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27번이나 사용했다고 한다. 문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취임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정의 가치’는 현재 정부에서 중요시하는 가치 중의 하나다. 그렇다면 공정이란 무엇인가?
그에 앞서 필자가 독자들에게 슬기로운 경제생활을 위한 작은 팁을 알려 드리겠다. 먼저 마트에서 알뜰하게 장보기다. 매일 마트의 폐점 시간 1시간에서 30분 전에는 과일 등 신선제품을 대폭 할인해서 판매한다. 그러니 폐점 시간에 임박해서 장보기를 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신선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과일이 없어져 제사를 못 지낼 정도로 갖가지 과일을 먼저 사들인 후 비싼 값에 내다 판 허생전의 이야기는 다들 잘 아실 것이다. 무릇 슬기로운 경제생활이란, 매점매석 등 방법을 불문하고, 싼 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파는 것이다. 다들 아는 내용이니 신선함이 없다. 이제 이러한 내용의 ‘슬기로운 경제생활’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상식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런 상식과는 반대되는 내용을 가훈으로까지 삼아 지킨다면 이 얼마나 어리석은, 바보 같은 일인가? 마트 폐점할 때는 물건이 싸니 장보기를 하지 말라니···, 어떤 이유로 물건 값이 떨어졌는데 그걸 사지 말라니···, 바로 다름 아닌 경주최부자 말이다. 경주최부자는 ‘시장이 끝날 때 물건을 사지 말라’거나 ‘흉년에는 땅을 늘리지 말라’는 가훈을 제시한다. 장삼이사야 폐점할 때를 기다려 물건 값을 깎으려고 흥정해도 별 탈이 없지만, 경주최부자 같은 큰손이 정상적인 주문을 하지 않고 변칙적인 주문을 하게 되면 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 토지 값이 떨어지고 쌀값이 오르는 흉년기에 토지를 사게 되면 토지를 싸게 많이 살 수 있겠지만 서민들의 원성 또한 함께 사게 된다.
시장을 교란시키고 서민들의 원성을 사면 당장이야 재산을 늘리겠지만 오래 갈 수 있겠는가? 결국 눈앞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지 말고 길게 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장 먹을 쌀이 없어 땅이라도 팔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여기에 대해서 경주 최부자는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고 가르친다. 즉, 흉년기에 배고픈 자들의 땅을 사 재산을 늘릴 생각 말고, 그들을 구휼할 방도를 찾으라는 것이다.
기업에서 윤리경영 업무를 맡고 있다. 윤리경영 업무를 맡게 되면서 찾게 된 것이 바로 경주최부자다. 경주최부자를 지금의 ‘기업’으로 인식한다면 이미 수백 년 전에 윤리경영을 몸소 실천한 기업이 바로 경주 최부자인 것이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상대방의 급박함이나 약점을 이용하지 말라는 경주 최부자정신이다. 요즘 회자되는 윤리경영이란 무엇인가? 눈 앞의 이익에 급급하지 말고 지속가능한 것인지 생각하라는 경주최부자 정신이다.
‘경주’ 하면 으레 ‘신라 천년 수도’를 떠올린다. 첨성대와 같은 오랜 유물도 있고 화랑정신과 같은 용감무쌍의 기상도 있다. 그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 우리 시대에 너무나 필요한 윤리경영이 있고 공정의 가치가 있다.
요즘 시대엔 공정과 같은 추상적 가치가 단순한 말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것들이 관광과 연결되고 있다. 이를테면 광명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오리서원’ 같은 곳이다. 조선시대 대표 청백리로 추앙받는 오리(梧里) 이원익 선생을 기리는 오리서원은 일반기관 단체 및관공서, 공공기관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오리 선생의 청렴 정신을 배우는 시간과 함께 광명시의 대표 관광지인 광명동굴을 답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주시도 경주최부자 아카데미 등을 통해 경주최부자 정신과 경주 관광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주가 가지고 있는 가치가 신라시대에만 국한될 리 없다. 경주최부자의 공정 가치를 포함한 여러 무형의 가치를 찾아 경주가 단순히 신라 시대의 유물을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