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탄생기에는 발레의상이 일반 의상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발레가 대중예술로 자리잡아가면서 발레의상은 점점 가벼워지고 짧아진다. 고전발레에 이르러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보기 민망할 정도에 이른다. 일명 ‘쫄쫄이’라고 불리는 레오타드(leotard)가 그렇다. 레오타드는 의외로 사람의 이름이다. 프랑스의 곡예사 쥘 레오타드(Jules Léotard/1839-1870)가 개발하여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레오타드의 생김새는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나 여성 체조선수의 경기복장을 떠올리면 된다. 상하의가 딱 붙어서 몸에 꽉 끼는 옷 말이다. 예전에 개그콘서트란 코미디 프로그램에 ‘발레리NO’라는 코너가 있었다. 레오타드를 입은 남자 개그맨들이 기발하게 신체의 중요 부위를 가리면서 연기를 한다. 바로 이 쫄쫄이의 민망함을 소재로 큰 인기를 모았다.“어쩜 그리 예쁠 수 있을까?”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순백의 백조들을 바라보면서 저절로 내뱉는 감탄이다. 여기서 백조들이 입는 의상이 클래식 튀튀(classic tutu)다. 클래식 튀튀는 레오타드 위에 착용한 원피스로, 치마가 백조의 깃털처럼 허리선에서 옆으로 뻗어있다. 클래식 튀튀는 오늘날 발레하면 바로 연상되는 그 옷이다. 발레의상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낭만발레에 등장하는 종모양의 긴 로맨틱 튀튀보다 훨씬 짧아져 다리 전체를 드러낸다. 곧게 뻗은 다리로 현란한 기교를 뽐낼 수 있지만 실수에 노출되기도 쉬워 무용수의 입장에선 양날의 검이다.클래식 튀튀는 보기엔 보들보들 아름답지만 치마부분을 만져보면 뻣뻣해서 조금 위험하다. 남성 무용수가 파드되(2인무)를 출 때 가끔 치마에 얼굴을 긁혀 상처를 입기도 한다. 치마 챙이 우산처럼 늘 펴져있으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발레리나의 아름다움을 위해 발레리노가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다. 고전시대까지만 해도 발레의상이 곧 발레의 형식이었다. 즉 로맨틱 튀튀가 낭만발레의 형식이고, 클래식 튀튀가 고전발레의 형식이었다. 하지만 형식이 해체된 현대무용에서는 의상마저도 자유롭다. 요즘엔 쫄쫄이 대신 웃통을 벗어젖히고 깃털바지를 입은 남자백조가 무대를 활보하고 있다. 맨발에 헐렁헐렁한 이브닝드레스를 걸쳐 입은 여성 무용수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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