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 해라며 야심차게 출발했던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세밑까지 분열과 대립이 끊이지 않고 있다. 권력형 비리를 둘러싼 진실공방은 이념과 세대, 계층 간 갈등으로 이어져 상처의 골은 더욱 깊어졌고 멈출 줄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정치권의 정쟁은 가뜩이나 힘든 국민들의 삶을 짓누르고 있다.
이 시대 지성인 그룹인 교수들이 2019년의 시대상황을 반영한 사자성어를 ‘공명지조(共命之鳥)’로 뽑았다. 공명조는 한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새로 한쪽 머리가 혼자 늘 맛있는 열매를 챙겨먹자 질투를 느낀 나머지 하나의 머리가 독을 든 열매를 몰래 먹고 결국 죽었다는 것이다. 몸통은 하나인 공동운명체들이 각자의 이익만을 좇다가 모두 죽는다는 뜻으로 나만 살겠다고 하면 공멸한다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막장 승부를 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적확하게 꼬집은 표현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윗물이 탁하다 보니 아랫물의 상황은 알 수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머지않아 지방이 소멸될 것이란 위기감마저 돌고 있지만 지도층은 제몫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2019년 경주도 어려운 한해였다. 감소하고 있는 인구문제는 접어두더라도 갈수록 서민경제는 악화되고 있다. 상인들도 손님이 반 토막이 났다고 아우성이다. 도심뿐만 아니라 지역 곳곳에 늘어나는 빈 점포들이 어려운 현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주낙영 시장이 2019년 핵심 키워드로 정했던 ‘경제살리기와 역사문화관광도시 위상 회복’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여전히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주 시장은 올해 초 시정화두를 ‘일심만능(一心萬能)’으로 정하고 시민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함께 나아간다면 못해낼 것이 없다고 했다. 이는 경주시의 발전을 위해 시민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리고 주 시장이 올 한 해 이 같은 의지로 시정을 펼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경주가 처한 현실적 어려움을 시민들에게 오픈하고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는 과정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지방자치시대 지역발전의 근간은 몇몇 지도층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결정만으로는 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진정성이 내포된 소통이어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2019년 경주. 어려 어려움은 많았지만 이러한 과정이 2020년 더 큰 소통의 출발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