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얼마나 멍청한지를 보여주는 게임이 있다. 예일대학교 마틴 슈빅(Martin Shubik)교수가 작정을 하고 만든 달러 경매(Dollar Auction) 게임이다. 경매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최고 입찰자에게 1달러 지폐를 낙찰한다는 아주 간단한 게임이다. 단, 경매사는 최고의 입찰자와 차상위 입찰자 둘 다 자기가 부른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가령 A는 1달러 지폐에 70센트를, B는 60센트를 불렀다고 치자. 경매사는 모두 1달러 30센트를 벌었으니, 1달러를 A에게 주고도 30센트의 수익이 생긴다. A도 1달러 지폐를 70센트 주고 샀으니 이득이다. 차상위 입찰자인 B만 불리한 거래다. 60센트를 지불하고도 얻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 부교수인 애덤 알터(Adam Alter)는 경매 게임을 강의실에서 해보았다. 1달러 대신 20달러짜리 지폐로 판돈을 키웠다. 경매는 1달러부터 시작하고 1달러씩 호가를 올렸다. 여기저기서 이구동성 “1달러!” 하고 외친다. 20달러를 1달러로 살 수 있다니 누가 마다할까? “2달러!”, “5달러!” 액수가 점점 올라간다. 10달러를 가볍게 넘은 호가는 20달러 액면가를 향해 달려간다. 이 게임이 사실은 덫이라는 걸 눈치챌 즈음이지만 입찰은 여전히 계속된다. 어느덧 두 입찰자로 압축되었다. “16달러!” 상대의 호가에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바로 “17달러!”하고 외친다. 급기야 “19달러!”하니 바로 이어 “20딸라!!” 하고 손을 치켜든다. 정상적(!)인 경매이고 정상적(?)인 학생들이라면 여기서 끝내는 게 맞다. 웃자고 시작한 게임이 이렇게 과열 양상이라면, 그 이면에는 ‘네가 이기는 꼴은 절대 못 봐’하는 심리가 깔려있는지 모르겠다. 지켜보는 눈도 많아진 이 상황에 패배자이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경매에 부친 20달러 지폐 가치의 세 배로 뛸 때까지 계속되더란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이 경매 게임은 생돈만 날리는 구조라는 걸 알 수 있다. 20달러짜리를 60달러 주고 사는 멀쩡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래서 이 게임은 자선기금을 모금할 때 써먹으면 좋을 그런 게임이다. 좋은 취지에 공감도 하고, 비록 많은 돈을 쓰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공유하며, 경매에 참여한 누구라도 승자인 게임 말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던 강의실은 패배 혐오(loss aversion)라는, 인간의 본능적 경향이 설명되면서 차차 식어간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속담처럼, (내가) 얻은 것보다 (남에게) 잃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버릇은 인간 무지의 맨 얼굴이다. 승리의 기쁨보다 패배의 아픔이 더 두려운 건 인간이 무지하기 때문이다. 한두 번 돈을 따 본 경험으로 밑 빠진 독 마냥 돈을 쏟아붓고 있는 현실을 부정한다. 잃고 또 잃으면서도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 여태 들인 시간과 돈이 얼만데 하며 본전 생각도 그 맹목성을 부추긴다. 아쉽게 질수록 흥분 중추 신경물질은 더욱 강하게 뿜어져 나온다. 아쉬움인지 희열인지 구분조차 안 되는 감정이 종착역이 없는 그 목표를 향해 쉴 새 없이 밀어붙인다. ‘딱 한 번만!’하고 다짐하지만 그것이 정말 딱 한 번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안다. ‘이게 마지막이야!’ 하고 주문을 외우지만 인간의 욕망은 마지막이라는 라벨을 붙여 봐도 그 속에 갇혀있지 않는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센 게 무엇일까 물어본 적 있다. 핵폭탄이라고 주장하던 녀석도 아빠가 생각한 지구의 중력(重力)이라는 데는 동의를 한다. 힘이 얼마나 센지 뭐든지 땅으로, 아래로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런 중력마저 능가하는 지구에서 가장 센 놈이 있는데, 그건 뭘까? 머뭇거리고 있는 아들 앞에 머리를 들이밀며 “위로만 올라가는 아빠 앞이마”라고 했다. 녀석이 킬킬대다가 “아냐, 정수리를 넘으면 다시 아래로 내려가” 한다. 눈치 없는 녀석이 아픈 데를 찌른다. 아빠는 어쩔 수 없이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욕망이란 놈이 진짜 끝판왕이지, 중력의 힘을 거슬러 끝없이 올라만 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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