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배역은 성악가의 목소리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높은 소리를 내는 테너와 소프라노가 주인공을 맡게 된다. 반면 조연은 바리톤과 메조소프라노의 몫이다. 바리톤은 테너와 소프라노의 사랑에 끼어드는 연적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메조소프라노 역시 소프라노의 연적으로 사랑의 방해자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오페라 속 주인공을 알아채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자주 등장하면서 고음으로 노래하는 사람을 찾으면 되니까.
영화나 드라마에선 배우의 외모나 연기력이 캐스팅을 좌우한다. 캐릭터에 어울리는 외모와 그에 상응하는 연기력을 가진 배우를 캐스팅하면 된다. 하지만 오페라에선 테너나 소프라노가 아니면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기 힘들다. 이건 중저음 가수에겐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출중한 외모와 연기력을 갖추고도 목소리 때문에 주연을 맡을 수 없다니 말이다. 하지만 바리톤과 메조소프라노가 주인공인 오페라도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모차르트 오페라의 주인공 피가로는 주로 바리톤이 맡고, 리골레토와 나부코도 타이틀 롤이지만 바리톤이 노래한다. 한편 팜 파탈(femme fatale)의 대명사 카르멘은 메조소프라노가 맡는다. 이처럼 프랑스 오페라에서는 메조소프라노가 주연인 경우가 꽤 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부파(희가곡)도 그렇다. 따라서 메조소프라노가 주연을 하려면, 프랑스 오페라나 이탈리아 희가곡에 출연해야 한다. KBS의 인기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고음불가’란 코너가 있었다. 개그맨 이수근이 억지로 고음을 내려하지만 안타깝게 저음에 머물고 말아 큰 웃음을 자아낸다. 물론 이런 어림없는 저음으로는 오페라 주연이 불가하겠지만, 성악가들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 음역을 넓혀 고음을 내기도 한다. 그들은 마이크의 도움 없이 오케스트라 피트라는 소리바다를 건너 객석 끝단까지 목소리를 보낸다. 이처럼 성악가들의 화려하고 시원한 고음은 처음 보는 관객들이 오페라에 매료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