수 있으나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이션 기술로 구현된 볼거리와 정감 있는 연출로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코코’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명절이자 국경일인‘죽은 자의 날’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멕시코에서는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를 ‘죽은 자의 날’로 정하고 각종 축제와 행사가 열린다. 영화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도시인 과나후아토는 ‘죽은 자의 날’주간에 산자들이 죽은 자의 모습으로 분장을 하고 즐기는 축제로 세계적인 명소가 되기도 하였다.
영화에서는 멕시코의 한 대가족이 그들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는 방식이 잘 묘사되어 있다. 인상적인 점은 그들의 풍습에 우리의 제사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점이 많다는 것이다. 집안에 오프렌다스(ofrendas)라는 제단을 설치하고 윗대의 조상에서부터 최근에 돌아가신 분까지의 영정을 모신다. 생전에 돌아가신 분이 좋아하던 음식을 차려놓고 있는 점도 우리의 제사와 비슷하여 흥미롭다. 디즈니픽사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구현된 사후세계에서는 ‘죽은 자의 날’이 되면 사자(死者)들은 꽃으로 꾸며진 다리를 건너 이승으로 넘어오게 된다. 이 또한 우리가 제사상을 차리고 돌아가신 분이 들어오실 수 있도록 대문을 열어놓는 것과도 비슷하다.
죽은 이를 기리는 방식에 있어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영원한 죽음과 기억이라는 부분이다. 사후세계의 죽은 자들도 영원한 죽음이라는 과정을 다시 한 번 거치게 되는데, 이것은 이승의 사람이 더 이상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됨을 의미한다. 영화에서는 모든 가족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으나, 미구엘의 증조모인 ‘코코’가 간직하고 있던 그녀 아버지에 대한 사랑스런 기억이 고조부를 영원한 죽음에서 비켜가게 하는 장면이 있다.
가족의 의미 그리고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것은 그들과 함께했던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죽은 자의 날과 관련하여 우리나라도 예로부터 ‘제사’라는 의식이 이어져 오고 있다.‘제사’는 분명 조상에 대한 존경과 가족의 사랑이 담긴 우리의 전통풍습이다.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로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뿐 아니라 실제 뉴스에서도 제사를 둘러싼 여러 사건과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한편에게만 강요되는 노동, 그로 인한 명절후유증, 지나친 형식에 치우친 의례로의 변질, 종교적 해석차이로 인한 갈등 등으로 인해 제사가 지닌 원래의 의미가 훼손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애니메이션 ‘코코’는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행위보다는 목적과 근원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영화는 제사와 같은 죽은 자를 기리는 방식과 형식보다는 돌아가신 분에 대한 그리움과 기억,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코코’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기억’과 가족의‘사랑’이다. 다시 말해 가족 간 사랑에 대한 기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제사가 더 이상 강요된 의례가 아닌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기억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
필자 가족도 올해 설에 기존과 같은 제사의 틀을 바꿔보았다. 친척들이 모였을 때 돌아가신 할머니의 동영상을 상영했다. 모두 모여 생전의 할머니 모습을 시청하며 ‘누가 할매를 닮았네’,‘저때 저 친구 분은 누구셨을지?’등 고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는 모습이 펼쳐졌다. 그날 우리 가족들은 생전의 할머니를 다시 한 번 기억하는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