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허락을 받지 않고/ 나무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나무를 베어 별장을 지었지 그대와 나-이승하 시 ‘나무 앞에서의 기도’ 中’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는 가로수 및 도시림 등이 제법 잘 가꿔져있는 편이다. 전국적인 유명세의 가로수길인 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 길, 충북 청주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경북 울진 백일홍 명품길과 함께 경주의 벚꽃 가로수 등은 각광을 받고 있다.
메탈(metal)한 도시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도시림은 도시 환경을 조화롭게 정화시켜준다. 그래서 도시림은 관광객을 유인하는 매력적인 요소다. 그러나 경주의 도시림은 수난을 당할 때가 많다. 최근에 불거진 불국사 진현동 영불로 가로수(은행나무, 느티나무)의 과도한 가지치기와 남산동 통일전 은행나무의 수형과 주위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가지치기에 시민들과 관광객의 민원제기가 기자에게도 전해질 정도였다.
‘나무를 이렇게 키우려면 수 십 년이 걸리는데 너무 하는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을 간직한 아름드리나무가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라며 그들은 흥분하고 안타까워하며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영불로의 경우, 지난달 말 본격적인 관광철을 앞두고 주변 가로수들을 몸통만 남기는 강전정으로 잘라내어 눈만 뜨면 관광도시 경주를 부르짖는 도시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경주의 가로 환경에 대한 섬세함을 잃은 탓이었다. 개나리도 은행나무도 느티나무도 하나같이 몸통만 남겨두는 소위 ‘강전정’으로 대부분 작업한다. 도시의 이미지와 경관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 마구잡이로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이렇듯 강전정을 하는 것은 연차적인 가지치기에 대한 예산을 줄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라고 했다. 물론, 가지치기가 필요하고 가지치기의 적기에 따라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또 상가를 운영하는 일부 주민들의 민원과 태풍 등 안전상의 문제와 맞물려있어 가로수 관리에 고충이 뒤따른 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래서 더욱 조경전문가, 가로수 관리사 등의 전문가를 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경주시 관련부서에는 전문가 한 명 없다. 길가에 심어놓은 가로수의 관리 수준이 형편없다는 지적은 여러 번 받았을 텐데도 아직도 행정 내부에서 전공자 한 두 명의 의견으로 대부분의 경주 가로수와 도시림의 환경이 결정된다고 하니 아연실색할 수밖에. 한 두 명의 전공자에 불과한 행정 내부 인력으로 어떻게 이 거대한 경주의 도시림을 관리할 수 있는가 말이다. 시 관련 부서는 예산 편성에 반영이 안된다고 미뤄 둘 일이 아니다. 여러 근거 자료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사안이다.
굳이 독일이나 호주 등의 선진 사례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도시림에 대한 주의 환기가 절실한 때다. 시민들과 경주를 찾는 관광객의 안목과 수준은 깊어지고 넓어지는데 시의 행정이 이들의 욕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엇박자로 논다면 그들과의 괴리는 깊어지기만 할 뿐이다.
하루아침에, 아껴왔던 가로수 경관이 몸통만 남기고 나뭇잎 하나 남기지 못한 채 돌변한 모습에 많은 주민과 방문객들이 받았을 충격은 짐작하기 어렵다. 높아진 시민의식에 미치지 못하는 행정이라는 비난과 안일한 행정이라는 문책은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시의 행정적 속사정을 주민들은 잘 알 수 없다. 그래서 전정시기와 전정 정도와 사유 등에 대해 주민들과의 설명회를 통한 충분한 고지가 이뤄져야 하고 그들과의 대화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하는 작업일 테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런 소통의 장(場)은 없었다고 한다. 차제에 시 관련부서는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도시숲과 가로수 심기를 확대한다는 것이 전국적인 분위기다. 우리는 새로 심기보다 기존 조성돼있는 아름드리 가로수를 가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 그린인프라는 이제 사회 기반시설과 함께 핵심 기반시설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경주는 특히 명심해야 할 명제로서 역사문화적 기반과 함께 조화롭게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