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대 시가집으로 알려진 ‘만엽집’이 신라 향가와 완벽하게 일체 하는 향가의 또 다른 모습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이 제기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 향가해석의 기초를 흔들 만큼 파격적인 향가 해석방법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던 향가연구가 김영회 선생이 자신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만엽집을 해석해본 결과 완벽하게 해석할 수 있었다는 주장을 지난 14일 고려대에서 열린 ‘제76회 동아시아 고대 학회 동계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김영회 선생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지금까지 만엽집에 실린 한문가사 45수를 자신의 향가해석법으로 해석해본 결과 45수가 모두 완벽하게 해석됐다”고 주장하며 “이를 바탕으로 볼 때 만엽집을 제대로 해석하면 우리가 몰랐던 고대사 상당부분의 역사적 사실들을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며 학계의 관심을 촉구했다.
만엽집(万葉集まんようしゅう)은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후반에 걸쳐서 만들어진 책으로 알려진 고대 일본의 노래집이다. 모두 20권으로 나뉘어진 만엽집에는 무려 4516수의 노래가 전하고 있는 반면 이 노래집의 확실한 기원과 노래가 품고 있는 뜻은 아직도 학계의 논란이 계속될 뿐 그 정확한 해석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만엽집은 951년 5명의 일본학자들에 의해 해석이 시도돼 4200여편이 해독돼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고 지금도 해석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그 실체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선생은 신라 향가 역시 정확한 해석이 되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어 왔지만 자신이 연구한 대로 한문 자체를 뜻으로 해석하고 문장 전체를 노래본문과 청언(기원을 담은 소리)·보언(단체 행동을 의미하는 소리)으로 풀었을 때 비로소 체계적인 해석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만엽집에 전해오는 한문문장들 역시 이런 구조로 해석하니 놀랍게도 모두 해석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김 선생은 실례로 만엽집의 8번가(4516수 중 8번째 노래)를 예로 들면서 이 노래가 신라를 침략한 당나라를 쳐부수자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며 체계적인 설명을 곁들였다. 김 선생은 향가가 단순한 노래가 아니고 요즘으로 치면 뮤지컬 같은 종합예술의 대본이었다고 주장하며 만엽집의 노래들도 이와 같다고 주장했다.
만약 김 선생의 주장대로 만엽집이 신라향가를 본 딴 노래집이라면 이는 삼국유사 14편 균여전에 11편 등 겨우 25편이 전하는 향가연구에도 매우 중대한 국문학사적 충격을 주게 될 것이며 신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고대사연구에도 신기원이 열릴 것으로 보여 향후 선생의 추가적인 연구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편 이날 발표에서 토론자로 나온 광운대 여기현(국어국문과) 교수는 보언과 청언의 의미해석이 당시의 한자어 의미와 음에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지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 ‘보언’의 기능이 정확하려면 단어의 용례들이 향가 전반에 일정한 반복성을 지니고 기능해야 하는데 김영회 선생의 향가는 개별적으로 등장한다는 점, 삼국사기가 ‘악지’편에서 당시의 음악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향가에 대해서는 단 한 구절, ‘각간 위홍에게 향가집 삼대목을 짓게 했다’는 대목밖에 없다며 이렇게 보았을 때 종합예술형태의 장르라 부르는 것은 무리다는 등 신중한 논리를 폈다. 그러나 여 교수는 새롭게 해석한다는 것은 학문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인정하며 김 선생의 새 해독법이 향가해석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주문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 3분과에서 사회를 맡았던 대진대 이병찬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종합 평가를 통해 “3분과에서 문제의 발표가 나왔다.
김영회 향가 연구소장의 발표다. 무애 양주동, 1980년 서울대 김완진 교수의 향가 해독법 발표 이후 향가 해독이 침체와 답보를 보여 왔다”고 전제하고 “그러던 차 새로운 돌파구를 열 수 있는 획기적 방법론이 제기되었다. 쉽게 결말낼 문제가 아닌 만큼 관심 있으신 분들과 동아시아 고대학회에서 깊이 있게 다루어 볼만한 내용이다”라고 평가했다.
김영회 선생의 새로운 향가창작법은 올해 초 본지가 전격 단독 보도함으로써 이에 대한 중요성을 알렸고 이후 방송과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보도하거나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한 바 있다. 본지는 특히 선생의 향가제작법에 대해 지난 1402호부터 1418호까지 번외 포함, 모두 16번의 향가칼럼을 게재하며 새로운 향가창작법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지속해 왔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는 이례적으로 한국일보에서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향가창작법이 발표된다는 사실을 보도했고 BBS-TV가 발표장면을 녹화하는 등 언론매체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