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달빛 따라 천년왕국을 거닌다. 달빛 스민 마디마다 얹힌 신라사람들의 숨결, 고즈넉한 파문으로 장엄 무량하다. 달빛 매겨진 풍경을 맡으며 천년을 오가는 운치에 취한 듯, 그대도 나도 *월명재 올리는 가을밤 품안에서 심오하다. 35대 경덕왕(景德王 742-765년) 시절, 월명사는 사천왕사에 머물면서 피리를 하도 잘 불어, 피리가락에 심취해 하늘 길 가던 달도 멈췄다는 대금연주의 달인이다. 구름 속 꿈틀대며 태동하던 초승달이며, 반달 둥글게 여물려 서라벌 휘영청 밝히던 보름달이며, 사위어 가는 그믐달 덩달아 걸음을 접게 한 월명사의 대금소리. 죽은 누이를 그리워하며 애끓는 심정 토해내듯 부는 대금소리는 뭇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을 짐작이 짙다. 월명사는 죽은 누이를 위해 재(齋) 올릴 때 제망매가 향가를 지어 제사 지냈다. 이때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어나서 종이돈(지전:紙錢)이 날려 올라가 서쪽으로 사라졌다. 죽은 누이를 향한 추모 시(追慕 詩) 향가 제망매가, 신라적 가락을 짚어 가면 보고픈 심경을 예술로 승화시킨 인간미 따뜻한 오라버니임을 느낀다.제망매가(祭亡妹歌)죽고 사는 길이여기 있음에 머뭇거려지고나는 간다는 말도못 다하고 가는가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여기저기 떨어지는 잎과 같이한 가지에 나고서도가는 곳을 모르는구나아, 미타찰(彌陀刹: 서방정토, 극락세계)에서 너를 만나볼 나는불도를 닦으며 기다리마 월명사는 향가를 지은 문학인, 대금연주 음악인, 불교의 승려로 민중을 아우른 종교인, 나라에 충절한 화랑, 덕목을 두루 갖춘 예인(藝人)인 동시에 한없이 다정다감한 오라버니다. 사천왕사 앞거리 월명리에서 심중 다해 불던 피리가락 음률에는 저 세상 앞서 간 누이를 그리워하는 마음 한량없으리.월명리(月明里)에서 만파식적 잠재우는 하늘 천(川) 굽이굽이/ 꽃 뿌리며 공덕 닦던 마음, 어둠에 들면/ 둥근 등 내어주는 달빛경전 수북이/ 누이 넋 달래려, 저믄 서라벌/ 월명리 서성이는 오라버니 있네// 페인 심줄 환하게 대금소리 살아있어/ 사천왕사 빈 절터 누이인 듯 멈춘 달/ 당간지주 기대어 눈물귀 씻어주는/ 오누이 도타운 정 은하수 물살이네// 젓대소리 생명 품는 밤이면/ 만삭의 몸 풀던 안압지 달못, 연등으로 부풀어/ 민초들 소박한 삶 가을국향 같았네// 살붙이 서러운 정 하늘 닿을 때까지/ 낡은 기왓장 한 모퉁이 세월을 얹어놓고/ 누이여 누이여 피리가락 밟으며/ 그리운 달빛마을 돌아 나오는/ 월명사 닮은 오라버니 있네// -제 1회 월명문학상 당선작*월명재: 경주시 주최, 경주문화축제위원회 주관, 음력 구월 보름날 저녁, 피리의 명인이며 신라문학의 대가인 월명사의 예술 혼을 기리는 문화축제다. 시(詩)부문 응모하는『월명문학상』은 전국 문학인들의 축제의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