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경주시더’라는 졸작으로 2013년 격월간 <에세이스트> 라는 수필잡지에서 신인상을 받으면서 에세이 작가로 등단했다. 고향이 경주라는 말은 1971년 경주를 떠나 객지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가장 많이 써온 말일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스운 일인데 그냥 그랬다. 별로 자랑할 것이 없던 사람이 단지 경주가 고향이라는 것만으로 우쭐거리며 그냥 그렇게 외치고 다녔던 거다.
특히 경상도 지역어(사투리)로는 버티기 힘든 직업군에서 강한 지역어를 무기로 40여년을 버티다가 정년을 하고 고향의 부름을 받아 2011년에 귀향을 했다. 귀향을 한 내 고향 경주에서의 생활은 다이나믹했다. 40여년 동안 내가 가장 재미있게 또 좋아하고 즐겨했던 일을 경주에서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6년을 문화관련(경주예술의전당, 경주문화재단, 경주시립극단 운영 등)업에 시간을 보냈다. 나름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열과 성을 다했던 시간들이었다. 다시 가족이 있는 그리고 나를 필요로 하는 작업장들이 있고 작업이 있어 다시 고향 경주를 떠나 온 지가 이제 2년 반이 더 지났다. 되돌아보니 참 아쉽고 부끄럽고 또 후회 할 일도 있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경주를 사랑했던 순수함과 열정만이 가득했던 무모함(?)들의 시간들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이제야 얘기하지만 경주로 귀향하게 된 몇 가지 동기 중에 서너 번째 순위에 들어가는 사연이 있다. 40여년 객지 생활 중 가장 섭섭하고 제일 많이 듣던 소리다. 그 소리가 나를 귀향과 도전의지를 불 지폈다. 아주 단순하지만 뼈있는 소리였다. 더도 없고 덜도 없는 스스럼없는 한마디,
“경주! 그래요. 아마 중(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때 가보고 여태 못 가봤네요. 참 좋은 곳이죠”
나는 속으로 대답했다.
‘그래. 자랑이다!’
그랬다. 경주는 그들이 아주 옛날에 그냥 끌려서 다녀갔던 그리고는 다시 찾지 않은 도시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미운 것들을 다시 스스럼없이 경주를 방문하고 다른 많은 이들에게 다녀 간 소감을 입술이 부르트도록 자랑하는 내 고향 경주가 될 수 있을까?
그때 내 머리를 맴도는 한 줄의 어귀는 ‘경주는 무엇으로 사는가?’였다. 2011년 다시 경주로 오면서 수없이 되 뇌이던 말이었다. 이제 다시 담담한 마음으로 훈수가 되어 바둑판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있지만 망원경으로 Zoom In 하여 경주를 들여다보게 되는 행운을 얻었으니 다시 오직 경주만을 위한 생각으로 새롭게 경주를 접근한다.
‘경주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조상으로부터 참 많은 걸 물려받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이다. 그래서 우리는 참 교만했다, 인정해야 한다. 첨성대도 불국사도 문무 대왕암도 만들어지고 또 생겨진 이래 한 번도 자리를 옮긴 적이 없다. 단지 조금씩 보수되고 가꾸어졌을 뿐이다. 그것들을 팔아먹고 사는 우리들만 태어나고 또 죽고 떠나고 다시 왔을 뿐이다. 많은 것들에 대해 감사함이 사라지고 귀한 줄 모르고 그냥 있으니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마냥 공기처럼 느껴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경주가 아니더라도 들려서 보고 먹고 마시고 자고 또 즐길 곳이 즉 힐링할 수 있는 곳이 이 땅 대한민국에 너무나 많은 것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다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옛날 1960년대 이후 수학 여행지중 1순위로 꼽히던 경주의 그 영광만을 추억하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수없이 고민하고 또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서 지자체나 시민들이 나서서 수 만 가지의 아이디어와 방안을 연구하고 있고 또 해왔다. 그러나 좀처럼 좋아 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 게 현실이다.
나는 감히 진단한다. ‘없는 게 없는 우리에게 없는 게 있다’ 그 첫 번째가 친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택시 기사님들부터 중앙시장 상인님들, 중심상가의 점주님들까지 그리고 경주시민 전부가 마케터이고 홍보대사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가 스스로 개인 사업자임을 자부하면서 편안한 자세로 그날 벌어 그날 먹는 못난 자세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민들에게 힘을 줘서 드리는 말씀이다.
“구기 종목에서 투구 자세가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좋은 공이 나올 수가 없듯 경주를 찾는 분에게 대하는 시민들의 자세가 나쁘면 절대로 좋은 결과 나올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