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대교육은 조부모세대가 자녀세대와 손자세대를 교육하는 시스템을 통틀어 이야기한다. 가정교육의 일부분이라 보여지는 격대교육을 교육의 근본을 살리는 일이라 정의를 한 것은 조부모세대가 손자세대를 교육한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살펴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조손교육을 가정교육에만 국한해서는 보아서는 안 될 이유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노인하나가 죽으면 도서관이 불타는 것과 같다는 의미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손자양육의 소극적인 의미가 아니라 도서관 하나만큼의 지식과 경험과 지혜를 60~100년 동안 쌓아온 보다 적극적인 교육의 주체로서의 의미가 노인에게 부여되어 있다.
“집안에 노인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갖다 놓으라”는 그리스 속담은 보다 더 심도있게 노인세대가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노인(老人)에서 노(老)는 늙었다는 의미로 축소되어서는 안된다. 중국어에서 노사(老師)가 선생님이다. 늙은 스승이 아니라 바로 스승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이라는 의미가 스승이기보다는 현역이 아닌 은퇴자 혹은 이제는 쓸모없어진 세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오랜 경험을 지닌 경영자도 퇴직하고 나면 취미생활이나 하며 지내고 있고, 특히 교육계의 퇴직자들도 전직 선생이라는 직함만을 달고 있다. 공직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말 그대로 한때는 엄청난 고급인력들이었는데 어찌하여 소일거리나 취미생활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야 하는지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유대인의 성공비결중 하나는 노인세대가 유아세대의 교육을 위해 다시금 교육의 주체로서 책임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안식일의 문화는 4세대가 한 자리에 모여서 특히 기성세대와 노인세대의 경험으로부터 지식과 지혜를 더 많이 전수받는 자리이다. 젖먹이 어린애들도 참여하는 자리이다. 그것도 가끔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번씩 정식으로 24시간을 함께 하면서 몇천년을 거슬러온 역사와 전통에 대해 오랜시간 동안 곱씹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글을 읽고 토론하는 문화를 가르치는 사진도 유대인들을 대표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부모세대인 자녀들은 자신들의 교육의 태도나 가치관이 그들의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배운 것이므로 이미 존경의 대상이다. 그러므로 교육에 관한한 세대차이가 있을 수 없고 어린 손자세대가 그들의 조부모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는 것은 영광의 시간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은퇴라는 단어가 없는 유대인들은 현역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다시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주체로서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맞벌이 부부등 바쁜 자녀들을 위해 할 수 없이 손자를 떠맡아 양육하고 돌보는 정도에 그치는 한국의 가정의 현장하고는 매우 다르다. 한국의 조부모와 젊은 부모세대는 교육에서도 갈등이 많다. 조부모들의 양육태도는 젊은 부모세대에게 불만이고 미덥지가 못하다. 또한 시댁과의 갈등을 부각시키는 잘못된 사회풍토가 어른들을 존경의 대상에서 귀찮은 존재로 전락시키고 있지만 불과 몇십년이 지나면 바로 자신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어느듯 전통시대에 손자를 한방에 데리고 자면서 생활태도부터 학문교육까지 도맡아 했던 조부모의 엄격하고도 따듯한 교육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조부모가 다시 예전처럼 교육의 주체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교육적인 부분에서 많이 벤치마킹하려는 유대교육에서 그 성공적인 결과로 재고해보아야 한다. 이 개념을 확대하면 기업은 은퇴로 인한 퇴직자들을 다시 신입사원들을 교육하는 주체로 모셔야 한다는 것이고, 교육계에서도 은퇴한 관리자나 교사들을 교육적인 접근으로 다시 현장으로 모시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어제가 없는 오늘은 불가능하고, 과거가 없는 현재는 있을 수가 없다. 다시 말하면 지금에 있는 모든 시스템은 어제까지의 경험이 지혜라는 엑기스로 남아있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인 한사람, 하나사람이 가진 과거의 모든 경험이 축적된 도서관 하나로 맞먹는 그 모든 역량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사회에 쉽게 자리 잡을 수 있고, 수십년 걸려서 배워야 할 경험적 지식을 쉽게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로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교육과 사회의 문제점을 젊은 세대들의 잘못된 교육관이나 행태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교육의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격대교육은 순환과 공존의 원리를 가진다. 그래서 노인세대는 교육의 주체로서의 자부심을 가진 아름다운 노인(老人)이 될 준비를 해야 한다. 끝이 아닌 경험과 가치에너지의 무한 축적과 반복 그 원리가 다시 우리교육에서 회복되었을 때 진정한 한국의 힘이 발현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