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국내외 초대형 아티스트 공연예술을 접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잘 차려놓은 잔치상 같은 고급문화예술을 손쉽게 감상할 수 있었던 그간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열광적인 환호로 호응하는 관객들 뒤에는 (재)경주문화재단 20여명 가족의 숨가쁜 땀과 노력이 배여 있다. 그 숨은 공로자들 중에서 특히 중추적 역할을 해 온 이가 있다. 바로 이상엽 예술지원팀장(48)이다. 오늘의 경주문화재단이 있기까지 원년멤버로서 견인차 역할을 해오며 재단의 외적 성장은 물론 내적 결속을 다지는 중심에 그가 있었다. 특히 경주문화재단의 한국수력원자력(주) 문화후원 유치사업에 남다른 기지를 발휘해 성공적으로 성사시켜 문화재단을 더욱 단단한 반석위로 올려놓아 ‘협상의 달인’이라는 평을 얻었다. 그 결과 한수원의 문화후원사업을 통한 경주문화재단의 역량있는 기획이 맞물려 다양한 장르의 고품격 공연문화를 경주 시민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문턱을 낮춰 문화 저변을 확대하고 시민들의 문화 향수권 신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 선한 미소로 항상 자신의 자리를 묵묵하게 지키며 시민들을 응대하는 이상엽 팀장에게 주말과 휴일은 따로 없다. 주로 주말과 휴일에 공연이 많은 탓이다. 선임 팀장으로서 자신의 일을 천직이라 여기며 작고 큰 공연과 행사에 그의 땀이 배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경주 시민을 문화로 밝혀주는 경주문화재단의 든든한 인재다. 그는 문화사업팀에서 공연사업팀으로, 2019년부터는 예술지원팀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 3일,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그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만나 숨가쁘게 달려온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재단이 존재하는 목적의 일순위는 경주 시민입니다” “지방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고품질 문화와 예술성을 갖춘 작품과 공연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어서 경주 시민으로서 매우 행복했습니다” 시민들의 공연 관람 후기다. 올해는 경주예술의전당 10주년, (재)경주문화재단 설립 9주년이다. 경주 토박이로 경주의 역사문화적 토양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이상엽 팀장은 문화재단 발족에서부터 지금까지 이뤄진 사업과 행보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현재 사업 구조상 직원도 보충하고 팀도 늘여야 하지만 늘어나는 업무에 지친 동료들을 독려하며 함께하는 그는 재단 직원 중 한 명으로, 경주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늘 고민하고 그 고민을 통해 성장하고자 노력한다. 이 팀장의 이력 중 청년 시절 그의 열망과 성향을 반영하는 중앙대 영화연출학과 합격이나 미국 유학길에서 접한 필름 스터디 과정, 경영학 전공 등은 경주 문화예술과의 접점으로 닿아있는 듯하다.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2016년 경주로 귀향했을 무렵 때마침 탄생한 문화재단에 입성하게 된다. “오래 떠나 있었지만 그간 국내외 선진지에서의 견문들을 경주와 매칭하면 제 나름의 뭔가 할 일이 있을거라 믿었습니다. 고향에 대한 미련이나 정서 등이 일하는 중에 표출 된 거 같아요. 이 일이 제 적성에 맞나 봅니다. 예전 DNA가 살아있어서 이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표 좀 사주세요’ 하다가 지금은 ‘표 좀 구할 수 없을까요?’”라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식이 계속되자 다른 사업도 공신력이 제고되었고 재단의 사업을 문자로만 알려도 호응이 큽니다. 이 과정에선 한국수력원자력(주) 후원사업이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출연진에 최상의 음향, 조명팀이 함께 하다보니 막강한 인맥이 형성돼 다른 사업으로도 용이하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유명 출연진 섭외도 이들과의 네트워킹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개인적 영달을 위한 것은 없습니다. 저희가 애써 추진하는 사업의 혜택은 오롯이 시민들에게 돌아갑니다. 재단이 존재하는 목적의 일순위는 경주 시민입니다. 국내외 인기있는 출연진을 섭외해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지역예술인들을 위한 지역문화예술계지원사업도 비중있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목적을 배분하며 운영하는 것이 바로 재단의 숙명이자 방향입니다” -경주공연에서 감동받은 아티스트들의 한마디는 수 십년 역사 가진 극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산 2011년 출범한 경주문화재단은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먼저 발족했다. 출범 당시, 주요사업에 대한 중장기적인 비전 없이 출범돼 여론의 뭇매를 맞는 등 힘든 과정이 꽤나 길었으나 타 지방에 비해선 상당히 빨리 탄생한 조직이었다. 공연장을 운영하고 축제 사업 병행, 야외행사, 전시, 해외 행사까지 두루 하다보니 점차 영역이 커졌고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체성과 사업의 방향성이 정립돼가고 있는 차제다. 최근 생긴 인근 도시 문화재단들은 경주문화재단을 롤모델로 삼고있다고 한다. 2016년~2019년 한국수력원자력과 경주문화재단이 진행했던 문화후원사업들에서 경주 시민 4명중 1명은 공연을 관람한 성과를 이뤄냈다. 누적 관객수 6만명, 경주시민과 함께 한 164시간, 총 공연횟수 82회에 이른다. 이 후원 사업 이후 경주예술의전당과 함께하는 경주시민회원은 약 4배가 중가했다. 한편, 문화소외계층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 나눔은 13%를 차지했다. 출범 당시 가장 큰 사업 중 하나가 경주예술의전당 사업이었다. 전당 사업은 시행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6년 한수원 경주 이전으로 예산과 공연장 활성화 해소 건으로 한수원을 설득했다. “당시 6억원으로 일 년 공연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좋은 공연을 할 순 없었어요. 근데 시민들은 좋은 건물만 지어놓았다며 재단 직원들의 기획력을 의심하던 시기였어요. 당시 공연팀으로 발령이 났고 문화적 갈증해소를 근거로 한수원 측에 연극 공연 티켓을 팔려고 갔어요” 삼고초려 끝에 고액의 공연티켓판매에 성공한 그는 이 건 성사 후 한수원 발표 문화사업 관련자료를 검토했두었다가 그 방향성에 알맞은 콘텐츠를 구체적 사업 내용으로 끼워 넣는다. 이는 한수원 문화가 있는 날, 프리미엄 콘서트, 문화소외계층 초청 등 한수원 맞춤사업을 전략적으로 만든것으로 한수원 후원을 성사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한편 고급예술에만 치우친다는 의견을 고민하다가 지역예술인 지원사업을 추가로 제안했으나 쉽지 않았다고 한다. 2016년 8월 홍보팀을 적극적으로 설득시켜 결국은 모두 성사시키는 쾌거를 올린다. 그 첫 공연으로는 당시 가장 섭외하기 어려운 케이윌과 거미를 올렸고 소위 ‘대박’이 터졌다. 티켓 오픈한 지 십 여초 만에 매진이었고 포털사이트에서 경주예술의전당이 3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이후로는 공연 모두 매진 사례를 기록했으며 지금은 거의 홍보비를 쓰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해 회원 가입이 만 여 명이었고 현재는 2만 5천여 명으로 증가했다. 점차 극장은 궤도에 올랐다. 그는 또 대가들을 성공적으로 초청해 경주무대에 올리는 섭외의 달인이기도 하다. “어느 극장보다 전통있는 극장이 되려면 출연진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판단으로 직원들과 함께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출연진이 좋아하는 음식, 숙박 등 개인의 취향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을 썼습니다. 삼고초려의 자세로 사정사정해서 6개월, 1년을 기다려 공연에 성공하는데 정경화, 조성진, 백건우 등 경주공연에서 감동받은 아티스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수 십년 역사를 가진 극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자산이 되었습니다” -“10주년을 맞이하면서 각 사업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10년 정도의 역사는 유수한 극장에 비해선 걸음마 수준이지만 고객도 어느덧 자산으로 축적하게 됐다. 한수원과의 신뢰 관계도 돈독하고 상호 예우를 다하며 시너지를 발휘하면서 동반자적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한수원의 기업가치 측면에서 투자하는 본질을 존중하면서 컨텐츠에 관한 부분은 저희가 목소리를 내는 편이지요. 한수원 아트페스티벌은 경주 시민에만 편향적이라는 의견을 개선하기위해 전국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한 결과였습니다” 이 사업은 매년 후원액이 증가해 규모가 커지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한수원을 브랜드화하고 경주예술의전당은 ‘제대로하는 공연’을 올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범적 사례가 되고 있는 것. 한편, 여론의 도마에 올랐던 재단의 경영수지개선은 출연금 23억 중 인건비 (10억)정도는 충당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7~8억의 수입을 올리고 있어 어느 정도 재단의 자립도로 연결되고 있다. 이 정도의 수익은 경북 1위, 전국 24위(250여 곳 중)로 수익이 매우 높은 편이다. 경영수지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대관료를 현실화하고 감면을 줄여 시의 무료 행사를 줄이는 방안과 입장료를 올리고 위탁사업(시의 공기관 대행사업)수수료 책정, 네이밍 스폰서쉽(기관의 명칭에 기업명이나 브랜드명을 포함해 기관을 후원하는 사업)을 체결해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한편, 재단의 시설노후화(전국 최고 수준의 가동율로 91.63%)가 심각하다. 전국평균 가동율 61.3%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고 시설의 노후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선이 시급함에도 운영사와 경주시가 상호 미루고 있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라고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중간 인력 유출, 숙련된 전문 인력에 대한 인정과 배려 절실” 이 팀장에게도 고민은 많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중간 인력 유출입니다. 여러 지역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온 재단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성장하고 있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타 지역으로의 이직율이 너무 높은 것이 항상 고민입니다” “최근 포항, 울산, 영주 등의 문화재단은 저희를 벤치마킹해가기도 하고 조명, 음향 감독, 사무국장 등의 분야에서 직원들이 이직해 가기도 했습니다” “이제 사업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직원의 전문화도 이뤄져가고 있는데 숙련된 전문 인력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아쉽습니다. 직원들이 경주를 고향처럼 여기며 근속해서 최고의 전문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한 사람의 전문직원이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가 커지고 있으니까요. 그들을 격려하고 배려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