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 것이라고 예고하지 않는다. 우리가 사소하게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재난은 시작된다. 전기장판, 가스밸브, 담배꽁초, 쓰레기 소각, 전자제품의 폭발 등 재난이 시작되는 것은 언제나 사소하다. 재난이 발생했다.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된다. 재난발생시 가장 먼저 생각나는 번호는 119다. 신고와 동시에 소방관들은 소방차에 몸을 싣는다. 1초라도 빨리 재난현장에 도착해야만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많은 화재 또는 재난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재산에 피해를 입는 일들이 발생한다. 지난 2014년 지역에서 일어난 리조트 붕괴사고는 200여명의 사상자가 나온 대형 사고다. 1분 1초라도 빨리 구급차와 소방차가 도착해야 하는 현장이었다. 하지만 당시 언론보도에서는 사고현장에 몰린 차들로 인해 소방차와 구급차가 빠른 진입을 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대형 사망사고가 일어나면서 시민의식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소방차 사이렌이 울리면 주행중인 차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소방차에 길을 내주는 모습들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경주소방서 관계자에 따르면 지역은 소방차에 길을 터주는 것에 주민협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골목이나 상가들이 인접한 곳에는 양면주차나 불법주차를 하는 차량들이 있어 개선돼야 할 곳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에 경주소방서는 매달 한 차례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을 실시해 시민의식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주소방서 ‘소방차 길 터주기’훈련에 기자는 동행했다. 이날 훈련은 지휘차량, 펌프차, 구급차 등 5개 차량이 동원된 가운데 경주소방서~알천로~동천시장에 이르는 구간에서 진행됐다. 출·퇴근시간대가 아닌 만큼 생각보다 도로는 혼잡하지 않은 편이었다. 하지만 주택밀집지역인 동천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소방차의 진입이 어려워졌다.  좁은 길에 양면으로 주차된 차, 코너구간에 주차된 차들 때문이다. 화재사고가 발생한 경우 화재현장에 탈출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 때 인명을 구하는데 필수적인 골든타임은 발생시점부터 4~6분까지다.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는 화재의 특성상 5분을 넘기면 소방관이 불길을 뚫고 현장에 진입하기도 힘들어지고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훈련 현장인 동천시장 인근은 좁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양면으로 주차된 차들이 가득해 소방차는 10m도 안되는 거리를 이동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코너 길에 주차된 차들은 소방차가 코너를 한 번에 돌 수 없을 정도였다. 동천시장인근은 주거주택과 유흥상가, 숙박업소 등이 밀집된 구간이기 때문에 재난발생시 소방차의 빠른 진입이 불가하면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특히 대형차인 소방차는 일반차보다 통행에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하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이나 대피가 어려운 고층건물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사다리소방차 등 특수소방차를 활용해 신속하게 인명 대피를 해야 하는데, 주차되어진 차량들 때문에 화재현장의 접근 자체가 어려워 다수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다. 소방기본법 개정으로 불법 주차로 소방차의 통행과 소방 활동을 방해한 차량은 손실 보상에서 제외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사례가 없어 소방관들이 소방 활동을 하는데 있어 적극적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경주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차 길 터주기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매월 1회 소방차 길 터주기 훈련 및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은 길 터주기는 협조가 잘되는 편이지만 도심지나 상가주변의 불법주차, 골목안 양면주차로 인한 소방도로 확보는 아직 많이 미흡하다”며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사이렌을 켠 소방차, 구급차 등을 발견하면 골든 타임을 지킬 수 있도록 시민들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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