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과 손길이 닿는 만큼 건강한 논과 밭. 무임승차하는 일이 없는 자연. 나는 들판을 잘 만났고 들판은 나를 참 잘 고용했다. 우리가 먹는 일을 멈추지 않고 땅이 있는 한 절대로 사라질 수 없는 나의 직업은 영원히 존재한다. 트럭에 음악을 켜고 두 팔을 번쩍 든 농부 박승석(75·내남면) 씨를 잡초를 뽑고 있는 논에서 만났다. ▷농사가 재미나다. 새벽 4시 30분 기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계절에 관계없이 눈을 뜨면 들녘을 두리번댄다. 싹이 트고 잎이 되고 줄기가 되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에 긴 호흡하면 온 들녘이 내 것 같다. 농작물에 인사를 나누며 시작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일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늦게 귀가할 때도 있지만 지친다는 느낌 없이 하루해가 간다. 탄광의 노무, 경리, 덤프트럭 등 20년을 객지에서 생활하다 운송 일을 하던 중 실패를 하고 제2의 인생을 잘 살 수 있는 농사에 전념을 다하게 됐다. 열심히 일하다보니 1만4000여평의 논과 밭, 소11마리. 논밭에서 수확되는 모든 것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소도 먹고 사람도 먹고 땅에게도 주는 우리는 모두가 건강하다. ▷일은 즐겁게 음식은 맛있게 여행은 신나게 만남은 행복하게 어울림은 확실하게 무엇이든지 시작했다하면 열심히 한다. 내 삶의 무대는 논과 밭이며 내 몸은 그 위를 채색하는 화가이며 음악가이다. 해야 하는 일에서 틀을 벗어나지 않고 내 몸과 아내의 몸을 건강하게 하는 방향으로 한걸음씩 나아가지요. 내 손으로 키울 수 있다는 재미와 나를 믿고 가을까지 기다려 건강함을 받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집중이란 것을 새롭게 알아가게 만드는 농부라는 직업이 참 즐겁다. 농부라는 직업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만도 않다. 남들보다 10분 더 노력하면 된다. 흙을 밟고 땀 흘려 일한 뒤 음식의 맛을 알게 하고 여행으로 신명나게 사는 법도 알려주며 모든 면에서 마음가짐을 달라지게 한다.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까 지금이 참 좋다.(또다시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훈습의 시간을 매일 갖는다. 전세대별로 실업률이 가장 심각한 요즘이다.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공부하듯 들판에 좋은 그림을 그리기위해 매일 학습한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들판에 씨를 심고 열매 맺는 시간까지 그 기다리는 시간을 농사에 대한 자부심으로 깨워나간다. 농사는 많은 것을 투자해야한다. 정성과 관심으로 계속 해보는 것이다. 이제는 기계들의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고장인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도 안다. ▷농사에 대해 함께 얘기 해볼 대상이 있어 더 기대되고 행복하다 매년 경주시농업기술센터에 농업을 위한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을 해준다. 기여한 만큼 보상을 얻도록 논과 밭을 일구는 사람들에게 상식과 격려를 준다. 건강한 땅, 건강한 곡식들을 수확하도록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고 시도해보는 과정은 참 아름답다. 농업기술센터를 만나 건강한 농업을 배울 수 있었고 현재는 정보를 교류하며 더 맛있는 쌀을 생산하기 위해 애쓴다. 처음엔 오랜 경험을 지닌 어른들을 찾아 묻고 또 묻고 배우고 익히는 일에 집중했다. 그 과정들이 쌀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했으며 올해 5종류의 쌀을 생산한다. 그 중에는 고품질 신품종도 있고 특수종도 있다. 질 좋은 쌀을 생산하다보니 때로 수확량이 줄어 아쉬울 때도 있지만 더 노력할 것이다. 내가 건강한 마음으로 행복해야 건강한 쌀이 생산되고 그 쌀을 먹는 이 또한 행복하다. ▷나이에 관계없는 것이 농사 85세까지 건강하게 농사를 짓는 것이 목표다. 농부라는 직업이 좋고 스스로 운전하며 기계를 조작하며 일하는 것이 참말로 좋다. 봄가을엔 새벽4시부터 늦은 밤까지 일할 때가 많지만 입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육체는 비록 고돼도 정신적으로 짜증나거나 피곤함이 없다. 묵묵히 농사를 함께 짓는 아내 덕이다. 부지런한 아내 덕에 농작물은 종류가 많아졌다. 소를 키우는 탓에 편안히 여행한 번 다녀올 수 없지만 질 좋은 쌀 생산에 승부수를 던져본다. 진짜 농부를 만들어 주는 아내가 무척 감사하다. ‘일한 만큼 발로 뛴 만큼 보상이 있는 들녘에 매일 소풍 나온다’는 아내의 말은 농사꾼인 나를 더욱 신나게 한다. 만능농기계처럼 인식되고 경운·파종·중경·제초·수확·운반 등에 널리 이용되는 트렉터에 몸을 싣고 음악 들으며 노래 부르는 농부는 매일매일 행복하다 ▷재능기부도 한다는데 좋은 것은 나누자, 정보는 교류하자, 우리집에 오는 사람은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도록 하자는 의미이고 무엇이든지 긍지를 가지고 임한다. 쌀에 관한 문의 혹은 짧은 시간의 교육이라도 원하는 곳이 있으며 무조건 달려가 알려준다. 처음 농사를 지을 때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다른 사람들은 덜 겪게 하고 싶었다. 마을주민과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맡은 마을 이장, 경로회장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하게 만들었다. 18년째 운영되고 있는 남원 주천면과 자매결연 맺은 행사는 꼭 참석하며 내남노인회 분회장을 하며 농사 일로 자주 활동할 수는 없으나 자원봉사는 필히 시간을 내어 활동한다. 아이들에게 갈 때는 힘을 얻고 어른들께 다녀오면 삶의 방향성에서 건강을 챙기는 지혜도 늘어나게 된다. 농부는 땅과 교류를 한다. 땅을 사랑해야 교류할 것이 많아지고 기쁨을 얻게 된다. 아름다운 농부를 꿈꾸며 어떤 농부가 될지는 자신의 선택과 집중이 아닐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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