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의원이 6개월뒤에 알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설계·공사따로, 사유지 문제 해결위한 자금 등 의혹 투성이 ■의혹은 밝혀야 한다■ 이번 시의원 선친묘까지 포장된 천북면 화산2리 흥림 뒷길 진입로 공사를 하면서 해당 시의원이 과연 몰랐는지 여부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공사 과정에서 민원 해결을 이유로 당시 천북면장과 총무담당이 모두 1천4백만원을 주고 무마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돈의 출처를 둘러싼 또다른 의혹이 일고 있다. 물론 이곳에 선친묘소가 있는 박모의원은 이같은 공사를 사전에 몰랐고 그나마 수개월 뒤에야 알게됐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천북면 공무원들이 거액의 돈을 들여 민원을 해결하려 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이들은 자신들이 잘못 판단해 시작된 공사였기 때문에 문책이 두려워 이같이 무마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첫째, 이 공사가 지난 99년 12월31일 착공, 다음해인 3월 22일에 완공했는데 수개월 뒤에 이 사실을 알았다고 박모의원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모의원이 나중에 알았다는 기간동안에는 설날과 한식날 등 명절이 끼어있어 과연 몰랐느냐는게 의문이다. 천북면 총무담당은 “그곳이 박모씨의 선산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해 사전에 당시 공무원들이 이같은 정황을 알고 공사에 나섰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지난 12일 천북면 행정사무 감사에서 총무담당이 “(면장이) 박모씨의 개인소유 임야이기 때문에 동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한 점이다. 도로를 포장하면서 동의 이야기까지 나왔는데 정작 임야 소유자가 몰랐다는 것이 또다른 의문으로 남아 있다. 셋째, 시장이 필요에 따라 읍·면·동의 주민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풀예산의 경우 시장의 필요에 의해서라기 보다 해당지역 시의원들과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집행되기 때문에 해당지역 시의원이 사업의 성격을 모르고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와관련, 한 시의원은 “자기 지역에 집행되는 풀예산의 성격을 모르는 시의원은 아무도 없으며 사업마다 의논이 되고 있다”고 했다. 넷째, 민원해결을 위해 당시 면장이 1천만원, 총무담당이 4백만원을 부담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처음 감사장에서 전 천북면장은 사유지 해결을 위해 사용된 돈의 출처는 도저히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나중에 이들은 돈의 출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작년 5월경에 돈을 주었다는 말만 되풀이해 이 돈의 출처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섯째, 담당자들이 사업의 타당성을 의심하면서도 공사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30여년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간부급 공무원이 타당성이 별로 없는 공사를 위험을 무릎쓰고 했다는 것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여섯째, 현장에서 드러났듯이 진입로의 오른쪽 끝지점에 이번에 말썽이 된 박모의원의 선친묘가 있는데다 주차공간까지 조성해 당시 관계공무원이 ‘알아서 과잉충성’을 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 누구의 묘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곱째, 공사구간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당초 화산2리 공사구간은 2백40m에 2천4백만원을 신청, 이 가운데 1백60m만 공사했는데도 공사비를 2천3백52만원을 지출했다는 점이다. 여덟번째, 당초 설계에는 박모씨의 소유인 산55-1번지 진입로에 포장을 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와달리 부산의 박모씨 문중 땅으로 알려진 산53번지에 설계변경도 하지 않은채 공사를 했다는 점이다. 이부분에 대해서 관계 공무원은 측량을 하지 않아 생긴 업무상 착오일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아홉번째, 해당지역 출신인 이모의원이 박의원으로부터 사전에 이같은 부탁받은 사실이 없으며 자신도 처음에는 박의원의 선친묘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풀예산 사업의 성격은 해당지역 시의원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업이다. 열번째, 천북면은 이번에 문제가 된 임도 포장공사에 앞서 시급한 주민숙원사업이 산적한 상태다. 그런데도 이처럼 공용성이 전혀 없는 곳에다 거액의 예산을 투입한 점이다. 열 한 번째, 지난 26일 이 시장이 “이 의원이 물의가 되고 있어 돈을 자기가 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해 더욱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이 의원과 면장이 협의해서 공사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굳이 2천3백여만원의 돈을 내려고 한다는 점이다. 열두번째, 문제의 포장 공사를 현역 시의원 아들이 했다는 점이다. 재량사업을 그 지역 업체가 한것이 아니라 타 지역의 업체, 그것도 동료 시의원 아들이 했다는 것은 의혹을 받을수 있다. ■침묵하는 시의회■ 이번 사태에 대해 경주시의회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3일 의장단회의를 개최해 사태 수습에 대한 논의를 했으나 확실한 대책은 물론 사실 규명조차 못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시의회에서 자체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제시됐으나 경주시 감사과가 조사중이라는 이유로 일단 보류된 상태다. 한 시의원은 “이유야 어쨌던 이해 당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데 과연 그렇게 할지 의문”이라면서 “조만간 의회에서 분명한 입장 정리를 하지 않으면 시민들의 원성을 살 수도 있다”며 말했다. ■시의원 모르는 재량사업 거의 없다■ 지역 주민들을 대표하는 시의원들의 경우 통상적으로 시장의 풀예산(재량사업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사실상 희비가 엇갈린다. 예산편성때나 감사에서 시의원들이 풀예산 지출내역에 대해 민감한 것도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주민숙원사업 확보여부가 자신의 표와도 직접 연결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의 결심에 따라 수시로 지출되는 풀예산에 대해 시의원들의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최근 열린 시의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풀예산 사용내역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 시의원들은 이같은 풀예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외에도 다른지역 풀예산 지원에도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같은 관행에 따라 시의원들 사이에는 시장의 풀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시장과의 사전 교감은 물론 평소 유대관계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문제의 풀예산은 어떤 것인가?■ 이번에 문제가 된 천북면의 공사는 풀예산(재량사업비)으로 이뤄졌다. 서류상으로는 당시 천북면에서 주민숙원사업 명분으로 예산을 신청하고 이시장이 결재했다. 풀예산은 대부분 읍·면·동장과 시의원이 사업비를 요구하고 시장이 이 예산을 지급하고 있다. 이 경우 대부분 △사업에 대한 공공복리와 공용성에 대한 검토가 뒤따르고 △투자사업의 객관성과 △적은 투자로 많은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 갈 수 있어야 하며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이 앞서야 한다는 등의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이 예산이 시장의 선심성 사업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다 시의원들의 발목을 잡는 수단으로도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예산으로 볼 수도 있다. 현재 경주시장이 사용할 수 있는 풀예산의 규모는 연간 10억원이 넘는데다 최근 수년간 액수가 꾸준히 증액되고 있다. 경주시장이 지난 99년 집행한 풀예산은 11억2천8백만원, 2000년도 14억9천만원으로 올해의 경우 18억원의 예산이 책정돼 6월말 현재까지 6억5천50만원이 이미 사용됐다. ■이번 사태의 경우 모두 공무원만 잘못한 것일까■ 경주시는 자체 감사 결과 당시 천북면장과 총무담당, 토목기사 등 3명에 대해 타당성이 없는 공사를 강행해 물의를 빚었다며 경북도에 징계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개 6급이하 공무원의 경우 경주시가 자체 징계를 하지만 5급 이상의 경우 경북도에서 징계하기 때문에 면장의 경우 경북도가 징계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사건에 연류된 하급 공무원도 함께 경북도의 징계 대상이 된다. 26일 이 시장은 경주경실련 관계자들을 초청, 이번 사건을 해당 공무원들의 업무상 잘못으로 돌렸다. 이 시장은 당시 관계 공무원들이 △사업의 우선순위 선정과 △측량도 없이 공사한 점 △잘못된 예산 요구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시장은 “나는 박의원의 산소가 거기(천북)에 있는지 알턱이 없고 선거구가 다른 곳인데 자신의 선거구에 있는 줄 알았다”면서 “예산 요구는 주민들이 이야기 하거나 경우에 따라 시의원이나 읍·면·동장이 판단하고 있으며 통상적으로 시의원과 함께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시장은 “사업이 맞지 않다고 해서 돈을 돌려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 경우도 시의원과 협의해서 하는 것으로 안다”며 “담당 공무원의 잘못은 우리가 징계를 할 수 있지만 시의원과 협의를 했다고 우리가 어떻게 할 수 는 없다”고 해명했다. 박의원 관련설에 대해 이시장은 “직원들이 박의원으로부터 부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면서 “시의원간 부탁은 서로 이야기를 안하면 알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진상규명 촉구■ 경주 경실련은 최근 경주시장과 천북면 시의원, 박 모시의원, 전 천북면장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내고 사업의 필요성과 공사를 한 이유, 공무원이 개인적으로 토지 소유자에게 돈을 지불한 문제, 묘소 때문에 관급 공사가 진행 될 수도 있는지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26일 경주시장을 방문한 경주 경실련 성타 공동대표, 조관재 집행위원장, 박종희 교수, 경주 YMCA 박병종 사무총장 등은 시장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들은 “문제의 장소에 갖다 온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타 스님은 “박 모의원은 경주에서 정보를 많아 가지고 있는 분인데 6개월 뒤에 알았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문제가 생기면 다치는데 면장이 명분없는 공사를 하기까지 직·간접적인 영향 없이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해당 공무원이 무슨 죄가 있으며 공무원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권력 있는 시의원이 했을 것으로 본다”며 “왜 그런 의심을 받느냐를 보아야 하며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는 시민들이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 경실련과 재향군인회, 경주YMCA, 경주 로타리클럽, 경주 환경련 등 시민단체들이 진상 규명을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27일 경주지역 변호사회에서 진상 규명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점차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의 반응은?■ 이번 현역 시의원의 선친묘 가는길 포장공사를 두고 시민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용강동 김모씨는 “누가 봐도 다 아는 사실을 두고 공무원들만 문책을 한다는 것은 본질을 축소은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관련된 시의원은 시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황성동 이모씨는 “시민의 혈세를 마무 필요도 없는 곳에 그것도 특정인의 묘소로 가는 길에 포장공사를 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면서 “잘못 사용한 예산을 환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시청 홈 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경주시민들의 혈세인 시예산을 자기 호주머니 돈 쓰듯 사용했다”며 “경주시가 박모의원과 동조하는 행동은 더 이상 지켜 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성주 기자 <leesj@new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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