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실에 들어서면 좌우 양벽에 각각 4구의 부조로 조각된 상이 있다. 이를 팔부신중 또는 천룡팔부라고도 하는데, 부처님의 권속 또는 불법을 수호하는 신중들이다. 이기영에 의하면 입구에서부터 본존불을 향해 오른쪽으로는 가루라, 건달바, 천, 마후라가이며, 왼쪽으로는 아수라·긴나라·야차·용의 차례로 되어 있다. ‘천룡팔부중’에 관한 기록은 『법화경』 등의 대승불교 경전에 보이며, 사천왕의 권속으로 기술되고 있다. 이들 권속은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역할이 각기 다르다. -천(天) : 천계에 거주하는 여러 신이다. 천은 3계 27천으로 구분되나, 지상의 천으로는 세계의 중심에 있는 수미산 정상의 도리천이 최고의 천이며, 제석천이 그 주인이다. -용(龍) : 물속에 살면서 바람과 비를 오게 하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호국의 선신(善神)으로 간주되며 팔대용신(八大龍神)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사찰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장식물은 단연 용이다. 법당 전면 기둥과 처마 밑을 비롯하여 법당 안의 닫집, 천장, 기둥, 벽, 그리고 계단 소맷돌 등에 주로 장식된다. -야차(夜叉) : 원래 인도신화인 베다에 나오는 존재이다. 초자연적 힘과 무서운 성격을 가지고 있는 악한 신으로 여겨졌으나 불교로 건너오면서 야차는 사람을 도와 이익을 주며 불법을 수호하는 신이 되었다. 사자의 거친 갈기를 가진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머리는 하나인데 얼굴은 2개에서 4개까지 표현된다. 방패와 창, 삼지창과 검을 잡고 때로는 철퇴·칼·막대를 잡고 소리를 지르며 크게 울부짖어 공포감을 주며 힘으로 땅을 움직이기도 한다. 요즈음 컴퓨터 게임과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건달바(乾達婆) : 인도신화에서 천상의 신성한 물 소마(Soma)를 지키는 신이다. 소마는 신령스런 약으로 알려져 있기에 건달바는 훌륭한 의사이기도 하며, 향만 먹고 살기 때문에 식향(食香)이라고도 한다. 본래 음악을 좋아하고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사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난봉을 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지칭하는 건달이라는 말이 이 건달바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수라(阿修羅) : 인도신화에서는 다면(多面)·다비(多臂), 즉 얼굴도 많고 팔도 많은 악신으로 간주되었으나, 불교에서는 이들을 조복(調伏) 받아 선신의 역할을 하게 했다.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을 아수라장이라고 하는데 그 어원이 이 아수라에 있다. -가루라(迦樓羅) : 새벽 또는 태양을 인격화한 신화적인 새로서 금시조(金翅鳥)라고도 한다. 머리에는 여의주가 박혀있고 입으로는 불을 뿜으며 용을 잡아먹는다는 전설의 새다. 인도신화 속의 신에서 불교 수호신이 됐다. 이문열이 이를 모티브로 ‘금시조’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긴나라(緊那羅) : 『법화경』을 비롯한 많은 불교 문헌에 등장하며, 인도에서는 아름다운 음악과 노래로 인간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신이다. 건달바와 함께 제석천을 모시며 악기을 연주한다고 알려져 있다. 긴나라는 본래 인도의 창조신 브라흐마의 손톱 끝에서 태어나 수미산과 천계에서 음악을 연주하는데, 보통 말의 머리와 사람의 몸을 지닌 형상으로 표현한다. 때로는 인간의 머리와 새의 몸을 지닌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부처님을 만날 때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마후라가(摩睺羅迦) : 사람의 몸에 뱀의 머리를 가진 음악의 신으로, 땅속의 모든 요귀를 쫓아내는 임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전에서는 ‘불법을 즐겨 구하므로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거만한 성격을 버리고 겸손하게 기어 다니므로 복행(腹行)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위 팔부신중은 대부분 인도신화에서는 악신이었으나 불교에 유입되면서 불법을 수호하는 선신이 되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 중 음악과 관련되는 신중이 셋이나 된다는 점이다. 오래전 인도에는 음악으로 시드는 화초를 살려 꽃을 피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노래는 고통을 치유하는 의사’라는 그리스 속담도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유력한 신 아폴론도 음악을 관장하는 신이었다. 이처럼 음악은 신비한 능력과 아울러 무력 이상의 힘이 있다. 그래서 불법을 수호하는데 음악이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이기영, 「석굴암」,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12,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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