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로컬 굿즈 상품점들에선 대체로 관광객들이 휴대하기 편한 크기와 디자인에 맞춰 제작하는 움직임이었다. 이는 쉽게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경주를 재해석하고 더욱 깊이 이해한 상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는 것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소상공인 위주로 진행되고 있었는데 경주를 알리고 경주를 찾는 많은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청년들이 있어 든든했다.
하지만 ‘신라’에 국한된 기념품들은 경주의 다양한 지층의 역사와 시간들을 반영해주지 못하고 있었고 수입의 대부분을 몇몇 대표 콘텐츠에 의존하는 형태여서 안타까웠다. 상품의 다양성과 퀄리티의 문제, 판로와 관련한 문제는 아직 산적해 있었다.
이번호에선 ‘경주’를 상품화하는 매력 만점 로컬 굿즈(local goods) 상편에 이어 세 곳의 상품점을 더 소개하면서 김규호 교수(경주대 문화관광산업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경주 기념품이 보완해야 할 부분과 앞으로의 발전 방안에 대해 들어 보았다.
-‘마카모디’... ‘아빠용 선물세트’ 착안, 디자인해 관광객에게 공략중 황남동 첨성대 맞은편 골목 작은 한옥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마카모디(김미나, 이미나 공동대표)’는 이곳서 개업한지 한 달여 째다. 이곳은 경북도 지원사업 매장으로 교과서가 알려주지 않은 역사를 탐방하는 로컬 투어를 진행중이고 경주 농산물만으로 만든 지역식가공품과 다양한 체험활동을 함께 진행중이다. 이 가게 한 켠에 경주를 테마로 하는 굿즈를 파는 공간이 나뉘어져 있다. 실용적인 굿즈를 활용하려고 노력하는 이곳은 청자류 제품과 경주 티셔츠를 제작중이고 곧 시판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카모디에서 주목할 기념품 굿즈는 ‘천년한우’ 육포와 경주 대표술 ‘화랑과 경주법주’를 첨성대 술잔과 묶어 ‘아빠용 선물세트’로 착안, 디자인해 관광객에게 공략중이다. 경주를 다녀가며 ‘아빠’에게 선물할 세트를 찾는다면 안성맞춤일 듯하다. 주류회사와 한우생산업체와도 상의한 결과물이라고.
-경주국립박물관 내 문화상품점...신라유물 복제품 눈길 끌고 신라 대표 유물 디자인하고 상품화 해 경주국립박물관에는 두 곳의 문화상품점(박미나 지점장)이 운영중이다. 경주시 공모전 응모를 거친 작가들과의 협업을 진행중인 이들 상품점에는 신라 유물의 이미지를 다자인 한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신라유물 복제품들이 눈길을 끌었는데 자세한 유물의 명칭과 간단한 설명을 영문과 곁들여 상품의 구매를 도왔다. 잘 팔리는 상품들은 문구류들이었다.
“문구류에 유물이 그려진 기념품들처럼 싸고 유용한 상품들이 잘 팔립니다. 선물용으로도 반응이 좋습니다. 가장 고가 품목인 금관 복제품 등도 국내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반응이 좋은 편이구요”
경주의 대표 유물은 거의 망라돼 디자인하고 상품화하고 있었다. 이곳의 상품들을 나열해 보았다. 첨성대 미니어처, 각종 배지, 금관총 금제 머그컵, 금관 머리띠, 신라 유물 미니 노트와 유리컵, 성덕대왕신종 비천상 수첩과 파우치, 황금장식보검 열쇠고리, 토우 에코백, 천마총 금관 찻잔, 불국사 삼층 석탑을 모티브로 한 경주 넥타이, 성덕대왕신종 비천상 무전력 스피커, 각종 도서류, 주령구 열쇠고리, 경주 사찰 향낭, 경주 사랑 티셔츠, 서수형토기 오르골, 12지신상 미니어처, 황룡사구층목탑 귀걸이와 목걸이 세트, 저금통, 보상화문 수저세트, 토우 스푼포크세트, 첨성대 거울 등 다양한 굿즈로 선보이고 있었다. 한편, 금제 관식, 금관총 금관, 귀면와 수막새, 반가사유상 등은 복제품으로 진열돼 있었다.
-‘대릉원 예술창고’... “잘 팔리도록 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주기념품가게 라고 명시하고 있는 황남동 ‘대릉원 예술창고(고선애 대표)’. 이곳 역시 여러 작가들과 디자인 협업을 하고 있었다. 한편 이곳의 특징적 굿즈인 도자류는 경주 지역 작가들과 단가 조율이 잘 되지 않아 타지역 작가들과 협업중이라고 했다.
고 대표는 “아무래도 경주지역 작가들이 경주의 지역성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지역 작가와의 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판매 루트가 없는 젊은 작가들과 협업을 해 상품 단가를 조정해서 팔고 있구요. 때로는 SNS 게시물들의 상품구입 후기를 보고 타지방 디자인 제작자들도 경주 기념품 제작 문의를 위해 연락이 오거나 이곳을 찾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이 가게서도 여러 작은 기념품들과 문구류 등의 기념품 굿즈가 진열돼 있었다. 역시 가족과 젊은층이 많이 다녀간다고 한다. 고 대표는 경주의 여러 콘텐츠를 실은 달력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새롭게 기획하고 있으며 황리단길에서 시작하는 경주 관광지도도 곧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팔리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말하는 고 대표는 디자인을 전공했다. 작가들의 그림이 더 잘 팔릴수 있도록 다듬고 디자인해서 상품화 하는 작업을 돕고 있었다.
-“작가, 생산자, 판매자가 서로 시너지 효과 가져올 수 있는 협동조합 만들고 그 기반은 경주시가 마련하도록” “구매 능력 있는 장노년층 겨냥한 굿즈도 확보하고 경주의 무궁무진한 이미지와 콘텐츠는 아카이브로 구축해야”
김규호 교수(경주대 문화관광산업학과 교수·인물사진)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는 경주를 콘텐츠로 하는 굿즈들이 놓치고있는 부분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보았다. 김규호 교수는 경주의 기념품들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진 첫째 이유에 대해, 시장에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싸구려 중국산 제품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그리고 최근 황리단길 중심의 기념품 선물 가게들은 젊은층을 상대로 일회적이며 단가가 저렴한 상품들이 대부분으로 다양한 연령층, 실용성, 고가로 선보이는 상품 등 다양성에서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그런 맥락에서 김 교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는 시기에 발맞추는 시도도 필요함을 지적했다. 이들은 구매 능력이 있는 세대로 장노년층을 겨냥한 굿즈들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한 예로 십이지신상, 불상, 비천상, 신라토기 등을 상품으로 현대화시키는 작업도 주문했다.
“경주국립박물관에는 당대 최고의 장인들이 만든 장신구들이 전시되고 있잖습니까. 금속공예의 최고봉인 목걸이, 귀걸이, 팔찌 이 세 가지 장신구만 해도 현대적으로 디자인을 재해석한다면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죠. 그들과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해서 단가를 다양하게 조정하는 겁니다. 이를테면, 1만원서부터 100만원까지의 이미테이션(imitation, 모방품) 상품을 제작한다면 두터운 소비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겁니다. 신라의 유물이 상징하는 모티브를 바탕으로 재창조하자는 것이지요. 이러한 문화적 원형은 박물관에서 찾아야겠지요. 신라 토기만해도 토용, 토우, 토기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해 신라 분위기를 연출해 판매할 수 있죠”
“지금처럼 점주가 지역의 작가나 문화예술인들과 협업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작가, 생산자, 판매자가 서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협동조합(마을 기업,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권하고 싶어요. 이종(異種)이든 동종(同種)이든 모여서 서로 의견을 나누고 품목의 선정,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수익의 배분 등을 결정하고 그 기반은 경주시가 마련해주면 좋겠지요. 말하자면 경주시가 이들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시는 디자이너들을 모아 협동조합으로 스타트업 기업(신생 기업)이 생겨나도록 도와야 합니다”
굿즈의 품목 선정 후 디자인과정,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장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생산과정, 판매자들이 사용하는 판매몰, 온라인 쇼핑(전세계적 판매망 구축으로 경주를 찾는 이들외에도 구입할 수 있는 망) 등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주자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이들을 아카이브화 해 디지털로 구축해두고 기념품에 적용하자는 제안도 했다. 경주의 무궁무진한 이미지와 콘텐츠를 하나씩 아카이브로 구축해 상품 제작 시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 “손수건, 티셔츠 등에 이들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한다면 바로 경주의 상품이 되는 것이죠. 이를 교차창조형 마케팅이라 하는데 이런 아카이브 구축도 경주시가 지원해야 하는 일입니다”
“또 문화재 복원, 수리에 관련한 기능사가 양성된다면 복원과 수리뿐만 아니라 그들의 기술력은 공예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의 문화적 원형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재해석해 실용적이고 생명력이 긴 제품을 제조해 판매망을 넓히는 것입니다”라며 앞으로는 장인의 솜씨로 만든 공예산업을 기반화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