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리단길이 핫 플레이스가 되고 황리단길 임대료가 폭등하자 경주시청의 고위관료가 “그게 무슨 문제가 되냐?”고 말해 구설에 오른 적 있다. 여기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의 긍정적인 면만을 본 관료의 무지함과 천박함이 깔려 있다. 황리단길 임대료 상승은 지가 상승으로 이어져 대구, 포항, 울산, 구미 등 인근 도시와 지가차이로 소외감을 느끼던 땅이나 건물을 가진 경주시민들에게는 일순 좋은 소식일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문제와 함께 가장 심각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조용한 지역에 갑자기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겪는 원주민들의 고통이다. 서울의 핫 플레이스였던 가로수길과 황리단의 모델이었던 경리단길, 홍대, 연남동은 과도한 임대료 상승으로 원래 핫 플레이스를 만들었던 젊은 작가들이나 요리사들이 그 지역을 떠나고 대기업 프렌차이즈가 자리를 잡으면서 거리의 활력을 잃고 있다. 예전 서울의 핫 플레이스였던 압구정과 방배동 카페거리는 이미 예전만 못한 거리로 전락했다. 임대료를 도로 낮추고 지역 상인들이 상가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노력해도 한번 인기 잃은 지역을 되살리기는 어려워 좀처럼 이전의 활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지역도시도 마찬가지다. 서울 인사동과 북촌 한옥마을, 대구 김광석 길, 전주 한옥마을, 강릉의 커피거리 등 핫 플레이스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문화와 사람 사는 냄새가 있어서 사람들이 찾던 곳들이 지가 상승으로 문화와 사람은 밀려나가고 그 대신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거대자본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대거 진입하며 특징 없는 소비지역, 향락 도시로 전락했다.
특히 인사동이나 북촌 등 주거 지역이 공존하는 도시는 이에서 그치지 않고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이 동반되며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조용하던 집 주변이 시끄러워지고 음식 냄새나 주차로 인한 불편, 사생활 침해 등으로 인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집을 팔고 떠나버리는 현상은 도시의 기본인 거주기능조차도 위협하게 된다. 일부 주민들이 일시적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봤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지나친 여행지화 현상으로 그 지역이 공동화가 되거나 슬럼화 된다면 그 피해는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이중으로 돌아간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진국과 국내의 앞서가는 도시 사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심각성을 느끼고 수년 전에 종합대책을 이미 발표했다. 건물주와 임차인 간 상생협약, 소상공인 앵커시설 대여, 장기안심상가 발족, 소상공인 상가매입비 지원 등 임차인 보호에 대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할 조례도 만들어지고 있다, 서울시 성동구가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지역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길에 대해 대기업 프랜차이즈 입점을 제한하는 조례를 재정한 것이 그 예다.
최근 경주읍성주변 정화와 성루복원 및 경관조명사업으로 이 지역이 또 다른 핫 플레이스로 뜰 조짐이 보인다. 다시 말하면 이 지역 역시 똑 같은 문제의 반복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핫 플레이스가 되기도 전에 뒷일을 걱정하는 것이 우습게 보일지 모르나 장기적인 읍성주변 청사진을 고려하면 미리 대비하여 타 지역의 전철을 밟지 않아야 한다. 경주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적정한 임대료를 권장하고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원주민에 더해 젊은 예술가와 작가, 요리사 등 기능 있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조례와 정책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이들을 수용한다면 읍성주변이 그야말로 진정한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장기적으로 상생 발전하는 모범 지역이 될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의 경우 지가 상승지역을 공간정보시스템을 활용해서 기록하고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경고하는 공간정보시스템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대응하는 현대적이고 새로운 접근방법인 것이다. 이런 작업에 지난해 속초에서 보았던 신개념 가상현실게임의 접목 등 현대적 공간정보통신의 기능이 첨가되어 새로운 볼거리와 체험이 이루어진다면 그 발전 동력은 무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