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한국상고사학회는 지난 13일 경주힐튼호텔에서 ‘고대도성과 월성의 공간구조와 경관’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반도 고대도성의 공간과 경관에 대한 비교 검토를 바탕으로 경주월성과 신라왕경의 역사적인 가치와 의미를 규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1부에서는 ‘고대도성 공간구조 연구의 과학적 방법’을 주제로 2개의 발표가 진행됐다. 먼저 신라왕경의 도로체계와 형성과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지적원도와 GIS(문화재 공간정보)를 활용한 신라 왕도 가로(街路) 체계의 복원(박성현, 계명대)을 시작으로 ▲GIS를 이용한 신라왕경의 공간구조 분석(강동석,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신라왕경 안팎의 공간구조와 토지이용, 유적 간에 협력관계에 대해 살펴봤다. 제2부에서는 ‘고대도성 공간구조와 경관의 고고학적 환경’을 주제로 4개의 발표가 이어졌다. 신라 지배세력 매장의례 공간의 변화를 왕경 발달과 경관의 관점에서 검토한 ▲신라왕경 도성공간의 경관과 매장의례(심현철,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사비도성의 도성공간과 경관(심상육, 백제고도문화재단)에서는 사비도성의 자연·인공적 경관을 바탕으로 도성의 변화를 살펴봤다. ▲고구려 왕도·도성의 공간과 경관(기경량, 가톨릭대학교)에서는 고구려 왕도의 상징적인 장소로서 ‘산성’의 기능을 검토했으며, 가야 왕성의 구조적 검토를 통해 고대국가 이행기의 도성체계를 설명한 ▲가야 왕성의 공간구조와 경관(최경규, 동아세아문화재연구원) 발표로 주제발표가 마무리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강동석 연구관은 이날 발표에서 기존의 문헌사학과 고고학의 연구 성과와 GIS공간 분석 기법을 활용해 왕경 안팎의 공간 구조와 토지 이용, 도시 내부의 네트워크 구조에 관해 설명했다. 강 연구관은 “왕경을 중심으로 한 광역 도시권은 월성으로부터 반경 약 30km~40km 권역으로 이 권역 내에서 가장 외곽에 위치한 취락들은 철, 소금, 농업 생산물을 직접 생산해 왕경에 공급하는 기능을 했다”면서 “왕기는 왕경과 경제적 상호관계에 작용했던 권역에 해당, 이 권역은 왕성에서 반경 20km로 도보로 하루 왕복할 수 있는 거리”라고 주장했다. 이어 “왕경은 방리제에 의해 도시구획이 이루어진 권역에 해당하며 정치, 경제, 종교의 중심지로 반경 3km 권역으로 상정할 수 있었고, 왕성은 신라의 왕경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경제체제의 정점에서 광역 도시권을 통제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면서 왕성-왕경-왕도-왕기로 이어지는 공간 구조에 관해 설명했다. 또 그는 “중고기 왕궁과 사찰 간 형성됐던 종교를 매개로 한 사회적 관계는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분석·해석해 봤을 때 근접중심성, 위세중심성, 연결중심성뿐만 아니라 매개중심성도 높은 수준에 있었다”면서 “그것은 중고기에 사찰을 매개로 구성된 네트워크 조직 내에서 월성이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해 상호작용을 통제할 수 있는 공간적 우위를 접하고 있었고, 이에 따른 공간적 지위를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월성의 네트워크 중심성은 왕실의 정치 권력을 유지·확대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이은석 연구관은 “GIS의 공간분석 기법을 활용해 왕궁, 왕경, 왕도, 왕기의 범위 등을 추출해내어 전반적인 신라왕경 구조에 대해 해석을 객관화 한 점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면서 그의 활약에 격려했다. 하지만 황룡사를 궁궐로 만들고 신도시의 중심지로 만들려고 했던 상황에 대해 GIS 개념으로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다시 말해 실제 월성은 경주 어디에서 보더라도 중심에 위치하고 중앙으로 인식하고 있고 지금 역시도 중심지이기 때문에 당연한 강 연구원이 주장하는 월성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의 중심성은 당연한 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근접중심성, 위세중심성, 연결중심성, 매개중심성이 모두 동일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어 “분석을 한다면 사찰이 축조되는 시기적인 차이를 고려해 분황사, 황복사, 사천황사 등 국찰의 규모와 역사성을 지닌 사찰들을 순서에 따라 조영되는 이유를 GIS상으로 도출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결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측은 “이번 학술대회가 과학적인 방법을 통한 한반도 고대도성 구조·경관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관련 학계와의 꾸준한 협력을 통해 한반도 고대문화의 역사·고고학적 맥락을 규명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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