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믿고 성원해주신 미술계 원로선생님, 고문님들을 비롯한 회원님들과 경주미술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경주미술사의 정립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임기동안 누구보다 동분서주하며 경주미술의 재조명을 위해 헌신해 온 17, 18대(사)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이하 경주미협) 박선영 지부장. 임기를 마무리하면서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개인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회원들에게 부여받은 직책을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여러 역할에서 경주미술인들을 대변하고 지역사회의 공익을 우선하면서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한국근현대미술사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영남미술에서 경주는 뚜렷한 족적을 지닌 경북미술의 진원지다. 60여년의 역사를 이어온 경주미협에서 지난 6년간 협회의 발전을 위해 막후에서 헌신해온 박 지부장은 경주 미술인이라는 자부심으로 경주 미술사 연구에 앞장서왔다. 2015년 경주솔거미술관 개관전으로 ‘경주미술의 뿌리와 맥 7인’展을 개최하며 경주 출신 1세대 작가들의 예술과 업적을 조명하며 지역사회와 한국근현대미술사 연구자들의 관심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관련 자료와 작품을 수집·발굴해서 도록을 발간하고 세미나로 ‘경주. 한국근현대미술의 중심’을 개최했죠. 하지만 당시 미술계의 숙원이었던 경주시립미술관 건립은 끝내 이루지 못하고 오랜 진통 끝에 개관한 지역의 첫 공립미술관인 솔거미술관의 작은 전시실에서 ‘7인의 작가전’을 개최해야 했기에 작품과 자료를 많이 선보일 수 없었던 점이 안타까웠어요. 작은 전시를 보완할 수 있는 도록을 제작하기 위해 더 애썼죠” 박 지부장은 헌신적으로 도와주신 분들과 더불어 경주미협 회원들의 격려와 지지, 협력 속에서 이뤄진 의미 있는 전시회였다고 말한다. 경주미협은 솔거미술관 개관전 이후 기획전시실을 중심으로 경주미술사를 재조명하고 지역정체성을 담은 기획전시를 연속적으로 주관해왔다. 또 (재)경주문재단과의 협업으로 2016년 ‘손일봉 탄생 110주년 회고전’, 2017년 ‘신화의 숲 계림’ 등 지역 정체성을 담은 기획전시가 대규모로 잇달아 개최하며 큰 호응을 얻었고 관련 세미나도 열었다. 2017, 2018년 아트경주 특별전을 통해서는 해방 직후 미술전문교육기관의 복원이라는 당면과제에 지역유지와 미술인들이 나서 창설한 최초의 예술전문학교인 ‘경주예술학교’에 대한 발자취를 기리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경주예술학교는 경북 미술 2세대를 배출, 경북미술을 정립하는데 주요 역할을 담당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주문화재단에서 주관한 유수의 평론가, 미술사학자들이 참여한 ‘1946 경주예술학교’ 학술세미나도 개최, 경주미술사 관련 전시를 함께 해왔던 연구자의 경주예술학교 관련 논문이 학술지에 정식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개최됐던 경주 최초의 서양화가인 ‘토수 황술조’ 전은 1930년대의 대표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했던 황술조의 활동을 발굴 정리하고 작품을 고찰하며 기획된 최초의 회고전으로 근현대 미술사학적으로 반향이 컸다. 임기를 마무리 하면서 박 지부장은 경주미협의 대표적인 사업인 전국학생미술대회의 예산편성이 불발되면서 앞으로 사업 존속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을 아쉬운점으로 꼽았다. “그동안 신라문화제의 일환으로 개최됐던 계림숲에서 열리는 전국학생미술대회와 신라미술대전이 2019년 신라문화제가 기존 예술제 형식을 탈피하고 축제의 개념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조 아래, 신라문화제 일환행사에서 배제되면서 예산편성에 매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끝내 전국학생미술대회는 예산편성이 불발되면서 앞으로의 사업의 존속이 불투명하게 되는 고초를 겪게 됐죠” 한국근현대작가들의 사생의 요람이었던 계림은 미술인들에게는 상징적 장소다. 1962년 신라문화제 창설부터 개최돼 전국에서 학생들이 모여들었던 전통과 역사를 지닌 미술대회다. 미술인이라면 계림에서 그림 그려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말도 있다. “전국학생미술대회는 오랜 역사로 빚어진 지역의 미술문화를 좋은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협의도 없이 그 맥을 단숨에 끊어버리는 처사였어요. 오랜 기간 선배들로부터 이어져 온 사업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성실히 수행해 온 협회의 입장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참 회의감이 들었죠. 이는 관이 문화예술행사를 주도하면서 행사주체가 돼야 할 예술인의 의견과 전문성을 간과하는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행정편의주의 행태입니다.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매몰돼있는 모습에서 향후 여러 경주문화콘텐츠 사업에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울 것 같아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박 지부장은 임기동안 학문적으로나 예술적으로 경주미술의 발전으로 위해, 또 의미 있는 일을 실현하기 위해 때론 섬세하게 때론 당차게 돌파했다. 더불어 박 지부장은 그동안의 경주미술사 전시자료 등을 바탕으로 조속히 관련 작품과 자료 매입 등 지역의 미술관 역할에 대한 제고를 통해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여러 가지 일을 차차 해나갈 생각입니다.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작품 활동은 물론, 오랜 기간 지역의 미술행정과 전시기획 등의 일들을 해오며 느꼈던 생각과 경험을 토대로 글도 쓰고 싶어요. 그리고 경주와 미술을 사랑하는 각 계의 다양한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결성해 스터디 및 프로그램 기획, 문화콘텐츠 개발 등 지역의 미술인으로써 미술저변확대와 경주미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예술가들의 작품 활동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작품을 팔아 생활할 수 있는 작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예술가들이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끊임없이 창작에 몰두하는 것은 일상의 낡은 것에 매몰되지 않으려 애쓰며 늘 새로움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그 누구보다도 삶을 사랑하는 이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익숙함으로 놓치는 많은 것들을 더욱 특별하게,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이들이기 때문이죠. 예술의 힘을 믿으며 앞으로 더욱 정진해 나가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박 지부장은 ‘경주미술사’ 발간은 미완으로 남긴 채 임기를 마치는 만큼, 차기 지부장에게 경주미술사 연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관계기관과 협업해 향후 ‘경주미술사’ 발간을 완수할 수 있도록 애써 주길 바랐다. “경주미술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고, 더욱 활기찬 경주미협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봉사하시리라 믿습니다. 경주미술인들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작품을 할 수 있도록 지평을 넓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박선영 지부장은 계명대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 학과에서 미학과를 전공하였으며 개인전 3회, 단체기획전 및 해외교류전에 400여회 참여했다. 2008년부터 경주미협사무국장 시작으로 2011년 경주미협 부회장 및 2012년 경북도미협 부지회장을 역임했으며 2014년 3월부터 경주미협 지부장을 맡아 이달 말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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