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문학대상운영위원회가 주최하고 (사)한국문인협회 경주지부(회장 박완규)가 주관하는 제31회 신라문학대상 수상작이 선정됐다. 이번 신라문학대상에 선정된 수상작으로는 소설 부문에 윤종인(서울 강동구) ‘롯의 딸’, 시 부문에 방윤후(경기도 김포시) ‘나는 발굴되고 있다’, 시조 부문에 정두섭(인천 연서구) ‘당분간이라는 시간’, 수필 부문에 이상수(울산 북구) ‘차심’이 각각 당선됐다. 신라문학대상은 신라 천년의 문화예술을 계승하고 역 있는 작가를 발굴해 새로운 민족문학의 진로를 개척하기 위해 1989년 처음 시작됐다. 이번 공모에는 소설 부문 133편, 시 부문 610편, 시조 부문 102편, 수필 부문 182편 총 1027편이 응모됐다. 당선자에게는 소설 부문 1000만원 및 상패, 시 부문 600만원과 상패, 시조 부문 500만원과 상패, 수필부문 500만원과 상패가 각각 수여되며 당선작은 ‘월간문학’ 1월호나 2월호에 발표하고 한국문인협회에서 등단으로 인정된다. 소설 부문 심사를 맡은 이광복, 김호운, 백시종 위원은 심사평에서 “소설은 무엇보다 독자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강한 흡입력이 있어야 하며, 이 흡입력은 서사의 갈등구조와 그물처럼 조밀하게 잘 짜인 구성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칫 작의가 강하게 드러날 수 있는 구성을 독특한 에피소드로 노련하게 희석한 윤종인의 ‘롯의 딸’은 이번 응모작품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윤종인 당선자는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읽고 작가가 되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박경리 선생은 나에게 스승이자 하느님과 같은 존재다. 대학 졸업을 하고 유일한 가족인 여동생만 남겨놓고 모든 인간관계를 끊었다. 난폭한 절연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이제야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등단의 기회를 준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린다. 언젠가 이 격려에 보답할 기회를 갖도록 열심히 활동해 좋은 성과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시 부문 심사를 맡은 허형만, 정성수, 이승하 위원은 심사평에서 “당선작 방윤후의 ‘나는 발굴되고 있다’는 문명의 가속도를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는 시인의 세계관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어 “완벽하게 복원된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무릎 꿇린 채 인터넷 공간에서 팝업창으로 분류되는 미래사회를 시인은 안타깝고 불안한 심정으로 예견하고 있다”면서 “기계가 인간의 일을 다 해주고 있으니 우리 인간은 이제 진화가 아니라 퇴화할 것 이라는 뼈아픈 예언을 하고 있는 이 시를 당선작으로 뽑는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당선자가 “함께 투고한 ‘정규직 봄’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절망적인 아픔을, ‘스팩이란 말’에서는 자연의 변화를 거스르는 인간세상의 경쟁의식을 풍자한 시로 훌륭한 풍자 시인을 발굴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면서 다만 운문이 지닌 미학적 측면, 즉 압축미와 정제미에 주안점을 둬 앞으로는 투고용 시가 아닌 자기만의 시를 쓰길 바란다며 새로운 도약을 격려했다. 방윤후 당선자는 “글이 도전하는 미래는 참 아름답다. 사유하며 돌아보고 머뭇거리는 사이, 몸과 마음이 크고 넓은 그림자를 드리울 것 같아서 지금껏 여러 번 낙선돼도 서운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 글의 숨을 쉬게 해주신 윤성택 시인, 조창규, 문성해, 유종인 시인께 감사드리며 지금도 어디선가 고독히 시를 쓰는 수많은 분들의 열정을 새기며 더욱 열심히 시의 수피댄스를 추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시조 부문 심사를 맡은 정수자, 이광복 위원은 심사평에서 “당선작 정두섭의 ‘당분간이라는 시간’은 순간의 감각적인 묘파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문장은 고양이처럼 가볍지만 시간의 단층과 심연을 담고 있으며, 순간 속의 세밀한 묘사로 삶의 비밀을 포착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어 “‘조등 같은 불을 켠 할증’이라는 비유나 ‘할증’을 잘 놓치는 일상의 발견, 그리고 ‘바닥에 남은 빈자리’를 ‘당분간이라고 부’르는 해석은 참신한 심화”라면서 “표층의 가벼움에 심층적 깊이를 얹는 식으로 빚어내는 다의성의 풍경이 경쾌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정두섭 당선자는 “시는 음악을 지향한다는데 참 오랫동안 날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림에 매달린 듯하다. 불편과 오답을 묵묵히 눈여겨봐 준 시마을 식구들, 강정숙 선생님과 누부들, 윤금초 선생님과 도반들, 강경우 선생님과 아직은 외곽들께 감사한 말씀 전한다. 월화수목금금금 생활이 감옥인데 빗장을 풀어준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신라문학대상 관계자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무장무장 눈이 나린다. 길이란 길이 다 지워져 내딛는 발자국이 당분간 길이다. 그 발자국 밟고 오가는 이 한둘은 있을 것이다. 물기없고 차가운 풍경을, 삶의 치부가 극명히 드러나는 이 겨울을, 바닥의 언어로 가만히 보여주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수필 부문 심사를 맡은 유인실, 권남희 위원은 심사평에서 “이번에 선정된 이상수의 ‘차심’은 최종논의된 ‘쳇불’ ‘섶코’와 같이 치밀한 습작의 시간을 가늠케 하는 단단함이 돋보였으며, 글감의 소재 선택, 사유를 확장해 가는 전개과정이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반면 신인의 참신함보다 숙련된 노련함으로 엇비슷하게 규격화된 패턴의 작품의 성향을 띠고 있는 점은 오히려 매력을 반감시키는 아쉬움은 있었다. 하지만 삶에 대한 태도로서의 어떤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 사유가 개인적인 자아성찰에 머물지 않고 삶의 보편적인 의미를 구축하는 데까지 밀고나가는 힘이 돋보였던 작품”이라며 평했다. 이상수 당선자는 “밥을 먹고 잠을 자듯 일상으로 글을 썼다. 때로는 슬픔을 잊으려고, 때로는 기쁨을 잊지 않으려 쓰다 보니 내안의 점토판엔 따뜻하고 다정한 것들로 차곡차곡 채워져 갔다. 어떤 날은 시간이 없어서, 다른 날은 글밥이 모자랐지만 마음에서 내려놓은 적은 없었다. 큰상을 주신 신라문학운영위원회와 희미한 차심 하나 발견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초승달인 나를 언제나 보름달로 쳐다보는 가족에게 사랑을 전하며, 응원을 보내준 당신들에게도 고마운 마음 보낸다”고 당선 소감을 말했다. 한편 제31회 신라문학대상 시상식은 28일 오후 4시 30분 더케이호텔경주 신관3층 원화A에서 진행되며, 이번 시상식 행사 비용 중 일부를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후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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