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산책(42) 오동나무 오동(梧桐)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으로 중부이남에 많이 자생하며, 민가 부근이나 유휴지에 속성수로 잘 자라는 낙엽활엽교목으로서 수고가 20m, 그루터기 직경이 1m 정도로도 자란다. 오동나무는 햇볕을 좋아하는 극양수로서 충분한 광선을 받지 못하면 생장이 나빠진다. 흔히 오동나무와 벽오동나무를 같다고 하는데 전혀 다른 나무이며, 우리 지방에서의 오동나무는 참오동나무를 말한다. 우리 나라 마을 이름을 보면 오(梧)와 동(桐)이 들어가는 지명이 많은데 오류동, 오수동, 오동동 등이 있으며, 대구의 동화사도 사찰 주변에 오동나무가 많아서 붙인 이름이다. 경주지방에도 서오리가 있는데, 주변에 오동나무가 많았고 봉황이 날아 와 둥지를 틀 것을 믿고 지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는 900여 종에 달하는 나무 종류가 있지만 오동나무의 잎보다 더 큰 잎을 가진 나무는 없을 것이다. 이렇게 잎은 크지만 단풍이나 모양이 예쁘지 않아 그 자체가 별반 쓸모는 없다. 그러나 중국의 시인 두보(杜甫)는ꡐ동엽좌제시(桐葉坐題詩)ꡑ라고 했다. 이 말은 오동나무의 잎이 크고 넓어서 그것을 방석을 해서 오동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 시를 짓기에 알맞다는 말이다. 이와 같이 시인들이 오동나무 잎을 방석삼아 나무 그늘 밑에서 시를 쓴다는 것을 상상해 볼 때 오동나무 잎의 쓰임새도 훌륭하다고 생각되어 진다. 옛부터 오동나무는 탄력성이 높고 음향효과가 우수하며 수지가 없고 내마멸성이어서 가야금, 거문고, 비파 등의 악기를 만드는데 활용되었다.ꡐ오동나무 씨만 보아도 춤을 춘다ꡑ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악기를 만드는데 얼마나 좋은 재료였으면 씨를 보고 춤을 추겠는가! 오동나무는 가끔 운치있는 나무로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도 달밤에 오동나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글과 노래가 많다. 오동나무는 품위가 있어 귀족적이다. 그래서 봉황새도 오동나무에 집을 짓는다고 한다. 또한 임금이 훌륭하고 어진 신하를 기용하면 뜰 동쪽 편에 오동나무가 난다는 말이 있다.(王者任賢良則 梧桐生于東廂) 오동나무는 목재 중에서 가장 가볍고 연하며 나이테가 뚜렷하고 홍백색을 띠고 있으며, 나무결이 곧고 갈라지거나 비틀림이 없으며 가볍고 방습, 방충, 부식, 화재 등에 강하여 옛부터 가구, 보관함, 고급포장재료로 이용되었다. 그래서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서 시집갈 때 장롱을 만들어 준다고 하였다. 또한 사람이 죽어서 저세상으로 갈 때도 관(棺)으로 오동나무를 썼다. 오동나무는 민간약재로 많이 쓰였는데 미역국을 먹고 채했을 때 오동나무 잎이나 껍질을 다려 먹었고, 열매는 해열제, 염증제거에 효험이 있었다고 한다. 옛날 시골의 재래식 화장실의 구더기를 죽이기 위하여 오동나무 잎을 넣었다. 오동나무로 나막신을 만들면 가벼워서 발이 편하고 신 속에 땀이 차지 않아서 귀중하게 여겼다고 한다. 어느덧 오동잎 떨어지는 가을 밤도 머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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