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윤석준 씨가 포스팅한 페이스북에는 일본 어린이 축구단이 방문해 알천4경기장에서 경주 어린이들과 축구경기하는 모습을 올렸다. 경주의 한일친선교류회가 경주에서 치러지는 국제U-12축구대회에 참가한 2개의 일본팀을 응원하는 사진도 실었다. ‘힘내라 이치노미야’ ‘힘내라 베지트’ 등 일본팀을 응원하는 현수막도 걸었고 찰보리빵을 선물하기도 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미래 화합을 위해 일본에서 온 국제 유소년 축구팀을 응원해준 것이다. 이 뜻밖의 배려에 일본 스탭들이 놀라고 고마워했다고도 전했다.
역사문제를 경제문제로 비화시킨 아베정부로 인해 한일 관계가 급랭되면서 일본 여행거부와 일본 제품 불매로 연결되고 있다. 그 와중에 일본 축구단이 경주로 온 것이 얼핏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한국인에 비해 일본인이 훨씬 개인적인 성향을 띤다. 근대사에서 오랜 내전과 사무라이들의 횡행을 경험한 일본인들의 잠재의식에는 남의 일에 개입하는 것을 목숨을 거는 행위로 인식하는 경향이 서려있다. 한국에서 일본 불매 운동이 일어나도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집단행동을 쉽게 보이지 않은 이면에는 이런 의식이 다분히 작용했을 수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대다수 국민은 독도문제나 과거 일본의 한국침략에 대해서도 우리보다는 둔감하거나 인지조차 못 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맞은 사람은 발 뻗고 자도 때린 사람은 발 뻗고 못 잔다’는 속담은 적어도 한일 관계에서는 틀린 셈이다. 더구나 100년 전 일이라는 인식이 일본에 팽배해 있다.
우리 역시 전후 제2세대라 불릴 30세 미만의 국민들은 일본을 어두운 과거의 정치적 원수로 기억하기보다 다양한 문화적 우방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것을 아베정부가 일거에 무너뜨린 탓에 우리 국민 전반이 한일관계의 불균형을 자각하고 그 부당함에 항거하게 된 것이다.
이런 때 일본 유소년 축구팀이 경주를 찾았고 경주 사람들이 그들을 따듯하게 맞아준 것이 더 인상적이다. 국가 간 문제는 국가가 풀고 민간의 친교는 민간에서 따로 나누는 지혜를 경주사람들이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준 씨는 ‘NO아베’만큼은 양보하지 않는다. 바로 하루 전 포스팅에 친절한 일본맞이와 아베정부에 대한 감정이 별개임을 깔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 역시 당당한 한국인이기 때문이리라.