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아티스트 장 보고시안(Jean Boghossian, 1949~)의 회화, 설치, 조각, 영상이 경주에서 선보인다. 우양미술관에서는 이달 29일부터 내년 5월 31일까지 2, 3전시실에서 ‘Flamme Intérieure 장 보고시안 : 심연의 불꽃’전이 열리는 것. 이번 전시는 2017베니스비엔날레 아르메니아 국가관 초대작가로 선정됐던 장 보고시안의 작품세계를 국내에 소개하는 전시로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과 함께 신작 90여점을 선보인다. 장 보고시안의 작업은 ‘불(꽃)’을 사용해 변형되는 재료의 모습, 발생되는 연기와 재, 타버린 구멍, 우연히 발생되는 색의 변화 등 작가의 실험적 화염 액션으로 창작된 직·간접적인 결과물이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불이 지닌 ‘파괴’와 ‘소멸’의 속성 속에서 새로운 ‘에너지’와 ‘탄생’ ‘소환’의 가능성을 찾아냈고 그것을 예술로 재탄생 시켜왔다. 아르메니아계 혈통의 장 보고시안은 터키에서 자행된 대량학살을 피해 시리아의 도시 알레포에서 태어났지만 불안정한 사회변화로 레바논으로 이주했으며 이어 레바논 내전(1975~1990)의 발발로 인해 1975년 이후부터 벨기에에 정착했다. 1975년 이래로 벨기에에 거주해왔으므로 벨기에 작가라고 소개되기도 하지만 작가는 여전히 프랑스, 영국, 스위스, 이탈리아를 오가며 작업하고 있으며 본인의 정체성은 이러한 다문화성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장 보고시안의 부친은 벨기에에서 보석상을 했다. 사업이 번창해 많은 부를 쌓았으며 1992년 가족들과 함께 재단을 설립해 예술가들을 후원해왔다. 장 보고시안 역시 처음에는 가업에 참여했고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30대 후반 늦은 나이에 미술대학에 들어가 정식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미술사와 각종 사조를 섭렵했고 인상파·초현실주의·큐비즘 작품을 거쳐 결국 추상미술에 이르렀다. 2010년 무렵에는 블로우 토치 및 각종 화염도구를 이용해 캔버스를 태워 그을리거나 구멍을 뚫는 등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와 질감으로 추상화를 표현했다. 또 옛 고서를 태우고 바니쉬를 발라 하나의 조각품으로 만들기도, 혹은 폴리스티렌 판과 나무판에 불로 문자를 새기는 등 다양한 시도와 실험정신으로 장 보고시안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갔다. 전시 주제인 ‘심연의 불꽃’은 작가 자신의 내면에 꺼지지 않고 살아있는 창작에 대한 불꽃이자 수많은 형상으로 나타나는 불꽃의 다양성을 통한 인간사의 현상학이다. 1층 2전시실에서는 연기의 흔적을 포착한 캔버스 작업들과 문명의 증거인 책이 반쯤 탄 채 박제돼 있다. 대형 벽면작업과 설치된 그의 작품은 작가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2층 3전시실에서 이어지는 원, 군집 작업은 캔버스와 종이, 컬러에 대한 조합에 불을 다루는 작가적 개입이 더해 완성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초기 작업의 동기가 되는 ‘접지’작업, 작가의 생애를 반영한 다국적 우표를 활용한 작업, 불꽃 뿐 아니라 안료를 사용하기도 하며 조각과 설치의 형태로도 끊임없이 실험해온 행보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양미술관 측은 “작가는 문명을 이룩해온 인간사에 대한 애정과 동시에 이를 불태우는 의식을 통해 인간을 향한 전쟁과 폭력, 학살에 대한 울분을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면서 “이번 전시의 주제인 심연의 불꽃은 작가 자신의 내면에 꺼지지 않고 살아있는 창작에 대한 불꽃이자 수많은 형상으로 나타나는 불꽃의 다양성을 통한 인간사의 현상학이기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시 기간 동안 미술관 2층 관람객 참여형 공간에서는 전시연계프로그램 ‘장 보고시안 흔적 남기기’가 무료로 진행되며 주말 11시, 오후 4시에는 전시해설(40분소요)을 들을 수 있다. 미술관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며 월요일은 휴무다. 입장요금은 성인 4000원, 청소년 3000원, 미취학아동은 2000이며 경주시민은 신분증 소지자에 한해 20% 할인된 요금으로 입장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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