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하게 설계된 실내 공간 속 다양한 식물들이 배치돼 있다. 단조로운 듯 보이는 벽면들은 중층적인 복합구조로 교차하고, 현실감과 입체감을 살린 무성한 식물들은 곳곳에서 생기를 뿜어댄다. 그 사이로 작은 빈 의자 하나가 우둑하니 서 있다. 감정을 기반으로 작가만의 독특한 구성과 감각적 표현으로 작품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신진작가 김슬비<인물사진>. 그녀의 ‘INNER’ 展이 오는 10월 27일까지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갤러리 달(B1)에서 펼쳐진다. 2019 경주작가릴레이전 마지막 주자인 김슬비 작가는 전주가 고향이다. 학업을 위해 경주에서 유학하며 학내 미술 활동 및 공모전 출품 등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이번 전시는 2017년 학부시절부터 발표해오고 있는 ‘INNER’ 연작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전시다. 작가는 사회초년생으로 겪었던 불안 요소들을 작품으로 극복해 가며 위안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 공간은 작가가 실제 있었던 곳이다. 실내 내부에는 다양한 가구와 소품을 대신해 식물들이 그 자리를 채우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간다. 어려서부터 주말이면 가족들과 식물원, 수목원으로 나들이를 하러 가곤 했다는 작가. 그녀에게 식물은 편안하고 친숙한 위안의 존재였다. “사회적 관계에서 느꼈던 불안과 두려움을 그림에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불안의 대상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니에요. 불안 요소에서 벗어날 수 있고 위안받을 수 있는 장소를 추구한 거죠. 그렇게 관념상의 비현실적인 대체 장소가 아닌 공간표현을 실험하는 모색 과정을 통해 ‘식물이 있는 실내’가 중심 주제가 되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에게 세상은 냉혹했다. 그녀는 사회라는 두려운 시각에서 위안의 감정을 받을 수 있는 그녀만의 편안한 공간을 늘 동경해왔다. 그렇게 지금 현실의 공간을 작가만의 상상의 공간으로 그려내게 됐다는 작가는 이제 조금씩 순응하고 극복하며 한 발짝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영동 미술 평론가는 “김슬비 작가는 기하학적 요소와 그래픽적인 요소를 가미해 사회적 관계의 상징을 공간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내성적인 사색 과정을 추적하며 실제 제작과 연계해 소재를 선택하고 작품으로 풀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신진작가로서 드러나는 조형적 감각과 기질로 장차 페인터로서의 기량이 충분히 엿보이며, 현실에 더 큰 공감과 울림을 줄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하길 기대했다. 김슬비 작가는 1996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올해 2월 동국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대학교에서 조교 및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제8회 대한민국 새하얀 미술대전 특선, 제13, 14회 삼성현미술대전 입·특선 등의 수상경력이 있다. 한편 10월 29일부터는 2018, 2019 경주작가릴레이전 참여작가들의 기증작품전이 이어서 진행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