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어느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국민이 하나로 단결하여 힘을 모으면 그 어떤 국난도 잘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은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언급되는데, 도시의 계획과 관리, 운영에도 적용되고 있다.
유럽의 유명도시들은 오랜 시간 시청과 광장, 그리고 인접한 시장을 중심으로 번화하고 있다. 도시의 주요 지점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범위에 모두 모여 있다. 이런 도시들은 대부분 관광지로도 유명하여 그 곳의 역사와 삶의 현장을 찾아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관광객들은 기차를 타고와 중앙역에 내린 뒤 걸어서 여행하는 경우가 다수다.
경주도 한때 뭉쳐 살던 때가 있었다. 지방의 주요도시마다 사람과 물자가 모이는 중심부를‘시내’라 부른다. 경주 시내에는 시청을 비롯한 관공서, 학교, 시장과 상점, 그리고 사람 살던 집이 있었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아 역에서 내리면 걸어서도 집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황성동과 충효동 지역의 아파트 단지 개발, 주요 관공서와 학교의 이전, 유적복원과 보호를 위한 중심부 주택의 소개와 이전 등, 모이기보다는 갈수록 흩어지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용강동을 넘어 더 북쪽으로 시가지가 확대되고 있고, KTX 신경주역사 주변도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주 사람들이 갈수록 흩어져 살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도시 중심부 대부분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내 집 하나 고치기 어려운 생활여건, 실제 인구가 증가하던 시절의 주택수요, 대규모 주택단지건설이 외지 인구를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정책적 기대, 시군통합 도시로서의 지역적 안배, 그리고 낡은 도시보다는 깨끗하고 새로운 도시환경을 만들려는 노력들이 모두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시도들에 대해서 다시 진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경주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라면 이 같은 시가지 확산전략은 도시환경 개선 요구에 대응하고 부족한 주택문제 해결 차원에서 바람직한 정책일 수 있지만, 현실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이 외곽의 주택지로 빠져나가면서 원도심이었던 곳은 아이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보기 힘든 곳이 되었다. 시내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닌 관광객들을 위한 박제된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흩어진 상권으로 집적 효과도 크지 않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원래 한곳이었던 중심지가 여러 곳으로 흩어졌으니 거리의 활력이 예전만하지 못한 게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리도 정비하고 축제도 여는 등 도심활성화정책을 펴보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다. 왜냐면 흩어진 시가지는 경쟁을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도심의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이면 황성동과 충효동 등과 같은 분산된 지역의 상권이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말씀드렸다. 더 이상 시가지 확산을 멈춰야 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이 쇠퇴일로에 있다.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언젠가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도 줄어들 판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주의 인구가 더 늘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것이 맞다. 전국적으로 보자면, 모든 지자체가 인구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전국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는 한 경주만 인구가 늘어날리 없고, 늘어나는 인구라야 인근지역에서 유입되는 인구 정도다. 이 상황에서 계속적으로 시가지를 확대하는 것은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는 식이다.
앞으로도 확산이 계속된다면 모든 지역이 함께 쇠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더 이상의 확산을 멈추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경주의 시가화 구역 내에서 내실을 다져나가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흩어지면 망하고 모이면 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