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문무대왕수중릉(사적 제158호)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올해 건립하기로 한 신라 문무대왕(?~681) ‘유조비(遺詔碑)’에 삼국사기에 수록된 문무대왕 ‘유조’ 원문 내용 이외에 대왕의 대화 내용을 추가로 넣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조(遺詔)’는 ‘임금의 유언’을 뜻하는 것으로 ‘유조비’는 임금의 유언을 각자(刻字)하는 것이 중론이라는 점에서 다른 내용을 추가로 넣는 것은 처음 세우는 문무대왕 유조비의 역사적 가치를 훼손하는 처사로 보여 진다.
문무대왕 유조비 건립과 관련, 올해 4월 경 김석기 국회의원과 경주시는 관광도시 경주의 부활을 위해 세계 유일의 해저왕릉인 문무대왕수중릉 일대를 성역화하고 문무대왕의 삶과 그에 얽힌 얘기는 다시 세계인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하다는 기대감으로 추진했다.
그리고 문무대왕의 유조비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676년에 맞춰 높이를 6.76m로 만들기로 했다. 이 높이는 우리나라 현존하는 비석 중에 가장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높이 6.4m의 광개토대왕릉비를 넘어 설 정도로 이 사업 추진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경주시가 만들고 있는 유조비의 경우 문무대왕의 유조가 수록된 ‘「三國史記」 新羅本紀 제7, 下條’에 있는 원문에다, 유조가 아닌 대왕과 지의법사(智義法師)와의 대화 내용인 ‘「三國遺事」권제2, 文虎王法敏條’ 일부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유조 내용이 아닌 문구를 유조비에 추가한 것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시가 이처럼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문무대왕 유조비 건립을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이 유조문을 결정하고 추진했다는 점이다. 최소한 처음 건립하는 유조비의 내용이나, 서체를 어떻게 각자할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 유조문을 정한 것은 논란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유조비에 유조 내용만 들어 가야하는 것은 다름 아닌 건립되는 유조비가 역사적 기록에 근거 할 때 그 위대함과 역사적 가치를 후대에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족(蛇足)이 포함된 문무대왕 유조비를 후대에 남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문무대왕의 치적과 후대에 교훈이 될 내용은 방문객을 위해 이해를 돕기 위해 설치하는 안내문에 상세히 기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